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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밥맛을 알어?"

  • 입력 2017.07.19 15:36
  • 기자명 정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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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밥맛을 알어 

                               정한수

  무우채김치와 숙주나물에
  점심을 먹는다.
  와, 밥맛이 꿀맛이다.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그러고 보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뭐나 아는 것 처럼,
  세상 모든 걸 다 아는 것 처럼 덜렁덜렁 거리고 다니는데
  가만히 보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니야, 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지가 평생 먹어온 밥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지가 먹는 밥맛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뭣이나 되는 양 설치고 깝죽거리고 다닌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별것도 아닌 것이
  니들이 밥맛을 알어.
  니들이 밥맛을 알어.


  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맛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뭘 한다고, 뭘 안다고 그렇게 껍죽거리고 다니는지
  오늘에야 알았다.
  밥이 어떻게 목구녕으로 넘어가는지
  밥이 어떻게해서 목구녕에 넘어가 살이 되는지
  밥이 어떻게 피가 되고 똥이 되는지
  지금 내가 먹는 밥맛이 어떤 맛인지
  오늘 점심에야 알았다.
  참, 치열하고도 독한 맛이란 걸
  참, 달콤하고도 눈물나는 맛이라는 걸
  참, 애닲고도 서글프다는 걸
  밥맛이 무엇인지
  밥맛이 어떤 것인지.
  밥맛도 모르고 멍청이 밥을 먹던 것이,
  밥맛도 모르고 밥을 먹던 밥통이
  인자, 오늘에야 밥맛을 알았다.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예전엔 미쳐 몰랐다.
  니들이 밥맛을 알어.
  니들이 밥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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