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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르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

  • 입력 2017.05.25 09:15
  • 기자명 곽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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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가을, JTBC가 최순실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서 드러난 국정농단사태를 보도하면서 촛불은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여러 차례 거짓말로 꾸민 대국민담화를 하였고, 박근혜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은 국회 청문회에서도 위증을 하였습니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거짓과 비밀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촛불이 하나 둘 광화문으로 모여들어 백만 개가 넘었고, 결국 촛불은 혁명이 되어 거짓과 비밀로 치장한 박근혜대통령을 파면하였습니다. 그리고 장미가 피기 시작하던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촛불혁명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두 주가 조금 지났습니다. 그 사이 대통령은 직접 국민들 앞에서 인선을 설명하면서 후보자의 허물을 먼저 드러내며 양해를 구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의 37년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져버리지도, 탕평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전반에 내재된 부정에 눈감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 사이 과연 무엇이 바뀌었나요? 이 땅도 이 국민도 그대로지만,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얼마나 바뀌겠어!’하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공자는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어떻게 바뀔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季康子問政 於孔子. 孔子對曰 “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季康子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季康子問政 於孔子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 「안연(顔淵)」

  (노나라의 수장인)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정치라는 것은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수장인) 당신이 바름으로써 솔선수범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계강자가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공자에게 (대책을) 물었다.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당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으며 말하기를 “무도(無道)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여 유도(有道)한 사람들을 윤택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당신은 정치를 하는 사람입니다, 어찌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십니까? 당신이 선을 원하면 백성은 선하게 될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의 덕은 풀과 같아,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풀은 누울 뿐입니다.”

   계강자는 당시 노나라의 정치권력을 잡고 있던 대부였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염유를 등용하여 난을 평정하고, 공자를 등용하기 위해 불러들였는데, 당시 공자의 나이는 68세였고, 계강자는 아들뻘쯤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 계강자는 공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할지, 그리고 당시 현안을 묻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공자의 답은 참 쉽고, 명쾌합니다. ‘우두머리인 당신이 법을 잘 지킨다면 누가 감히 법을 어기겠으며, 상을 줘가며 어기라고 해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애먼 법만 엄격하게 하지 말고,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십시오. 당신이 하는 대로 백성들은 따라할 것입니다, 마치 바람 불면 눕는 풀처럼.’

   혹자들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국민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권력은 견제하고 제한해야 합니다.

권력은 대통령의 권력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을 이용해 국민을 죽음으로 몰았던 재벌과 검찰과 언론 권력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위에 군림하거나 그늘에 숨었던 보이지 않았던 권력과 우선 싸워야 합니다.

누가 그들과 싸우겠습니까? 뒤축이 닳은 구두를 신고, 약자를 찾아 손잡아 주고, 흐느끼는 이들을 안아주고, 허물을 먼저 드러내서 질정을 바라는 사람이 아닐까요.

   당신은 5년 후 어떤 나라를 꿈꾸십니까? 저는 청소년들에게 경쟁과 성공이 아니라, 정직함과 정의로움을 가르칠 수 있는 나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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