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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소투표소, 어떻게 운영하는지 가 보니

시설 어르신들의 소중한 주권 행사...선 관위, 외출한 한 분 위해 계획대로 투표소 운영

  • 입력 2017.05.05 06:04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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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소투표소 운영 안내 투표 개시 전에 거소투표소 운영에 대해 안내하는 선관위 직원

지난 2일 오후, 전남 여수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마련된 거소투표소에 찾아가서 투표 과정을 살펴보았다. 

거소투표는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구치소 등에 머물거나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들의 신고를 받아 우편으로 투표하게 하는 제도다. 거소투표 신고자가 10인 이상인 시설·기관은 투표소를 설치하게 돼 있다. 그동안 '거소투표'에서는 대리투표, 허위 신고 등 부정 의혹이 잦았다. 이에 기자는 여수의 한 거소투표소를 찾아가 투표가 거의 마감될 무렵까지 투표소 운영 전반을 지켜보았다.

여수지역 거소투표소는 모두 5곳이고 신고자는 모두 166명이며 2곳은 2일에, 나머지 3곳은 4일에 투표소를 설치·운영한다. 기자가 방문한 거소투표소는 출입구에 '거소 투표소 설치 운영 안내판'을 만들어 일시(14:00~16:00)와 장소를 안내해 놓았다. 투표 전 선관위 직원과 두 분의 공정선거 지원단 단원은 기표소 설치를 점검하고 정당 참관인 두 명과 시민단체 '시민의 눈' 소속 참관인에게 거소투표 관리에 대해 간단한 안내를 하였다.
 

거소 투표소 요양사의 안내를 받아 투표소에 들어가는 한 어르신
▲ 거소 투표소 요양사의 안내를 받아 투표소에 들어가는 한 어르신
ⓒ 정병진

 


이윽고 2시가 되자, 어르신들이 요양사들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투표소에 오셨다. 대부분 휠체어를 타셨고 일부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숙소에서 투표소까지 걸어오셨다. 시설 측에서는 혹시나 어르신들이 후보자를 모를까봐 투표소로 가는 현관 로비의 탁자에 이번에 출마한 전체 후보자 선거 공보물을 비치해 두기도 하였다. 

이곳 요양시설에는 70여분의 어르신이 거주하며 그중에 거소투표 신청자는 31명이다. 시설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나머지 어르신들은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없거나 본인이 투표할 의사가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선관위 직원은 "거소투표 신청을 안 한 분들에 대해선 선관위가 왜 신청하지 않았는지 본인에게 일일이 확인하진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다만 신청자들 중에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허위 신청을 하였는지는 확인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직원은 거소 투표를 신청한 선거인이 맞는지, 간간이 본인 이름과 주소지 등 질문을 한 뒤 회송용 청색 봉투와 투표지를 교부하였다. 사전투표와 일반투표에서처럼 선거인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거나 지문 날인 또는 서명하는 절차는 없었다. 선관위 직원은 "거소투표 신청을 할 때 신청자 본인이 지문 날인을 하는 절차를 밟았기에 별도의 신분증 확인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에 그는 해당 요양시설 침대에 걸어두는 어르신의 사진과 증상이 적힌 비표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였다.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투표소 앞에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투표소 앞에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 정병진

 


투표가 한창 진행될 무렵, 두 분의 어르신이 투표를 못하고 한동안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선관위가 발송한 회송용 봉투가 담긴 우편물을 시설 관계자가 본인에게 전달하였지만 두 분의 어르신이 그 회송용 봉투가 담긴 큰 봉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선관위 직원은 두 어르신이 거소투표를 신고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자 그들의 주소지인 동사무소에서 인적사항과 등록번호 등을 팩스로 받아 대조한 뒤 투표할 수 있게 조치하였다.

투표는 오후 3시 10분경 거의 마무리되었다. 신고자 중에서 3명이 기권하였고 1명은 연휴라 가족들이 찾아와 외출 중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은 "투표소를 4시까지 운영하기로 하였으므로 계획대로 4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외출하신 어르신은 투표 마감시간까지 끝내 돌아오지 않으셨다. 결국 최종 투표자는 신고자 31명 중 27명의 어르신이 투표하셨고 4명 기권으로 집계되었다.

시설의 한 관계자는 "개인 시설들의 경우, 거소투표소를 설치하려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거소투표소 설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이어 "우리 요양원은 개소한 지 3년째이지만 작년 총선부터 어르신들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본인 의사를 일일이 확인해 거소투표소를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3시 20분경 투표소를 먼저 빠져나왔다. 시민의 눈 참관인에 따르면, 4시에 투표가 마감되자 선관위 직원은 투표 종료 선언을 하고 투표함을 열어 정확히 27개 회송용 봉투가 투입된 사실을 확인시켰다. 곧 이어 시설장, 정당 참관인들 및 시민의 눈 참관인과 함께 그 회송용봉투를 가까운 우체국에 인계하여 각 선거인의 등기 번호를 받음으로써 모든 투표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 4월 29일까지 거소투표 신청자들에게 회송용 봉투와 투표용지를 발송하였다. 거소 투표자들은 여기에 담긴 투표지에 기표한 뒤 그 투표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우편함에 투입하거나 시설 담당자가 그 회송용 봉투를 모아 우체국에 인계한다. 거소투표 신고인이 많은 시설이나 기관의 경우는 그곳의 책임자가 사전에 우체국과 협의해 수거해 가도록 할 수도 있다. 거소 투표자들의 회송용 봉투는 개표 당일인 9일 오후 8시까지 선관위에 도착하면 유효표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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