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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 전봇대가 8개나 부러졌어요"

자궁을 닮은 섬 소거문도, 전화를 해야 여객선이 와 불편해

  • 입력 2017.04.25 17:07
  • 수정 2017.04.26 10:0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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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소거문도 모습으로 마을 뒤 높이 솟은 산이 상산이다
▲  드론으로 촬영한 소거문도 모습으로 마을 뒤 높이 솟은 산이 상산이다
ⓒ 이재언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손죽리에 있는 소거문도를 방문했다. 여수에서 100㎞쯤 떨어진 소거문도는 동경 127°23′, 북위 34°17′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 0.144㎢, 해안선 길이 7.5km에 12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 화성암인 중성화산암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섬 중앙에 솟아 있는 큰 산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산들이 많아 식수원이 풍부하다.

 

 소거문도에는 옛날의  정겨운 골목길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  소거문도에는 옛날의 정겨운 골목길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 오문수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해 마당 옆에서 불을 지펴 음식을 하던 모습이 남아있었다
▲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해 마당 옆에서 불을 지펴 음식을 하던 모습이 남아있었다
ⓒ 오문수

 


동네 뒤에는 풍화작용으로 인해 상산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이 쌓여 있다. 강풍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처마 높이까지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 모습이 히말라야 고산지대 가옥모습을 닮아 이채로웠다.

기후는 대체로 온화하며 비가 많다. 1월 평균기온 2.7℃ 내외, 8월 평균기온 23.6℃ 내외, 연강수량 1362㎜ 정도이다. 토양은 신생대 제4기 과거 고온다습한 기후환경에서 만들어진 적색토가 넓게 분포한다. 식생으로는 동백나무를 비롯한 각종 난대림이 자생한다.

 

 평도를 떠난 배가 소거문도가 가까워질수록 멋진 자태가 나타났다. 게가 양집게발을 든 것 같기도 했지만 자궁을 닮은 포근한 모습이 이채로웠다. 가운데 움푹 패인 곳은 부식에 약한 부분이라 강한 파도에 패인 것 같다
▲  평도를 떠난 배가 소거문도가 가까워질수록 멋진 자태가 나타났다. 게가 양집게발을 든 것 같기도 했지만 자궁을 닮은 포근한 모습이 이채로웠다. 가운데 움푹 패인 곳은 부식에 약한 부분이라 강한 파도에 패인 것 같다
ⓒ 오문수

 


 

 아름다운 섬 모습 중 하나이다
▲  아름다운 섬 모습 중 하나이다
ⓒ 오문수

 


인근에 있는 평도를 떠난 배가 소거문도에 가까워질수록 섬의 자태에 놀랐다. 게가 커다란 양쪽 집게발을 편 형상이라고나 할까? 아니 여성의 자궁을 닮은 포근한 모습이다. 큰산(성산) 아래 펼쳐진 동네 모습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행한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가 배를 움푹 패인 마을 앞에 정박할 줄 예상했는데 아니다. 손죽도가 가까운 섬 후사면에 배를 댔다. 선착장에 배를 정박하고 급경사길을 따라 마을로 올라가다 경운기를 타고 오는 마을 이장(이주현 67세)씨를 만나 섬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바람과 파도가 너무 거세 정면을 피해 섬 후사면에 설치된 선착장 모습
▲  바람과 파도가 너무 거세 정면을 피해 섬 후사면에 설치된 선착장 모습
ⓒ 오문수

 


 

 섬의 후사면에 위치한 선착장 인근에는 배들이 육지에 올라와 있어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섬의 후사면에 위치한 선착장 인근에는 배들이 육지에 올라와 있어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오문수

 


"소거문도는 산이 톱날처럼 생겼다고 해 한자로는 톱 거(鉅)를 써서 거문도(鉅文島)라고 하였으나, 삼산면 행정 중심지인 거문도와 음이 같아 소거문도로 고쳤습니다. 소거문도에서 유명한 것이요? 보다시피 산세와 물, 공기가 좋죠. 바람이 어찌나 센지 태풍 때 전봇대가 8개나 부러졌어요. 섬 모습이 여자 자궁을 닮았고 큰 샘에서 나오는 물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합니다."

 

 한 때는 초등학생들로 북적였을 폐교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마음이 심란했다
▲  한 때는 초등학생들로 북적였을 폐교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마음이 심란했다
ⓒ 오문수

 


 

 바람이 얼마나 센 곳인지는 지붕을 얽어맨 동아줄이 말해줬다
▲  바람이 얼마나 센 곳인지는 지붕을 얽어맨 동아줄이 말해줬다
ⓒ 오문수

 


해풍쑥이 자라고 미역, 톳, 가사리, 돌김, 돌미역이 생산되지만 태풍 때문에 양식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초등학교까지 있었지만 폐교되고 남은 주민 12명 대부분이 70~80대다.

우뚝 솟은 상산에 일본군 정찰기가 충돌해 유족이 찾아오기도 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소거문도에는 태평양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상산(328m)에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정찰기가 충돌해 섬 주민들이 시신을 수습해 묻어줬다.

시신을 묻은 후 동네주민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주민들 꿈자리가 사나워진 것. 주민들이 회의를 열어 토의 결과 "저 시신 때문"이라고 결론을 지어 시신을 파내 바다에 버렸다.

 

 소거문도 중앙에는 상산(328m)이란 멋진 자태를 지닌 산이 있다. 산자락에는 흘러내린 돌들이 흩어져있고 대부분의 집들이 처마까지 돌담을 쌓아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상산에 일본군 정찰기가 충돌하기도 했다
▲  소거문도 중앙에는 상산(328m)이란 멋진 자태를 지닌 산이 있다. 산자락에는 흘러내린 돌들이 흩어져있고 대부분의 집들이 처마까지 돌담을 쌓아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상산에 일본군 정찰기가 충돌하기도 했다
ⓒ 오문수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동리사람들을 위로하는 충혼탑이 있었다
▲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동리사람들을 위로하는 충혼탑이 있었다
ⓒ 오문수

 


태평양전쟁이 끝난 얼마 후 일본에서 배 한척이 섬에 도착했다. 배에는 정찰기 유족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가지고 온 물품들이 있었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유족들은 울면서 두말 않고 돌아갔다.

독특한 모습을 한 소거문도는 아름다운 해안 침식지형, 큰산과 해식애를 이용한 암벽 등반, 큰산 주변의 등산로 개발을 통한 난대림 탐방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은 섬이다.

주민들에게 소원을 묻자 "작은 섬을 오가는 여객선 '섬사랑'호 부선장에게 전화를 해야만 배가 온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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