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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의 바위들, “이름 불러줘야 ‘꽃’이다”

  • 입력 2017.06.17 06:33
  • 기자명 김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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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바위와 아우바우

구봉산이야기 지난 회 ‘장군산의 바위’ 머리말에 ‘구봉산에는 바위가 없다’는 역설적 표현을 했었다. 바위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오랜 단절로 인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르며 함께 해온 바위들의 이름을 잊혀진거다. 이름을 불러야 바위고 꽃이다.

구봉산은 장군산과 반대로 거의 모든 바위들이 한국화약을 감싸고 있는 ‘넘너리’에서 정상으로 형성된 긴 줄기가 있는 서남방에 산재해 있다.

그래서 60년대에 국가의 주요 방위산업체인 한국화약이 들어선 이후 ‘둘레길’이 나기 전까지 50여 년 동안 그쪽 구봉산 일대는 민간인들은 접근 못했다. 삼엄한 통제공간으로 사람들이 발길이 차단되어 바위들의 이름마저 ‘통제’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증언자들로부터 이름과 위치를 제보 받고 확인한 칼바위, 쌍바위, 장사바위, 명바위, 부엉이바위, 범바위, 망깨바위는 구봉산을 대표할 만한 바위들이어서 여기 다시 이름을 불러준다. 호명해야 ‘꽃’이라 하지 않던가.

1. 구봉산정상의 칼바위

구봉산정상의 암벽위에 칼처럼 솟아 있는 구봉산의 명물 바위였으나 1920년경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당시 신월리 사람들에 의해 절개되어 사라져 버렸다. (이미 구봉산이야기 제2회 연재기사로 실렸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쌍바위    ⓒ 김배선

2. 쌍바위

구봉산 서쪽 모박골 약수터 입구에 있는 모양이 비슷한 두 개의 바위.(구봉산이야기 제4회에 연재. 관련기사 바로가기>>>>>> )

장사바위    ⓒ 김배선

3. 장사바위

장사바위는 여서동 부영7차아파트에서 구봉산(잔디밭 몬당)으로 가는 등산로 여서배수지 뒤 둘레길 사거리에서 약100m 쯤 오른 지점 길의 좌측에 큰(장사)바위와 앞잡이 시종바위 그리고 장사바위 앞에 네모진 상(제단)바위 세 개로 짝을 이루고 있다.

장사바위의 유래는 옛날 이순신장군이 장군도 수로에 수중 성을 쌓기 위하여 바위들을 모은다는 소식을 들은 장사바위가 아우바위를 앞세우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그곳에 왔을 때 공사가 끝나버렸다는 말을 듣고 멈춰버렸다는 이야기를 대치마을 노인들께서 들려주었다.

장사바위 앞 제단바위  ⓒ 김배선

구봉산의 이름 있는 바위들 중에 북쪽 산줄기에 외따로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바위로서 70년대까지만 해도 생활터전으로 이곳을 왕래하였던 마을사람들에게는 자부심으로 불렀던 이름이었다.

이제 수중성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던 장사바위는 그저 이름 없는 바위가 되어 제단바위에 앉아 쉬어 가는 등산객의 뒷모습을 굽어보는 것으로 위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명바위 ⓒ 김배선

4. 명바위(맹바구)

명바위는 신월동 금호아파트 좌측 뒤편 샛길 등산로 좌측에 잔등을 이루고 있는 바위다. 필자가 신월동(새끼미)과 국동의 노인들을 찾아 바위들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는 중에 누구나 제일 먼저 입에 올리며 자랑삼는 이름이었다. 명바위의 이름에 대해서는 ‘거그가 명당이라 그렇게 불렀을 것이여’하고 그렇게 들었다는 것처럼 말들을 하였다. 명성처럼 커다란 바위들을 쌓아 올려 작은 암벽형태를 하고 있는 모습 앞에 서면 압도되는 기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곳이 사유지인 관계로 단양 우씨(丹陽禹씨)들의 조상 묘소가 바위 앞 공간에 조성되어 묘지로 변해버렸다.

명바위. 바위 앞에 명성만큼 명당을 차지한 무덤 ⓒ 김배선

하지만 뒤로 돌아 바위 위로 올라가 보면 경도를 중심에 둔 바다의 조망이 일품이어서 과연 명당이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명바위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여수 앞바다 ⓒ 김배선

명바위로 가는 길은 신월금호아파트 후문(음수대)으로 나가 둘레길에서 곧장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약50m가량 돌아가면 길의 입구가 나온다. 이길 역시 약 500m를 오르면 넘너리 방향에서 체력장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게 되는 등산로이다. 입구에서 약70여 미터 지점 좌측언덕 위가 명바위 구역이다. 지금은 명바위라는 이름이 기억에서 멀어진 것처럼 찾는 사람도 매우 드문 한갓진 곳이 되었다.

부엉이 바위 ⓒ 김배선

5. 부엉이 바위

부엉이바위는 늘 이 바위에 부엉이가 앉아 울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위치는 넘너리 쪽 긴 줄기의 중간 큰 봉우리인 봉알(봉황의 알)봉 정상방향 등산로 가에 있다. 망곡재 오거리 둘레길 쉼터에서 능선 길로 약150m 봉우리 직전 경사진 곳에 여수항을 향해 약12m 높이의 낭떠러지를 형성하고 머리를 든 형상이다. 

부엉이 바위 상단 ⓒ 김배선

부엉이바위라는 이름을 굳이 모르는 등산객들에게도 구항과 시가지 그리고 멀리 돌산 제2대고 너머로 보이는 남해 끝단까지의 해안경관을 시원스럽게 조망하며 쉬어가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범바위 ⓒ 김배선

6. 범바위

범바위는 신월금호아파트 후문에서 체육공원을 지나 넘너리 방향의 긴 능선줄기와 만나기 직전인 망곡재와 가까운 등산로에 있다. 망곡재 오거리 쉼터에서 금호아파트 길로 약 130m 지점이다. 그곳은 봉알봉의 북쪽비탈이고 부엉이바위에서는 직선거리로 약80m 아래에 해당한다.

범바위 위에서 바라본 바다쪽 풍광 ⓒ 김배선

범바위에는 상징적인 특징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위(길)에 있는 크기와는 달리 오래된 굽은 소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 깊지는 않지만 바위 밑으로 뚫려있는 사각석굴이다. 어린 시절 신월리와 새끼미에 살았던 노인들은 모두들 그 두 가지로 범바위를 설명하였다. 바위 밑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범바위 굴 ⓒ 김배선

굴 앞은 청년들이 은밀하게 모여 놀았던 장소로서 5. 16 군사정권초기 기피자 단속 때는 그곳에 숨어 지낸 사람이 있었다는 시대적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우측 아래는 나주임씨 부부 묘가 있고 범바위 위에 서면 어항단지 방향의 해안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속 멋지 곳이 가끔은 아쉽다. 바위 밑 수풀 속에는 등산객들이 버린 페트병 같은 쓰레기가 널려있으니.

망깨바위 ⓒ 김배선

7. 망깨바위

망깨(개)바위는 어려운 이름이다. 한국화약 후문에서 신월금호 방향으로 돌아가는 둘레길의 망곡재 오거리쉼터로 무찔러가는 샛길(단축둘레길) 삼거리를 100여 미터를 앞둔 길가에 한국화약 입구를 내려다보는 자세로 듬직하게 서있다. ‘망깨’라는 이름이 우리지역에서 부르는 맹감(청미래덩굴)과 같은 방언인 ‘망개’에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확인하니 망곡재 부근에 있다 하여 대치마을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망깨바위 다른 방향에서 ⓒ 김배선

이상으로 구봉산의 일곱 개의 바위를 설명했다. 봉알봉의 남쪽에서 정상 헬기장까지와 쌍바위약수터에서 헬기장 아래까지의 등산로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암반들이 줄지어 솟아 있다. 물론 대부분이 이름이 없다. 바위들의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자나는 길에 만나는 바위마다 이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불러주느냐, 불러주지 못하느냐’ 차이다. 그 차이는 작을까? 역사와 자연의 숨결들이 묻은 바위들을 ‘불러주었을 때’ 대화의 상대가 되리라. 그냥 무심히 지나치거나 일방적으로 욕심을 채우며 즐거워하는 대상만이 아닌 우리의 ‘꽃’이 되리라.

끝으로 위치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산안내도에 바위를 표기하고 주요 지명의 설명을 덧붙인다.

구봉산 등산 안내도. 필자가 작은 글씨로 구봉산의 바위 위치를 표기했다. ⓒ 김배선

* 망곡재: 국동(현재 코아루)에서 한국화약으로 넘나들던 남쪽의 큰 고개 북쪽의 잔디밭 큰재와 더불어 구봉산줄기를 가로지르는 두 고갯길 중 하나.

* 망곡재 오거리 쉼터 : 둘레 길과 남쪽 줄기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망곡재 고갯마루이다. 이곳 오거리는 위로는 정상 아래로는 넘너리 방향의 봉알봉, 우측으로는 한산사, 좌측으로는 둘레길 단축 길, 우측 아래로는 국동(코아루) 길이 모이는 곳이다.

* 봉알봉 : ‘봉알 몬당’이라고도 부르던 정상에서 넘너리 해안으로 뻗어 내린 구봉산 남서 큰 줄기의 중간인 망곡재 옆에 우뚝 솟은 봉우리. 봉황의 알이라는 의미다.

*새끼미: 본래이름은 생금(生金)으로 금이 나는 곳이라는 이라는 지명이다. 짝을 이룬 이름으로 앞에 불무(풀무)섬이 있다. 발음의 변천과정을 보면 ‘생금(생금이)’ → 생김이(‘ㅡ’를 ‘ㅣ’로 내는 편한 발음)→ 생낌이 혹은 쌩낌이(된 발음)→ 생끼미(지금도 사용)→ 새끼미.

*넘너리: 구봉산의 서남쪽 긴 줄기가 바다로 머리를 내민 해안을 굽이져 돌아가는 곳의 지명.

[편집자 소개글]
구봉산은 여수의 핵심적인 산 중 하나다. ‘구봉산 이야기’ 필자 김배선(66)씨는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저자이다. 다음카페 '조계산 연구소' 운영자이다. 해양경찰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향토사에 관심이 많고, 조계산 주변의 '여수사건' 관련 이야기 수집을 오랫동안 해오기도 했다. 현재 여수문화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순신광장에서 진행해 온 여수문화원의 '수군출정식' 감독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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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범 2017-06-21 21:49:12
이 세상 사물의 모든것엔 이름이 있다. 어떤 제품을 생산 하였을때,그 제품에 걸맞는
부르기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이 있어야,그 제품이 잘 팔려 나가듯이
김배선의 구봉산 이야기는 전해내려오는 구전을통해,모든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발품을 판 흔적들이,여기저기 엿 보인다.

빌게이츠가 말한 인생은 등산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야만, 산 아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듯.노력없이는 정상에 이를수
없다고 .....
매번,좋은글 김배선의 구봉산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항상,건강과 행복이 넘쳐 나시길.......
-하늘빛-
이명범 2017-06-21 21: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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