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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단 둘이 사는 섬, "우리 죽으면... 무인도 될 거여"

완도군 금일읍 장도, 아름답지만 운반수단은 지게뿐인 섬

  • 입력 2017.04.30 19:4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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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장도 모습
▲  드론으로 촬영한 장도 모습
ⓒ 이재언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완도군 금일읍에 딸린 장도를 다녀왔다. 북위 34°12′,  동경 127°10′, 면적 1.109㎢, 해안선길이 5km의 작은 섬으로 3명이 살지만 한 분은 도시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실제론 부부만 사는 외로운 섬이다.

전국 섬을 다니다 보면 '장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여러 개 있다. 장도는 섬모양이 대부분 '―'자 형으로 길게 뻗은 섬을 일컫는다. 완도군 금일읍에 있는 장도는 섬이 비교적 높고 험한 산줄기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을 하고 있으며, 무인도인 대마도·소마도·흰여를 거느리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본 마을 모습을 보고 처음엔 별장인줄 알았다.
▲  바다에서 바라본 마을 모습을 보고 처음엔 별장인줄 알았다.
ⓒ 오문수

 

 

 태풍때문에 죽은 나무들 뒤로  마을주민들과 부부교사가 힘써 지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8부능선 쯤에 폐교가 아스라히 보인다
▲  태풍때문에 죽은 나무들 뒤로 마을주민들과 부부교사가 힘써 지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8부능선 쯤에 폐교가 아스라히 보인다
ⓒ 오문수

 


장도는 주섬인 평일도에서 동남방향으로 20km, 완도와는 35.6km,이지만 생활권은 여수이다. 완도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으로 여수와 경계에 있는 섬이다. 완도에서도 갈 수 있지만 여수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여수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초도까지 가는 여객선을 타고 초도에 와서 장도에 연락하면 장도까지는 현지 주민의 배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 의하면 장도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쪽은 급경사, 북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남동쪽 해안에는 해식애가 발달하여 경관이 수려하다. 또한 아열대 활엽 상록수림이 온 섬을 뒤덮고 있어 아름다운 섬이다.

식물 경관과 아울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일부에 속하는 장도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사철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 장도의 최국남(80세) 변종례(78세) 부부가 하는 일은 산채를 수집하거나 낚시꾼들에게 고기가 잡히는 포인트를 안내하거나 통발을 한다.

소거문도를 떠나며 최국남씨에게 미리 전화연락을 하고 장도 선착장에 당도해 마을을 살펴보니 기암괴석과 활엽상록수들이 우거진 숲속에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부자들이 멋진 섬에 별장을 마련했을까?" 궁금해 하는 동안 한 노인이 손짓하며 조심히 자신이 서있는 곳 인근까지 와서 밧줄을 던지란다. 배를 조심스럽게 몰아 바위 옆에서 밧줄을 던진 후 바닷가 바위에 내려 수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태풍에 선착장이 무너져 바윗돌에 뾰족한 돌을 세워 배를 묶었다. 최국남씨가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해 몇번이나 뒤돌아 봤다. 배가 떠내려 가버리면 잡아올 배도 없기 때문이다.
▲  태풍에 선착장이 무너져 바윗돌에 뾰족한 돌을 세워 배를 묶었다. 최국남씨가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해 몇번이나 뒤돌아 봤다. 배가 떠내려 가버리면 잡아올 배도 없기 때문이다.
ⓒ 오문수

 

 

 구면인 이재언씨와 인사하는 최국남씨 뒤에 우리가 탄 배가 보인다. 선착장이 부서져 바위옆에 조심스럽게 배를 묶었다
▲  구면인 이재언씨와 인사하는 최국남씨 뒤에 우리가 탄 배가 보인다. 선착장이 부서져 바위옆에 조심스럽게 배를 묶었다
ⓒ 오문수

 

"어르신, 선착장은 어디고 밧줄은 왜 돌 위에 묶어요?"


"선착장이 태풍에 부서져서 이곳 바위에 임시로 이렇게 뾰족한 돌을 세워 배가 떠나가지 않도록 묶어놔요."

100여 섬을 돌아봤지만 돌 위에 밧줄을 동여매기는 처음이라 불안했다. 섬주민이 괜찮다고 했지만 마을로 올라가며 불안해 자꾸 뒤돌아봤다. 우리가 타고 왔던 배가 떠내려가면 다른 배를 타고가 잡아올 배도 없기 때문이다. 

"어르신 배가 떠나가지 않을까요?"
"꽁꽁 묶으면 잠시 머물기에는 괜찮아요."


최씨를 따라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옆에 비석하나가 나타났다. '김귀근 부부교사 공덕비'다. 최국남씨가 비석 유래에 대해 설명해줬다.
 

 40년전 장도에 부임한 후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한 김귀근 김정자 부부교사를 기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세운 공덕비 앞에 최국남씨와 이재언씨가 섰다.
▲  40년전 장도에 부임한 후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한 김귀근 김정자 부부교사를 기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세운 공덕비 앞에 최국남씨와 이재언씨가 섰다.
ⓒ 오문수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발전하는 모습
▲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발전하는 모습
ⓒ 오문수

 


"이 마을에 제대로 된 학교를 세우고 마을길을 만들며 장도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김귀근, 김정자 부부교사의 공덕을 기려 마을에서 세워준 공덕비입니다. 새마을운동의 본보기를 보여준 분들이죠."

40년전 마을에 부임한 부부교사가 헌신적으로 일하자 마을주민들이 나서서 시멘트와 모래를 날라 학교를 세우고 마을길도 포장했다.
 

 젊었을 적에는 힘이 장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인공관절을 넣은 최국남(80세)씨는 더 이상 가스통을 운반할 수 없어 장작불로 난방과 취사를 한다. 지게로 나무를 운반하는 최국남씨 모습
▲  젊었을 적에는 힘이 장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인공관절을 넣은 최국남(80세)씨는 더 이상 가스통을 운반할 수 없어 장작불로 난방과 취사를 한다. 지게로 나무를 운반하는 최국남씨 모습
ⓒ 오문수

 

 

 배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마을길이 가파르다
▲  배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마을길이 가파르다
ⓒ 오문수

 


"당시 학교 지을 때 시멘트 세 포대를 가볍게 지고 다녔는데 나이든깨 이렇게 힘도 없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네요. 태풍 때 방파제가 무너졌는데 둘 밖에 없다고 그런지 방파제를 만들어주지 않네요."   

최씨 부부는 1t짜리 배를 이용해 면소재지인 평일도에 가서 시장도 보고, 우편물도 찾으러 갔었다. 인구가 워낙 적은 관계로 여객선과 우체부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공덕비를 지나 왼쪽으로 난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폐가가 몇 채 보이고 그 뒤로 태양열 발전 시설과 풍력 발전 시설이 보인다. 둘만 사는 섬에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지만 가스통을 나를 사람이 없어 장작불을 태워 취사와 난방을 한다.

고개 넘어가면 천평이 넘는 밭이 있어 소가 쟁기질까지 하고 나무와 물이 좋은 섬이었는데 태풍 때문에 좋은 나무들이 죽어버렸다. 경치가 좋아서일까? "육지사는 사람들이 집을 짓겠다며 땅을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는 최씨가 한탄조로 말을 이었다. 
 

 최국남(80세) 변종례(78세) 부부와 나란히 앉은 이재언씨 모습
▲  최국남(80세) 변종례(78세) 부부와 나란히 앉은 이재언씨 모습
ⓒ 오문수

 

 

 영화속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마을 모습이지만 비좁을 뿐만 아니라 가파르기 때문에 지게가 운반수단이다
▲  영화속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마을 모습이지만 비좁을 뿐만 아니라 가파르기 때문에 지게가 운반수단이다
ⓒ 오문수

 


"한때 34호에 100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섬이었는데 다 떠나고 둘만 남았어요. 젊었을 적에는 힘이 장사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고 아내도 대상포진에 걸려 3년 동안 병원에 있다 퇴원했어요. 낚시배와 통발로 먹고 살지만 우리 부부 죽으면 무인도가 될 거여."

최씨를 따라 선착장 구경을 갔다. 선착장 안쪽에는 최씨의 배 한척이 육지에 올려져 있고 10m 정도의 방파제 한쪽이 무너져 배가 오갈 수가 없었다. 힘없는 노인 둘만 살기 때문에 배를 갯가로 들어 올리려면 기계의 힘을 빌려 와이어 케이블로 배를 묶어서 육지로 올린다.
 

 최국남씨의 1톤 짜리 배를 갯가에 올리려면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재언씨한테 기계작동하는 법을 설명하는 최국남씨 모습. 태풍에 방파제가 무너져 배를 움직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최국남씨의 1톤 짜리 배를 갯가에 올리려면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재언씨한테 기계작동하는 법을 설명하는 최국남씨 모습. 태풍에 방파제가 무너져 배를 움직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오문수

 

 

 태풍 때 부서진 선착장 때문에 최국남씨의 배가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한다.부서진 선착장 모습
▲  태풍 때 부서진 선착장 때문에 최국남씨의 배가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한다.부서진 선착장 모습
ⓒ 오문수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지며 떠날 준비를 하자 "여기까지 오셨는데 대접할 게 없다"며 음료수를 내놓는 부부의 친절에 감사하며 뱃전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살펴본 마을은 영화 속에나 나올 것 같다.

길이 좁고 구불구불할 뿐만 아니라 가파르기까지 해 경운기하나 들여놓을 수 없는 길이다. 운반수단은 오직 지게와 등짐 뿐이다. 한국에 아직도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바닷가에 나와 우리가 탄 배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드는 부부의 건강과 장수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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