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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섬만 도는 만물상트럭, "인심은 울릉도가 최고"

오로지 섬만 돌아, 백령도부터 울릉도까지 안 간 곳 없어

  • 입력 2017.03.15 12:5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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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생활용품을 가득 실은 만물상트럭을 몰고 전국섬을 찾아다니는 최낙연씨가 충도 마을회관 옆에 진열한 상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온갖 생활용품을 가득 실은 만물상트럭을 몰고 전국섬을 찾아다니는 최낙연씨가 충도 마을회관 옆에 진열한 상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오문수

 


"내 차에 실린 물건이 전부 몇 개나 되느냐고요? 나도 몰라요."

고흥 가까이 있는 섬 충도를 방문했을 때 만난 만물상트럭 주인 최낙연(66세)씨에게 "차에 실린 물건이 전부 몇 가지에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을 때 최씨가 답변한 내용이다.

최씨는 1톤짜리 트럭에 생활용품을 싣고 18년째 전국을 누빈다.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지만 주로 가는 곳은 섬마을이다. 심지어 백령도부터 울릉도까지 갔다 왔다. 최씨는 마을회관 인근이나 공터에 물건을 진열해놓고 차에 장착된 마이크에 유행가를 틀어 만물상트럭이 왔음을 알린다.
 

 최낙연씨의 만물상트럭을 열면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몇가지에 몇개나 되는지를 주인도 모른다고 하니 알만하다
▲  최낙연씨의 만물상트럭을 열면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몇가지에 몇개나 되는지를 주인도 모른다고 하니 알만하다
ⓒ 오문수

 


지난주 충도를 취재하기 위해 마을회관에 들러 이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도 할머니들이 좋아할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들에 둘러싸인 최씨가 "가위 하나에 천 원! 가위 하나에 천 원!"을 외치고 있었다. 한 할머니에게 "만물상 아저씨가 오면 좋습니까?"라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걸 많이 갖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늙고 힘이 없어 고흥까지 나가려면 힘드는데 집 가까운 데서 1000원, 2000원 주고 원하는 걸 살 수 있으니 좋지요."

그가 취급하는 용품은 주로 주방용품과 집에서 사용할 공구와 옷가지다. 옷이래야 시골아주머니들이 입을 몸빼가 전부였다. "물건을 사달라고 주문을 받기도 하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주문은 잘 안 받아요.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고 주문한 사람을 꼭 만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낙연씨의 만물상 트럭 운전석 모습으로 조수석까지 물건이 가득하다.
▲  최낙연씨의 만물상 트럭 운전석 모습으로 조수석까지 물건이 가득하다.
ⓒ 오문수

 


전국을 도는 최씨는 잠은 주로 여관에서 자고 밥은 조수석에 싣고 다니는 일회용 취사도구로 해먹는다. 궁금해 조수석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운전석을  제외하고는 10센티미터의 여유도 없이 물건이 꽉 찼기 때문이다.

물건을 싣고 다닐 공간이 부족해 조수석까지도 이용하는 그에게 "혹시 사람을 태우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하자 "양귀비가 와도 못 태워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섬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인상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그가 답했다.

"돌아본 섬 중에서 거문도가 가장 예뻤고 인심은 울릉도가 제일 좋았어요. 제가 도시보다 섬을 택하는 이유는 섬 인심이 도시보다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가게 앞에 차를 세우면 '야! xxx야!. 차빼!'라는 말이 바로 나오죠"

차를 운전하며 섬을 찾는 그에게는 겨울철보다 여름철이 훨씬 낫다. 추운 겨울에는 할머니들이 집안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돌아가고 손님이 뜸해지자 그가 살아온 내력을 이야기했다. 그가 처음부터 만물상트럭을 운전한 건 아니다. 
 

 최낙연씨의 만물상트럭이 충도에 오자 동네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나왔다
▲  최낙연씨의 만물상트럭이 충도에 오자 동네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나왔다
ⓒ 오문수

 


"젊었을 적에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돈이 모이면 어떤 새가 물어가 버려요. 그래서 돈하고 나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 만물상 트럭장사를 시작했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애들 공부시키랴, 출가시키랴 힘들었어요. 요즘은 큰 욕심 안내요. 하루 10만 원 팔 때도 있고 5만 원 팔 때도 있지만 이렇게 건강한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집에 있으면 갑갑해 못 견디기 때문에 여행도 하고 용돈벌이 삼아 다닌다는 그가 고흥 녹동-금당-금일-충도를 다니며 지불한 배 삯은 10만원에 달한다. "다니다 보면 좋은 분들이 많다"고 말한 그는 오늘밤 마을회관에서 잔다. 주민들에게 회관에서 자고 싶다고 하니 선선히 허락해준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만물상트럭을 운전하겠다는 그의 장사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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