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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음식,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전남 곡성 나루터의 섬진강 '참게수제비'

  • 입력 2017.05.16 16:42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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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참게수제비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기막힌 맛이다.
▲  섬진강 참게수제비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기막힌 맛이다.
ⓒ 조찬현

 


사실 맛집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곳이 더 많다. 우리가 사는 이웃에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못 찾을 뿐이다. 평범한 식당으로 보이지만 의외의 맛을 뽐내는 곳들이 더러 있다. 반면 음식 맛과 상관없이 인터넷 맛집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곳도 있다. 식성 좋은 이들마저 숟가락을 들고 망설이게 만드는 곳들도 인터넷에는 버젓이 맛집 반열에 올라 있다.

이는 우리들의 기대치가 너무 큰 탓과 업주의 과욕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자신이 지불한 돈에 합당한 음식이면 만족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또한 다양한 매체의 먹방에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지나친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맛집이라는 허상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은 착한 집 또는 집밥 같은 진실 된 곳이 진정한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섬진강 '참게수제비'
 

 섬진강 참게수제비에는 섬진강의 풍미가 제대로 담겨있다.
▲  섬진강 참게수제비에는 섬진강의 풍미가 제대로 담겨있다.
ⓒ 조찬현

 


전남 곡성과 구례의 섬진강 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군데군데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섬진강에서 잡아온 다슬기와 참게요리를 선보인다. 메기를 이용한 메기탕과 은어 요리도 있다. 이곳 섬진강가에서 찾아낸 아주 특별한 요리를 소개한다.

참게수제비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콩닥거렸다. 세상에 참게로 요리한 수제비라니. 그 발상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또한 그 맛은 어떨까 자못 궁금했다. 섬진강에서 잡은 신선한 참게를 넣어 정성으로 끓여냈다면 그 맛은 보나마나다. 처음 만나게 되는 음식이지만 그 맛에 반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섬진강가, 곡성 죽곡면 하한리의 나루터 식당이다. 참게수제비(小, 2인분) 한 뚝배기에 2만원이다. 참게수제비는 일반 수제비와 달리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필히 한 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다.

전화 연락을 한 후 찾아갔다. 아주머니가 우물가에서 다슬기를 손질하고 있다. 참게수제비 맛을 보기위해 여수에서 찾아왔다고 하자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손질해 놓은 다슬기가 하도 싱싱해 보여 먼저 다슬기 전을 부탁했다.
 

 다슬기전이다. 다슬기 알맹이에 부추와 양파를 넣은 반죽을 프라이팬에서 부쳐냈다.
▲  다슬기전이다. 다슬기 알맹이에 부추와 양파를 넣은 반죽을 프라이팬에서 부쳐냈다.
ⓒ 조찬현

 

 

 전남 곡성 섬진강에서 잡아 손질해 놓은 다슬기다.
▲  전남 곡성 섬진강에서 잡아 손질해 놓은 다슬기다.
ⓒ 조찬현

 


다슬기전 한 접시에 1만원이다. 다슬기 알맹이에 부추와 양파를 넣은 반죽을 프라이팬에서 부쳐내는데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더해진다면 참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참게수제비는 참게를 날것 그대로 확독에 찧어 체에 걸렀다. 이렇게 걸러낸 참게를 약불에 뭉근하게 오랜 시간 끓인다. 애호박도 넣어 은근한 풍미가 더해졌다. 한술 떠먹어보니 은은하게 올라오는 참게향이 참 좋다. 함께 한 지인은 연신 맛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맛있어요, 참게향이 너무 좋아요."

섬진강 참게수제비, 정말 좋다. 수제비도 얇게 떠 부드럽게 넘어간다. 먹을수록 빠져 드는 이 맛, 섬진강의 맑고 넓은 깊이만큼 그 맛의 향기도 깊다.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픈 진짜배기 남도의 맛집으로 기억해야겠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깔끔히 비웠다. 참 맘에 드는 요즘 보기 드문 음식이다.

섬진강 풍미 가득한 참게수제비, 어떻게 만들었을까
 

 여수에서 곡성 가는 길에서 만난 차창에 스치는 섬진강변 풍경이다.
▲  여수에서 곡성 가는 길에서 만난 차창에 스치는 섬진강변 풍경이다.
ⓒ 조찬현

 


섬진강의 풍미가 제대로 담겨있는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나루터식당 주인아주머니와 시어머니(하한산장 운영)를 통해 그 맛의 근원에 대해 알아봤다. 주인아주머니(49.유근덕)는 참게를 날것 그대로 확독에 찧어 체에 걸러내 끓여낸다고 했다.

"살아있는 참게를 확독에다 야물딱지개 찧어갔고 고운 체에다 여러 번 걸러요. 그래갖고 끓이면 돼요."

아주머니는 30여 년 전에는 섬진강에 참게가 흔해 참게를 잡아 계란과 바꿔먹기도 했단다.

"섬진강에서 참게가 많이 잡혔어요. 30년 전에는 계란 한 개하고 바꿔먹을 정도로 흔했어요."

다음은 참게수제비의 탄생 일화다. 이 맛깔난 참게수제비는 나루터식당을 운영하는 유근덕씨의 시어머니(71.박금자)가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음식이다.

"시할머니가 이가 부실해서 시어머님께서 만들어 들였대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상품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2~3년 전부터 선보인 음식이에요. 느긋하게 천천히 공들여갔고 해야 몽글몽글 나와요. 진짜 알짜배기 보양식으로 먹기에는 요놈(참게수제비)이 최고예요."
 

 곡성 나루터식당 아주머니의 시부모다. 참게수제비를 최초로 만들었으며 근처에서 하한산장을 운영중이다.
▲  곡성 나루터식당 아주머니의 시부모다. 참게수제비를 최초로 만들었으며 근처에서 하한산장을 운영중이다.
ⓒ 조찬현

 


유씨의 시부모가 사는 집은 바로 아랫집이다. 시어머니 박금자씨는 자신이 모셨던 시어머니를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했다. 살아생전 시어머니가 참게수제비를 유난히 좋아하셨다며.

"우리 시어머니가 참게를 아주 좋아했어요. 게를 확독에다 갈아갔고 만들었제, 40년 전에 처음 만들었어요. 우리가 돈 욕심냈으면 엄청나게 돈 벌었을 거예요. 참게수제비는 손이 많이 가요. 매운탕은 끓여놓으면 되지만 이것은 손님 오는걸 보고 해야 돼요. 미리 해놓으면 퍼저분께."

일반 수제비와 달리 참게를 찧어 넣은 참게수제비를 먹으면 유난히 속이 편하다. 먹을수록 맛깔지고 매력 있는 음식이다. 섬진강가에서 참게수제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딱 세 곳이다. 이곳 박금자씨가 운영하는 곡성 하한산장과 근처에 아들과 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어르신은 참게수제비 하는 곳은 전국에서 "딱 세집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귀해서일까, 참게수제비 맛에 대한 첫인상이 아주 강렬하다. 다슬기수제비는 그냥 아무 때나 찾아가도 먹을 수 있고 흔하지만 참게수제비는 사전 예약이 필요한데다 전국에 딱 세 곳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곡성 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참게수제비, 이제는 섬진강 최고의 별미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참게수제비를 선보인 곳은 섬진강가에 있는 전남 곡성 나루터 식당이다.
▲  참게수제비를 선보인 곳은 섬진강가에 있는 전남 곡성 나루터 식당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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