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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야생차(茶)문화 축제를 돌아보다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의 현장

  • 입력 2017.05.12 10:06
  • 수정 2017.05.13 04:19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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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기간 동안에는 이곳 저곳에 축제의 장이 한창이었다. 여수로 보면 거북선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하동을 다녀왔다.

 축제의 행사 중에서 차(茶)축제로는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의 축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4일부터 5월 7일까지 하동의 야생차 문화죽제가 있었다. 하동 화개에서 펼쳐진 야생차 축제를 잠깐 들여다본다.

야생차

 차(茶)라 하면 흔히 다방 문화가 한창이던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커피를 대표적으로 하였고, 티백의 녹차를 대표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이 벌써 과거 1970년대까지 삶의 여유와 같았던 세상살이의 한 부분이었던 듯 싶었지 않았던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좀더 여유로워지기 위한 삶의 틈새에 좀더 멋스러워지기 위한 노력에 차마시 문화에 접근한 것은 아마도 80년대 이후나 되었을까 싶다. 차는 바로 이 여유로움에서 비롯된다.

화개 야생차 축제의 주무대가 있는 부스

 이웃인 하동군 화개면은 지리산 계곡에 자리 잡은 동네이다. 계곡 하나가 행정단위로 면이 하나 형성될 정도로 계곡의 규모가 크다. 구례와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고 있고, 계곡의 입구에는 조영남 노래로 등장하는 화개장터가 있는 곳이다. 유명한 지리산 피아골이 바로 옆에 위치한 골짜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화개를 들어가는 그 길목으로는 거의 15킬로미터에 이르는 벚꽃길이 늘어서 있어서 벚꽃철에는 관광인파로 장관을 이룬다.

차 시배지 기념비석 및 김대렴 추모비

 이 화개가 한국차문화협회가 인정하는 차 시배지(始培地)이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차를 재배했던 곳이다. 차는 신라시대 김대렴이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 김대렴이 바로 이곳에서 최초로 차를 재배했다.

왕께 올린 차의 동네

 화개의 야생차 문화축제는 벌써 21번째가 되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사, 그리고 차 문화를 알리는 행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차(茶)라고 하면, 보통 대추차, 생강차, 유자차.... 등과 같이 일반적인 찻집에서 파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차(茶)는 찻잎을 사용하는 것이지, 대추차네 생강차네 하는 것은 그 의미로 보면 차가 아니고 탕(湯)인 것이다. 그래서 생기는 말이 대용차라고 하면서 찻집에서 팔고 있지만 일단 용어의 정의를 가지고 논할 문제는 아니니 뒤로하고, 단어의 의미로 볼 때 명확한 사실을 밝혀 두고자 한다.

생산농가별 또는 차 브랜드별 부스

 이 화개의 야생차 행사는 해마다 참가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전년보다 부스의 숫자도 많아지고, 행사도 다양해지고 있는 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5월 4일)의 방문객은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한다. 연휴라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간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활기는 예전에 비해 퍽이나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에는 각각의 차 생산농가들이 자신의 브랜드로 된 차를 내놓고 방문객에게 시음의 기회를 준다. 맛보는 것이야 무료이다. 사양할 것도 없다. 권하면 가서 차를 마시면 된다. 이것은 마치 옛 중국에서는 일백여가문의 차생산자가 차를 생산해서 같이 시음을 하는 모임인 백가차회(百家茶會)와 같은 형태이다.

부초법으로 차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예전부터 화개는 녹차로 유명했다. 화개녹차는 찻잎을 솥에서 부벼서 만드는 부초법의 차로서, 이 제다법은 전통이라고 보기보다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제다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법 제다는 좀더 달랐을 것으로 본다. 

 부초법의 제다는 원래 생잎을 따서 뜨겁게 달군 솥에 덖어서 찻잎의 숨을 죽인다음 이를 멍석에서 비비고, 식혀서 다시 솥에서 덖고, 다시 비비고 하는 과정을 아홉번을 하면서 구증구포(九蒸九舖)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증구포의 방식은 문헌에서나 나오는 방법이고, 요즘은 사람이 일일이 하는 과정을 줄여서 기계에 의존하다보니 덖고 비비는 과정을 주로 기계를 사용한다. 

 기계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는 생산자의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과거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하던 방법의 제다법에 비하면 제다과정이 훨씬 단순화 되었고, 그에 맞추어 그 생산량도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계가 대신해준다고 하더라도 찻잎을 따는 채다(採茶)는 역시 사람의 손을 빌어야만 한다. 채다 시기가 되면 화개는 일손이 부족하다. 일손이 부족한 이 시기가 되면 인접한 구례에서 차를 따는 인력이 몰려온다.

솥에 들어가서 시들린 찻잎을 약간 말리고 있다.

 채다의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능숙한 사람이 하루에 3Kg를 따기가 쉽지 않다. 1킬로그램의 생차잎으로 100그램의 차 한봉지가 나오니 벌써 차를 따는 그 원가를 따진다면 인건비의 몫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찻잎이 더 어린잎일 경우에는 채다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찻잎이 크고 이를 채다해서 차를 만들어야 하는 농가의 입장으로 보면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라고 한다. 

 금년에 나온 차들도 모든 제품이 완전하게 생산되는 것이 아닌데, 굳이 행사를 이 시기에 해야하는지 비판스런 이야기가 있다. 듣고 보니 맞는 이야기였다. 모든 종류의 차생산이 끝난 후에 소비자들에게 차를 제대로 알려주는 행사이어야 할텐데도, 굳이 이 시기에 하는 것을 보면 이것도 지극히 행정편의주의로 보여진다.

 찻잎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봄이 되면 풀잎이 자라듯이, 새싹이 나오는 것과 같이 하루밤을 지내면 그 다음날에는 불쑥 커버리는 것이다. 찻잎 따는 시기를 놓치면 찻잎의 크기에 비례해서 차 품격도 달라진다. 물론 차품격이 굳이 크기에만은 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차따는 시기에서도 비롯되지만 아무래도 찻잎의 크기가 큰 영향을 미친다.

 녹차하면 일반적으로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분류한다. 우전은 곡우(4월 20일경) 이전에 채다한 찻잎으로 만든 것이고, 세작, 중작, 대작은 말 그대로 가늘다는 세(細)와 참새라는 작(雀)을 써서 참새의 가는 혀와 같다고 하고 중작과 대작은 중(中)과 대(大)를 쓴다. 

 이것은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다. 미래 찻잎을 따는 인공지능의 로봇이 있어서 판단하면서 잎을 따는 일을 한다하면 모를까. 잎을 따는 일은 결국은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만이 되는 수작업이다. 

  그러다보면 찻잎은 고르지 않을 수 있기도 한다. 이렇게 채다한 찻잎을 솥에 넣고 비비고 하는 과정에서 자칫 실수하면 불이 많이 가기도 하고 덜 가기도 하여서 자칫 차 맛을 망치기도 한다. 그래서 차는 차따는 채다에서 시작하여 만드는 제다, 그리고 마시는 행다까지 도(道)라고 하여 다도(茶道)라고 하는 것이다.

 차는 참으로 까다롭다.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에 시작된 발효차, 찻잎을 약간 방치하고, 따는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좋은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 그렇게 하여 시작된 것이 바로 발효차이다.

 찻잎을 방치해두면 찻잎은 바로 발효를 시작한다. 애매하게 변질되는 이 발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차들이 중국의 발효차이다. 일종의 홍차, 오룡차, 철관음, 보이차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한국의 발효차는 발효의 방법에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나왔다. 그것은 각 제다자들의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과정에서 발효를 더 진행시키고 덜 진행시키고, 불은 어떻게 사용 하는가 등등 갖가지의 방법에 따라 달리하고 있지만, 그 맛은 대체로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다. 약간의 차이는 어쩌면 정성이랄 수 있을까. 동일하게 만들어도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타이밍일 수 있다.

홍차를 만드는 권휴씨의 권대장 홍차 부스

 이번에 나온 차들 중에는 그래도 주목해볼만한 차가 있었다. 홍차와 홍잭살이었다. '홍잭살'도 일종의 홍차와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불 조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차색은 약간 진하고, 차 맛이 홍차와는 약간 다른 맛을 낸다. 

 홍차는 권휴씨의 홍차가 유일하게 나와 있었다. 물론 발효차들이 전부 이제는 홍차라고 하는 브랜드를 걸고 나서고 있지만, 권휴씨의 홍차는 벌써 3년째 이 전통 홍차로써 문화축제의 장을 홀로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작년에 비해서 맛이 많이 좋아졌다. 홍차의 차색도 황금색에 가깝게 끌어냈고, 맛도 순한 맛에 단맛이 퍽이나 줄어서 녹차의 맛까지도 내는 듯 했다. 해마다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반갑게 맞이하는 권휴씨의 홍차가 사뭇 염려스러워서 들려보았는데,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고 자랑한다. 

 이 어려운 차시장에 고집스럽게 지내온 모습이 대견했다.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기나 하듯이 차를 내놓았다. 어쩌면 특이하게 만들어내는 차의 한계는 표준화의 한계와 같은 것이 아닐까. 차라리 있는 그대로 표준화된 차를 들고 나오는 것이 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권대장의 홍차 포장방법이 바뀌면서 포장비용이 줄었다고 한다.

 홍차하면 일반적으로 영국의 '얼그레이'를 대표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표일 뿐이고 그 원료는 인도에서 생산된 찻잎이다. 홍차하면 유명한 3대 명차가 있다. 중국의 기문홍차, 인도의 앗샘홍차, 다즐링홍차가 그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에서도 홍차의 종류를 다양화 하여 좋은 홍차가 많이 나오고 있다. 찻잎이 백색인 전홍이나, 금준미 등은 백색의 잎에서 황색의 홍차가 우려져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그 맛도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의 다방 식 티백 홍차와는 그 격이 다르다. 

 과거 6, 70년대의 다방에서는 티백홍차에 설탕을 가미하여 홍차를 내어 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홍차도 단맛이 주가 아니다. 단맛은 살짝 비켜가면서 내는 녹차와 같은 맛, 차가 갖는 오미를 살짝살짝 내밀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색이 또 일품이다.

홍잭살의 부스

 '홍잭살'은 홍차와 비슷한 발효차이다. 이 차는 동국대학교 교수이고, 한국발효차 연구소 소장인 박희준씨의 지도아래 개발된 차로서, 과거 순천을 비롯한 화개지역의 가정집에서 만들던 방식의 재현이라고 한다.  차 이름도 그렇다. 작설차(雀舌茶)를 이곳 말로 '잭살'이라고 하는데서 유래한 것이란다. 그리고 차색이 홍색을 띠어서 '홍잭살'이라는 것이다. 

 하동발효차영농법인에서 만들어 낸 발효차인데, 이곳에서 있었던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맛은 일반적인 발효차와는 달리 녹차의 맛을 가지면서도 홍차의 맛을 겸하는 것, 그리고 때때로 간단하게 음료하고, 향을 유지한다. 차가 갖는 많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할까. 보통은 세잔째 정도 되면 그 맛이 쏙 빠져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발효차인데 이 차는 탕수가 제법 오래 가는 것이었다.

야생의 차밭에서 채다한 찻잎으로 만들어 낸 천년지향의 부스

 녹차하면 역시 현대 우리의 차문화에서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녹차는 우선은 찻잎이 좋아야 하고, 만드는 과정이 역시 맛을 좌우한다.  찻잎이 좋기로는 ‘천년지향’이다. 이곳은 이 집 주인의 차밭이 무려 3만평의 산계곡인데, 계곡 한켠으로 차밭에 차나무가 야생으로 자리고 있는 것이 일품이다. 차밭은 조성하려고 심었다고 하는데, 손길이 닿지 않아 관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차나무가 알아서 크고 일부 손이 닿는 지역만 전정하고 관리하는 수준으로 거의 야생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차나무에서 채다한 찻잎으로 만들어진 우전이 또 입맛을 당기게 했다. 우전은 부드럽다. 그리고 그 차향이 완연한 봄의 향기를 제대로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 향그럽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묵직하게 다가온 맛에 덤덤함이 또 그 맛일 수 있다. 

 녹차는 또 행다에 있다. 찻주전자와 숙우와 찻잔 사이를 오가는 행위의 변화. 그 위를 물줄기을 고요하게 흘러다닌다. 그리고 싱그러움이 울려퍼지면 그만인 것이다. 행다는 거기에서 숨멈추게 하는 순간, 자신을 되돌아서 잡아보는 것이다.

한밭제다의 유자발효차

 특이한 차가 있다. 한밭제다의 차, 유자의 속을 꺼내고 그 안에 발효차를 가뜩 채우고, 찌고 말리고를 아홉 번 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린 유자이다. 그것을 그대로 부수어서, 유자채로 차를 우려낸다. 우리기 전에는 차는 유자향이 진하게 나오다가 막상 우리고 나니 유자향은 미미하고 차향이 독특하다. 유자의 단맛인지 발효차의 단맛인지는 몰라도 살짜 스쳐가는 단맛이 오히려 차맛을 돋군다고 할까.

국제 차문화 체험관 부스
국제차 전시관의 부스 모습

 한쪽 부스에는 국제 차문화 체험관이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영국. 터키. 인도. 캐나다 등의 부스가 있다. 대체적으로 짐작되는 문화관이지만, 특이한 것은 터어키관의 이중 탕관이 눈에 띄었다. 간접적으로 찻물을 끓인다는 것이다. 독특한 탕관이다. 

 어쩌면 차라는 놈은 다양한 여유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 체험관은 그냥 눈요기를 하는 것에 그치고 대체적으로 도구의 판매를 위한 전시관이라는 점이 좀 아쉽다. 실제로 그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한국인이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된 그 나라의 전통의 문화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학생들의 행다 경연대회 장면

 문화축제의 둘째날인 오늘은 5월 5일이다. 행다 경연이 있고, 전통차 행다를 하고 있는 행다의 시연회가 있다. 행다(行茶)는 차마시는 행위인 셈이다. 전통차는 어떻게 행다를 했을까. 이것은 하나의 도와 같은 것, 집중이라고 하면 된다. 마음을 집중하여 물을 다룬다고 할까. 흔들림이 있으면 안된다. 

 도는 곧 집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치원생부터 일반인까지 행다를 경연하는 것이다. 이런 이것을 다례(茶禮)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했던 것은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문헌을 보고, 재연해서 지금은 정착된 방식으로 경연을 하고 있다. 행다의 자세와 태도 뿐만 아니고, 찻물의 색깔과 맛까지도 포함된다. 전통한복을 입고 행다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진중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행위에서 색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동(動)에서 잠깐의 정적이 있고, 정(靜)에서 하늘같은 무게감이 있는 것, 이것이 바로 행다의 모습이다.

행다의 시범

 행다에는 정해진 방식은 없다. 개인마다 또는 그 전통을 이어오는 가문마다 그 방법은 달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 따름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물 흐름에 어떻게 순응할 것인가. 차투입의 시점은 어떻게 하느냐, 자의 종류에 따른 시간 배분등 다양한 방식이지만 극히 자연적인 요소를 따라서 접근해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후에는 전통다례를 재연하는 시연회가 있었다. 전통다례라하면 가문별로 각각의 다른 행다의 방법론일 것이다. 일본의 전통다례를 보면, 정동(靜動)의 묘를 잘 살리고 있다. 흔히 기모노를 입고 하는 행다를 연상하기도 하지만 다례를 도로 승화시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일본이 그 전통의 깊이를 더한다고 보아야 한다. 

 어쩌면 역사적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침략만 받아온 우리에게는 삶의 여유와 같은 행위가 과연 얼마나 전통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가, 그에 비하면 일본은 그 다례의 전통이 짧지만 그것이 잘 보존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궁중다례의 시범장면 궁중다례는 말차로 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의 전통다례를 시연한다고 하니 주의 깊게 볼 일이다. 시연은 궁중다례, 화랑다례, 풍류다례 세가지를 하였다. 

 궁중다례는 김보길 선생님 주도로 재연이 되었다. 고종시기의 문헌에 의해 재연한다고 했다. 가루차를 내는 방법이다. 이것은 말차(抹茶)라고 하는데, 찻사발에 가루차를 넣고 이것을 차솔로 저어서 거품을 내어서 이것을 내는 것이다. 향과 맛을 내고, 거기에 시각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 그리고 차솔을 어떻게 사용하여 거품을 내는가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화랑다례 시범 장면

 화랑다례는 지리산에는 차문화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김태곤 선생의 가문에서 재연한 다례로 화랑들의 심신수련을 위한 정신무장의 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소수의 원화가 다수의 낭도에게 내어주는 차 대접이다. 그리고 행위의 절제와 무게감이 바로 수행의 한 방식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화랑세기에 근거하여 유추했다고 하나, 현대적인 해석이 뒤따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지만 적어도 이런 행다의 전통을 유지하려고 하는 자세는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풍류다례 시범 장면

 풍류다례는 김대철 선생이 재연했다. 이 풍류다례는 일종의 풍류도(風流道)와 같은 것이다. 풍류도라 함은 말 그대로 바람의 흐름에 따르는 것, 이것은 자연의 흐름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그 의미가 약간의 변질된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풍류는 어울림의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 어울림에는 결국 인생사의 흐름인 것이다. 재연의 방법은 유불선이 어울려서 하나의 자리를 만들고, 차가 그 중간에서 매개체가 되고 때때로 가무가 뒤따르고, 하는 것을 재연한 것이다. 종교를 버리고, 어울림으로 화합의 장을 만들면서 인생을 다시 되집어 보는 것, 그리고 유유자적하고자 하는 것, 이것은 마치 양반다례와 같고 산중다례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향가인 '안민가'와 '찬기파랑가'에 곡을 부쳐서 가무가 이루어지고, 다시 창작 비나리로 학춤과 양반춤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술자리에 일어나는 어울림이 찻자리로 이동했다고 할까. 이것은 또다른 방식의 다례인 것 같다. 어쩌면 여유를 갖고자 하는 인간의 짬의 욕구이지 않을까.

장작불을 때고 구증구포를 하고 있는 한솜스님의 제다현장

 돌아오는 길에 야인으로 있는 한솜스님의 제다실을 들렸다. 해년마다 차철이 되면 장작불에 가마를 걸고, 옛 방식 그대로 구증구포를 하면서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차를 만들 때마다 고수하는 그 방식의 차는 어떤가. 일반적으로 녹차가 속이 부담이 든다고들 한다. 그러나 제대로 만든 녹차는 부담이 들지 않는다.  한솜스님이 만든 녹차가 바로 그런다. 하루종일 부스를 전전하면서 마신 차로 부담되는 속을 한솜스님의 차로 마무리를 한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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