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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그 지지자들의 탄핵 불복, 참 어이가 없어요.

2017년 3월 14일 법륜스님 청주 즉문즉설 강연

  • 입력 2017.03.21 15:13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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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에 불복하는 모습과 친박 세력들의 폭력 집회를 보면 참 어이가 없고 화가 많이 납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이해를 해야 하고, 화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아베 총리의 언행을 보고 화가 난다면, 그것은 아베 총리의 문제일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화가 난다면,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일까요? 시진핑이 한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난다면, 그것은 시진핑의 문제일까요? 어떤 경우에도 화가 나는 것은 그들의 문제예요? 나의 문제예요?

“저의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 마땅히 상대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죠? 내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 노력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화가 난다는 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내 생각이 옳고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객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탄핵 심판의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친박 세력의 입장에서도 탄핵 심판의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이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판결한 것을 두고, ‘이 재판관들은 국가를 혼란시키는 사람들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도 아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지역 문제도 아닙니다. 헌법 정신에 어긋났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난 겁니다. 즉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법 절차의 문제입니다.

헌법에 손을 얹고 헌법을 지키겠다고 맹세를 한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거나 헌법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애초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역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보고 대한민국을 부정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모두 웃음)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대기업 사장을 불러서 어려운 점을 들어준 후, 옆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돈 좀 주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칩시다. 여기서 저는 돈을 한 푼도 안 받았어요. 분명 청탁이지만, 이런 저의 행동이 죄가 될까요? 안 될까요?

 “죄가 됩니다.”

그런데 이 분은 ‘내가 안 받았다’ 라는 것만 갖고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안 받았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빵집에 가서 주인 허락도 없이 배고픈 거지에게 빵을 나누어 줘버리는 것도 죄가 되지 않아야 하잖아요? 내가 그 빵을 먹은 것은 아니니까요. (모두 웃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런 발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에요. ‘나의 의도가 선했다면 어떤 것도 죄가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게 바로 왕의 사고방식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겁니다. (모두 웃음)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나쁜 게 아니고 어리석어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화를 내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화를 내야 할까요? 불쌍하게 여겨야 할까요?

“불쌍하게 여겨야 합니다.”

‘아이고, 참 안 됐다’ 이렇게 불쌍하게 여겨야 합니다. 불쌍하게 여기면 이 사람을 깨우쳐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화를 내면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질문자는 자비심이 좀 부족한 사람 같아요. (모두 웃음)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그 분은 그 분 나름대로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저런 행동이 나오는 거예요. ‘그동안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숙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뻔뻔스럽게 행동을 하니 여러분들이 화가 나는 것 또한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올바른 기준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서 판단의 기준은 ‘헌법’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기독교 신자도 살고, 불교 신자도 살고, 진보적인 사람도 살고, 보수적인 사람도 살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살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주장만 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들 때, 각자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인 중심을 하나 잡자고 합의를 했는데, 그게 바로 ‘헌법’입니다.

옳다고 여기든 그르다고 여기든, 우리는 현행 헌법에 기준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현행 헌법을 위반하면 아무리 억울해도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일단 판결을 수용하고, 헌법 개선이 필요하다면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었다 하더라도 질문자는 수용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력을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해야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준법정신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법은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5천만 명이 같이 살기 위해서는 이런 법이 꼭 있어야 합니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법을 고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지 법을 부정하게 되면 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진보, 보수와는 전혀 관계없는 법치주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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