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지고는 한번도 넘어진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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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지고는 한번도 넘어진 적 없어요"
  • 오문수
  • 승인 2017.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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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서고지 마을 하양식씨의 삶... 장애 2급 몸으로 60년 동안 지게 품팔아 네 식구 부양
 여수시 안도 서고지 마을에 사는 하양식(73세)씨가 산중턱에 사는 동네 할머니댁에 가스통을 배달한 후 쉬고 있다.
▲  여수시 안도 서고지 마을에 사는 하양식(73세)씨가 산중턱에 사는 동네 할머니댁에 가스통을 배달한 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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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 없으면 가스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못 나릅니다. 수술해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아저씨가 날라줘요. 나만 그런 건 아니고 윗동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고마운 아저씨죠."

안도 서고지마을 선착장에서 50여 미터쯤 올라간 산중턱에 사는 김윤심(83)씨가 지게에 가스통을 싣고 배달하러 온 하양식(73)씨에 대해 설명해준 내용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60여년간 지게와 리어카로 이웃집 사람들의 물건을 배달해주는 하양식씨가 사는 서고지 마을은 안도에 있다. 안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7°48′, 북위 34°29′, 여수 남쪽 34km 해상에 있으며, 북쪽에 금오도, 남쪽에 연도가 있다.
 

 서고지마을 임을 알리는 표지석 모습
▲  서고지마을 임을 알리는 표지석 모습
ⓒ 오문수

 

 

 하씨가 사는 여수 안도의 서고지마을. 하양식씨는 산중턱에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 집에 물건을 배달해준다
▲  하씨가 사는 여수 안도의 서고지마을. 하양식씨는 산중턱에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 집에 물건을 배달해준다
ⓒ 오문수

 

 

 동행한 장희석씨에게 통발의 용도를 설명해주는 하양식(오른쪽)씨
▲  동행한 장희석씨에게 통발의 용도를 설명해주는 하양식(오른쪽)씨
ⓒ 오문수

 


금오도 비렁길 5코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안도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안도 소재지와 동고지 마을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서고지 마을이 나온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서고지 마을 항구에서는 어민들이 양식장을 손질하거나 출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고지항은 섬과 섬들이 파도를 막아주는 천혜의 항구로 가두리, 정치망, 고기잡이배 등 바다와 섬이 갖추어야 할 것을 두루 갖추고 있다.

출어 준비와 양식장 관리에 바쁜 사람들 사이로 솜과 발이 불편한 분이 다리를 절며 걸어갔지만 그 분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지나가는 할머니한테 하양식씨에 대한 인상착의를 설명해주자 "방금 지나간 사람이 바로 그분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인당에 가서 차 한 잔하며 얘기합시다"라고 말하자 웃으며 선선히 응하는 하양식씨. 98세인 모친은 여수시내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장애 3급인 아들(38세)이 할머니를 간병하러 여수 시내로 나갔다.

착하고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하양식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5천원, 1만원을 기부하기도해서 병원비를 조달했다.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줍니까?"하고 묻자 "내가 대가를 헌깨 도와주지"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가 인생에 달관한 사람처럼 보였다. 대화가 계속됐다.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으셨어요?"
"내 복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요. 그냥 웃고 살지요. 나이가 들어 아내(66세)도 몸이 불편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몸 움직여 먹고 살 수 있응깨"

평지는 리어카와 손수레로, 산자락은 지게로 운반해
 

 운반할 짐이 많고 평지일 경우에 사용할 하씨의 리어카. "왜 두대인가?"를 묻자 "신속하게 고쳐줄 사람은 없고 시간이 없을 때를 대비해 두 대를 준비했다"고 한다.
▲  운반할 짐이 많고 평지일 경우에 사용할 하씨의 리어카. "왜 두대인가?"를 묻자 "신속하게 고쳐줄 사람은 없고 시간이 없을 때를 대비해 두 대를 준비했다"고 한다.
ⓒ 오문수

 

 짐이 얼마되지 않고 평지를 갈 때는 작은 손수레가 하씨의 운반수단이다
▲  짐이 얼마되지 않고 평지를 갈 때는 작은 손수레가 하씨의 운반수단이다
ⓒ 오문수

 


서고지항에 배가 들어오면 몸이 불편한 주민들은 하씨에게 짐을 운반해 달라고 부탁한다. 평지에서 무거운 짐을 운반할 때는 리어카로, 가벼운 짐은 손수레로 운반한다. 반면에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산자락을 올라갈 때는 지게가 운반수단이다.

그가 주로 운반하는 물건은 쌀, 가스통, 짐 보따리, 고기상자 등이다. 운반비는 많아야 6천원에서 7천원이다. 힘 없는 노인들이 여수시내에서 장 보고 와서 무겁다고 맡기기도 한다. 지게로 짐을 나르는 사람이 혼자라 수입이 제법 되는 줄 알았다.
 

 7년전에 새로 만들었다는 하씨의 지게 모습. 지게끈마다 하얗게 일어난 보풀이 하씨가 견뎌낸 세상의 무게를 보여줬다.
▲  7년전에 새로 만들었다는 하씨의 지게 모습. 지게끈마다 하얗게 일어난 보풀이 하씨가 견뎌낸 세상의 무게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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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달에 몇십만원은 벌겠네요."
"생각해 보세요. 쌀을 한번 배달하면 한 두달 지나야 또 배달하잖아요. 옛날 농사를 많이 지을 때는 소 마굿간도 치우고 거름도 만들고 하면서 일거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노인들만 남아서 밭을 묵혀 버렸기 때문에 일거리가 없어요. 한 달 내내 해야 10만 원 정도 밖에 못 벌어요."

노인당에서 편히 지내야 할 하양식씨는 지금도 40㎏짜리 가스통을 지고 경사진 산자락을 오른다. 옛날에는 비료 9가마니도 지고 다녔다고 말한 그가 오르막길을 따라 가스통을 지고 가는 게 위태로워서 "힘들지 않습니까? 괜찮으세요?"하고 묻자 "중간에 쉬었다 일어서려면 성가신깨 쉬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버려요"라고 말한다.

가스통을 싣고 내릴 때 잡아달라고 부탁해 들어보니 보통 무거운 게 아니다. 60평생을 지게꾼으로 살았지만 지게 지다가 넘어진 적은 없고 소 먹이다가 한번 넘어진 게 전부란다. 하씨에게 "100살까지 지게질 계속하실 건가요? 힘들게 살아왔는데 소원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웃으며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고! 100살은 무슨 100살.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아요. 먹고사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에서 주는 생계비하고 지게 품팔이로 살아가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지만 곰팡이가 잔뜩 낀 방을 헐어 버리고 부엌을 고치고 싶어요."
 

 싱크대에서 방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부엌 옆방 모습으로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다. 하씨의 소원은 도배라고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본적으로 고쳐야할 것 같다.
▲  싱크대에서 방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부엌 옆방 모습으로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다. 하씨의 소원은 도배라고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본적으로 고쳐야할 것 같다.
ⓒ 오문수

 


1980년도에 융자를 받아 지었다는 하씨 집을 구경했다. 골목 길가에 난 유리창은 틈새가 벌어져 겨울에 바람이 들어오고 부엌에 딸린 작은방에는 곰팡이가 잔뜩 끼어 있었다. 양지쪽 집인데 곰팡이가 낀 이유를 알아보니 싱크대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부엌으로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하씨에게는 수협에 갚아야 할 빚 200만원이 있다. 부친이 살아계실 때부터 진 빚이지만 조금씩 갚아간다. 국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위한 혜택과 장애연금이 나오지만 전기세, 전화세, 병원비를 내고 남는 돈으로 살기가 빠듯하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병원비 혜택을 받지만 4명의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반찬거리는 지게품 팔아 번 돈으로 사거나 부인이 산에 가서 고사리나 나물을 캐기도 한다.
 

 가스통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하양식씨. 젊었을 적에는 비료포대 9가마를 지고 다녔다고 한다
▲  가스통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하양식씨. 젊었을 적에는 비료포대 9가마를 지고 다녔다고 한다
ⓒ 오문수

 

 

 서고지마을 뒷편 바닷가에는 하씨를 닮은 바위 하나가 거센파도와 싸우며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었다.
▲  서고지마을 뒷편 바닷가에는 하씨를 닮은 바위 하나가 거센파도와 싸우며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었다.
ⓒ 오문수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비올 때면 비를 맞고 화장실까지 갔다 와야 한다. "지게질할 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지금이야 동네 사람들이 부역을 해서 시멘트 포장길로 만들었지만 전에는 바위 길과 흙길이라 더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하양식씨.

면사무소 관계자 얘기에 의하면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협의체에서 하씨를 돕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실행된 것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게 지고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는 그의 인생도 넘어지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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