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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섬과 바다를 촬영하는 작가 된 박근세(61)씨

활기찬 인생 <新중년시대>①

  • 입력 2017.06.12 14:10
  • 수정 2017.06.13 08:45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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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섬 365개 촬영을 마치면서 많은 배편을 이용했다. 동료  사진가와 함께 배위에서 촬영 모습.  오른쪽이 박근세씨.
[편집자 소개글]
고령사회의 새로운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활기찬 60대와 70대가 넘친다. 이전의 직장생활이나 전문직 활동을 마치고, 새롭게 ‘제2막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노인’이라 불리기보다는 ‘새로 맞이한 중년’이라고 불리길 원한다. 이른바 ‘新중년’시대다. 그 이상의 나이에도 활기가 넘친다.  이제 ‘100세시대’를 말한다. 본지는 틈틈이 ‘신중년’이라 불리며 제 2막 인생의 활기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고령사회의 새 풍속도를 만나보려고 한다.

 

박근세씨는 순천만을 자주 들른다. 새로운 주제  '순천만을 품은 여자만' 때문이다. 

청바지에 모자를 눌러쓰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람.

새로운 기기에도 어색함이 없다. 드넓은 바다 항공 촬영에 드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박근세(61)씨다. 그는 직장을 퇴직하고 취미로 잡은 카메라를 놓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는 ‘새로운 중년 아저씨’다. 할아버지나 노인이란 용어가 그에겐 낯설다.

지난 주말(6월 3일) ‘여자만’ 촬영에 박근세씨의 동선을 따라나섰다. 여자만을 촬영한다고 바다와 뻘밭과 포구만을 촬영할 줄 알았는데, 순천만 대대 들판의 모내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촬영한다.

“요새는 모내기 모습이 흔치 않거든요. 모판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함께 작업하는 장면들이어서 담아 두려는거죠. 제가 찍어둔 사진이 30만 컷 정도 될겁니다”

모내기 장면을 촬영한 사진은 비가 내린 현충일에 가뭄 걱정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만나는 사람들, 만나는 자연 현상들에 그는 늘 귀 기울인다. 지나가는 길에 차를 세우기 일쑤다. 30만 컷! 그는 직장생활 하기 전에 사진관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 인연이 직장생활 30여 년간 사내 사진동호회 활동으로 연결이 되었고, 지금까지 30만 컷의 사진을 촬영하게 했다.

2016년도 1월에 개최한 '아름다운 여수 365섬' 사진전 포스터, 그의 첫 전시회였다.

더러는 그를 ‘사진 작가’라고 부른다.  지난해 초에 '아름다운 여수 365섬' 사진전을 개최한 탓이다. 아마츄어 작가였다.

“직장 생활 틈틈히 전국의 섬을 찍던 중 여수지역발전협의회의 여수 365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게 본격적인 섬 촬영의 계기가 됐죠”

이후로 그의 사진 주제는 여수의 섬이다. 10년 넘게 섬 촬영을 했다. 그리고 1차 결실이 2016년도 섬 사진전이었다. 2년 전에 퇴직도 했으니 이제는 더 자유스러워졌다. 

섬을 테마로 인문, 지리, 삶, 생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다고 스스로도 자부한다. 거기다 여수의 섬 365개를 5년에 걸쳐 다 돌았으니... 남면 연도의 무인도 ‘간여’를 마지막으로 여수의 모든 섬 촬영을 마친 바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주제나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섬 촬영의 이로움으로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비용절감을 든다. 퇴직자로서 취미활동을 하려면 비용면에서 잘 설계된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섬에서는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필요한 컷을 찍어요. 계절별 방문도 필요하고, 빛의 방향에 따른 변화도 담아야 하니까 비용을 감안해서 유인도에서도 텐트생활을 즐기죠. 섬 촬영은 운동에도 좋아요. 골프보다 훨씬 운동이 더 된다고 봐요”

사진 촬영은 일정한 장비를 구입하면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란다. 필름 값이 안드는 게 큰 장점이다.

촬영을 하다보면  좀 더 높은 곳에 올라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앵글의 테마를 ‘섬’에서 최근 ‘만(Bay)’을 추가했다. ‘순천만을 품은 여자만’이 그의 요즘 주제다.

“여수 중심으로 보면 세 개의 만이 있죠. 여수반도 동쪽 섬진강 하구의 ‘광양만’이 있고, 여수 반도와 화양반도 사이의 경도부터 백야도까지가 ‘가막만’입니다. 그리고 여수 화양반도와 고흥 반도 사이의 멋진 항아리 모양이 바로 ‘여자만’인데요, 그 안에 ‘순천만’이 있죠. 그 중 여자만은 여수,순천,보성 벌교,고흥 네 지역에 해당하는 넓은 곳이죠. 우리 바다의 보고이기도 하구요”

그 ‘여자만’ 안에 순천만도 있고,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 뻘밭도 있다. 여자만의 큰 항아리는 여수 적금도와 낭도의 섬들이 바다쪽을 막아주고 있는 멋진 곳이다.

팔영대교에서 육지 방면을 바라보며 여자만의 규모를 설명하는 박근세 씨.

 

여수 적금도와 고흥반도를 연결하는 팔영대교. 적금도에서 바라본 다리 너머 멀리 팔영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고흥과 여수 적금도 사이의 연륙교인 ‘팔영대교’를 가면 여자만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즈음은 팔영대교는 물론 벌교나 순천만 화포, 고흥의 과역과 동강, 영남면의 해변이 그의 에어리어가 되었다. 

여수에서 여자만의 이름을 지어준 섬 ‘여자도’ 또한 그가 자주 들르는 곳이다. 군생활을 여자도에서 전투경찰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더욱 애정이 간다. 아마도 그런 추억들이 셔터의 주제를 ‘여자만’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외에 노후 취미로 사진찍기의 장점은 시간보내기다.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게 사진이다. 틈나면 차를 몰고 나가서 촬영을 하다보면 가끔 끼니를 제 시간에 못 맞추기도 하지만 흥미있는 일이라 김밥도 좋고, 주막에서 라면도 좋다. 운 좋게 만나면 미식가들이 들르는 지역의 맛집에서 호사를 부리기도 한다.

1년 중 요사이 딱 한 달간 잡하는 '운구지' 말리는 현장을 촬영한다.

촬영에 한나절을 소요 하면, 집에서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이 촬영한 시간만큼 또 소요된다. 거기다 개인 페이스북에 ‘아름다운 여수 365섬’ 공개 그룹까지 운영하다 보면 시간이 늘 빠듯하다.  노후 시간 보내기에 이만한 취미가 없단 생각이다.

요사이  카메라에는 녹음 기능이 있어 수첩이 필요 없다.  '운구지'에 관한 정보를 듣고 시진기로 바로 녹음하는 박근세씨

여자만 촬영을 하다보면 순천만에서 주변 사람들도 만난다. 1년 중 요사이 딱 한 달간 만나는 특별한 어종을 말리는 현장도 촬영했다. ‘운구지’다. 이에 대한 설명을 현지 주민들을 만나서 들어본다. 이 고기를 잡는 장면도 찍고 싶다. 해당 사진 컷의 카메라에 방금 들어둔 정보들은 녹음하면 수첩이 필요없다.

순천만 해변 마을에서는 자전거여행을 나온 사람을 흔히 만난다.

순천만에는 외지에서 홀로 여행오는 사람도 만난다. 사색하는 청춘과 바다를 바라보면 그는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못 견딘다. 

대구에서 온 대학생과는 전화번호를 나누고, 사진을 보내기로 했다. 그의 사진찍기는 늘 이렇게 자연을 만나고 또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사색에 잠긴 순천만 방문객은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찍힌 사람과 연락해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대구애서 온 대학생이어서 이 사진도 매일로 보내줬다.

그의 사진찍기를 주변에서는 부러워한다. 무료하지 않게 보낼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노후에 맞는 무료함에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퇴직 앞두고 10년 전부터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일반 직장인의 경우는 일정 나이에 퇴직을 하게 되는데, 노는 걸 대비해야 합니다. 퇴직 이후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 삶의 ‘주제’를 잡아야 합니다”

거기에 퇴직은 경제적인 문제가 코앞에 닥친다. 어떻게 재무설계를 해야 할까? 코치를 부탁했다.

“일반적인 퇴직 직장인의 경우 퇴직금과 연금, 적절한 노후 대비 저축이 있을텐데, 이 돈을 부부를 위해서 잘 지출해야한다고 봅니다. 자식에게 교육비나 혼사비용으로 지나친 투자는 노후를 어렵게 할 수 있죠. 자신 스스로 여유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돈이나 경제적인 여유만이 아닌 정신적인 마음의 여유 또한 절실합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어떻게 정해진 한도에서 돈을 잘 쓸 것인지입니다. 젊어서는 버는데 만 신경썼지 잘 쓰는 데는 일반적으로는 좀 약하거든요. 이제 잘 쓰는 걸 익혀야 합니다”

꾸준한 탐구심을 갖는 것. 쉽게 ‘공부’라고 하는데 그는 ‘탐구’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는 노후를 보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사진 기술의 습득, 꾸준한 페이스북 소통, 드론같은 첨단 장비를 다루는 것. 모두 탐구심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드론으로 촬영하는 빈도가 요사이 부쩍 늘었다.

첫 사진 전시회를 마쳤는데, 촬영이 마무리되면 ‘순천만을 품은 여자만’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전시회도 기획에서부터 촬영과 작품 선정, 홍보와 소통, 이 모든 과정이 그는 ‘탐구심’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그 탐구심이야말로 자신을 젊게 만들어주는 활력소라고 강조한다.

그의 사진찍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탐구심 많은 60대 사진가의 끝없는 도전을 지켜보는 일. 
이는 고령사회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한 사람의 노후를 관전하는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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