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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대통령의 집' 탐방기

'아방궁'이라구요?...5월 주말에 예약접수 확인 가능

  • 입력 2017.05.21 06:52
  • 수정 2017.05.22 07:44
  • 기자명 한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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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4일 김해 봉하마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과 후의 봉하마을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당선 전인 지난 4월 30일은 참배한 누구도 대통령 선거를 말하지 않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당선 이후인 5월 14일은 참배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고, 활기 찬 분위기였다.

성남 시민들이 달아놓은 현수막 앞에서

5월 14일 우리는 ‘아방궁’, ‘노방궁’이라는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 지금은 ‘대통령의 집’을 관람하러 갔다. 12시 쯤 도착해서 서둘러 현장 접수를 하였다. 오후 3시 30분 관람이다.

대통령의 집’은 내년에 완전 공개를 한다. 올해는 특별 관람을 하고 있다.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5월은 주말 내내 공개를 한다. 관람은 인터넷으로 사전 접수를 하거나 현장에서 접수를 받고 있다. 1회 접수 인원은 30명이다.
정문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전 예약 단체는 12시, 12시 30분, 오후 2시 30분, 3시 등 4회 공개, 현장 접수는 오전 10시, 10시 30분, 11시, 11시 30분, 오후 1시, 1시 30분, 2시, 3시 30분, 4시, 4시 30분 등 10회 공개한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먼저 노무현 대통령 묘역 너럭바위를 참배하였다. 국화꽃을 헌화하고서 찡한 가슴으로 봉화산을 올랐다. 마애불, 부엉이바위, 사자바위와 봉수대, 호미든관음상, 정토원을 보고 ‘대통령의길’을 걸었다. 점심을 먹고서 추모의 집에서 진지하게 30분 동안 노대통령의 육성이 나오는 영상을 들었다.

드디어 몇 차례 와서 기회를 놓쳤던 ‘대통령의 집’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이명박 대통령 초기 대변인 노릇을 한 나경원 의원이 ‘아방궁’이라고 하였다. 홍준표 의원은 2008년 국정 감사를 하면서, “후보 시절부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싶다”고 하였다.
참배객이 줄 지어 서있다.

이은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가 조사한 바로는 봉하마을 꾸미기에 1000억 원 정도 들어갔다고 한다. 웰빙 숲 뿐 아니라 국비와 지자체 특별교부금 등 여러 부처에서 예산 지원을 많이 해서 골프 연습장까지 만들어놨고, 그 지하에 ‘아방궁’을 만들어서 그 안을 볼 수 없는데, 커다란 팬 시스템이 있어 그 안에는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가능한 나무와 흙, 돌로 지은 친환경적인 대통령의 집

아방궁은 진시황(秦始皇)이 기원전 212년에 건립하기 시작한 대규모 황궁이다. ‘아방궁’의 규모는 <사기(史記)>에 의하면 동서로 650m정도, 남북으로 115m 정도이다. 위에는 1만 명이 앉을 수 있으며, 아래는 약 2.5m의 기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진짜 노무현 대통령의 집은 ‘아방궁’일까? 이미 바깥에서 볼 때도 ‘아방궁’까지는 아닐 것 같다. 궁금증을 갖고 우리는 출입구를 지나 정문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90평으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이다. 40평은 국가 소유인 경호동이므로 촬영을 해서는 안 되고, 나머지 50평은 개인 소유임으로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처음 만나는 반 지하는 창고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와 눈에 익은 손녀와 타던 자전거, 농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설사가 안내를 하고 설명을 하였다. 노대통령이 자연 재료 사용을 강조해서 흙과 돌, 나무 등을 주재료로 한 건물이다. 특히 친환경적인 건물을 위해 지열을 이용해서 난방을 하였다.

지하 창고에서 정원으로 나와서 주거 공간으로 들어간다. 정원에 지금 꽃이 피고 있는 산딸나무는 제주4.3사건 추모식 때 대통령이 참석해서 국가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해 주셔서 제주도민들이 기념식수를 하였다.

잘 가꾸어진 정원, 당장이라도 사용하는 것 같은 장독대, 자연석 그대로 쌓은 축대, 창덕궁에서 본 높은 굴뚝 등이 있었다. 노대통령이 이곳에 집을 지은 것은 주변 풍광을 볼 수 있어서 그랬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즐겨 부르던 노래 ‘상록수’ 가사에 나오는 소나무가 멋있다.

주방, 부부가 나란히 앉았던 식탁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에서 봉화산쪽으로 내다보면 4개의 창문으로 소나무가 하나씩 보인다. 지붕을 동고서저로 만들어서 당신의 마지막 부엉이바위가 있는 봉화산이 보이게 하였다. 손님이 오면 잘 보이는 자리를 양보하고 건너 쪽에 앉았다고 한다.

사랑채 안쪽에 앉아 남쪽 창을 보면 고시공부를 하던 ‘마옥당’과 부모님 묘소가 보인다. 노무현 재단에서 그곳을 구입해서 내년에는 복원을 한다. 사랑채에 걸린 액자 중에 쇠귀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사람 사는 세상’이 있다. 그 바로 옆에 손녀가 쓴 낙서도 그대로 놔두어서 또 다른 작품이 되었다. 취임식 때 입장하지 못한 외국인이 근처에서 찍은 취임식 장면 사진도 벽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신영복의 '사람사는 세상' 액자와 손녀의 낙서 가 있는 벽
거실

주방에는 식탁이 있는데 부부가 마주 앉지 않고 곁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봉화산 경치를 보았다고 한다. 다시 건물에서 나와 멋진 붉은단풍나무가 서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TV와 함께 듀얼 모니터인 컴퓨터가 놓여있다. 그 모니터에는 노대통령 마지막 파일, 유서가 첫 화면으로 띄워져 있다. 안쪽으로 부부 침대가 놓여있다.

다시 건물 뒤로 가서 서재를 자세히 보았다. 900 여 권이 넘는 노대통령이 보던 그 책이 그대로 남아있다. 누구보다 독서광인 노대통령은 독서 말고도 거기서 ‘진보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 때 저쪽 마당 건너에서 방문객들이 불러내면 나가서 말씀을 하던 곳이다.
여느집과 다를바 없는 장독대

서재 바로 옆은 경호동이다. 경호동 가기 전에 눈 여겨 본 것이 바로 지하와 뚫린 사각 공간이다. 지하와 공기 순환, 햇볕 조명 등을 하기 위해 광주 문화의 전당처럼 만들어져 있다. ‘지하 벙커’라고 비아냥거린 곳이다. 경호동은 눈으로 보고 마당으로 나왔다.

지하벙커라는 말을 들은 지하와 1층 연결 공기 순환 통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경호동은 떨어져서 외부에 짓자는 관계자의 말에 언제든지 만나야 하는 경호원과 비서관이 불편하므로 함께 짓자고 하였다. 역시 서재에서 나오면 바로 사무실이 있다. 그와 같은 배려가 ‘아방궁’까지 비화되었다는 것이 슬프다.
 

대통령이 사는 집은 1층에 사랑채, 침실 딸린 거실, 주방, 서재 이렇게 4개의 공간이 있다. 지하에는 창고와 기계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 ‘아방궁’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그 분들이 이곳을 한번 다녀갔으면 좋겠다.

서재
‘대통령의 집’을 나서면서 속았다는(?) 기분이다. 특별히 볼 것은 없고, 우리 곁을 떠난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만 더 채워서 나왔다. 아마도 봉하마을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노무현의 영원한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가 못 다 이룬 ‘사람 사는 세상’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문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앞 활짝 핀 작약꽃

이미 며칠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심정을 누구나 느낀다. 8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당신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찾는 8주기 추모식에서 크게 기뻐하고 “야~ 정말 기분 좋다”라고 하실 것 같다.

노대통령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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