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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왜 두근거리고 설레고 떨리는가?

20일, 여수아카데미에서 정재찬 교수 강의

  • 입력 2017.07.21 14:5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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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정재찬 교수가 7월 여수아카데미 강의를 하고 있다.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정재찬 교수를 초청한 7월 여수아카데미가 20일 오후 3시 여수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렸다.

‘메마른 가슴에 시심을 돌려줄 시 에세이스트’ 라는 시 관계자의 소개와 함께 등장한 정재찬 교수는 올해만 벌써 세 번이나 여수를 방문했다며 “제한시간에 상관없이 하고픈 말을 모두 하고 가겠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자신 스스로 ‘시 에세이스트’로 불리워지길 바라는 정 교수는 시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쓴다고 밝혔다.

2015년 출판된 정교수의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대표적인 그의 ‘시 에세이’작품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시가 소통과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평소 고민을 집대성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시집과 에세이집이 뜻밖에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것은 물론, 그는 이 책으로 TV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그 후 정교수는 시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고민하다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마술사 이은결과의 대화에서 고민의 힌트를 얻었다.

“제가 처음 접한 마술은 아버지가 까꿍하는 그것입니다. 까꿍하면 있던 게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죠. 그게 마술과 근본적으로 같아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그 까꿍하는 짧은 시간동안 내 아이는 정말 그걸 믿었다는 것이죠.어른들은 마술을 보면 어떤 트릭인지 궁금해하지만, 아이는 정말 없어졌다고 믿고 고통스러워하죠. 시를 잊었다는 것은 그런 마음을 잊은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을 보며 가슴 졸이던 어릴 적 마음을 잊은 것이 시를 잊은 것이다, 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점차 시와 멀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의 첫 책은 바로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첫 책의 성공으로 정교수는 다음 책을 내면서 부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제목을 '그대를 듣는다'라고 붙였고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는 경청의 산물입니다. 알 듯 말 듯 모르겠는 시로 소통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듣는 것은 내용뿐만 아니라 표면의 말 뿐만 아니라 의도와 차마 말 못한 것까지 들어줘야 듣는 것이에요, 어조와 침묵까지 듣는 겁니다, 경청해야 하죠. 시인은 말의 내용과 그 음성까지 소중히 듣고자 해서 시를 씁니다. 

그래서 시를 통해 소통과 위로가 가능한 거죠. 언어라는 뭉툭하고 추상적인 도구로 내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시인은 괴롭습니다. 언어는 비슷한 것을 모두 같다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이것만을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의 언어로 내 본질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모두 이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는 '인문학은 대체불가능한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며 10년 전 휴대폰이 의미 없듯이 새로운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발전이지만 인간은 모두 대체불가능하며 그래서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젊은 시절 즐겁게 살면 바르지 않고 바르게 살면 즐겁지 않은 인생을 고민하던 정 교수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십대 후반의 젊은 남녀가 노래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다.

20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정재찬교수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한 장면과 음악의 가사로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 십대에 공부를 하며 보내느라 사랑을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힘듭니다.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 에서 열일곱 부모는 조로증 걸린 어린 자식 아름이를 보내야 합니다. 

아름이는 죽기 전 아버지의 포옹에서 마치 자궁 안에 있는 것 같은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그 떨림과 함께 아름이는 떠나죠.

저 역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잠 못 든 경험이 있습니다. 계속 뒤척이다가 어릴 적 아버지와함께 잠들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곧장 안방으로 가서 잠드신 아버지 옆에 가만히 누웠습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습니다.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했지요. 아버지 옆에 누워 잠든 다음날, 저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시험을 치뤘습니다. 사랑이란 이렇게 두 심장이 포개지는 것,이라고 소설은 말합니다.”

정교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남아 있다. 연말이 되기 전에 미술과 시를 접목한 강의를 여는 것이다.

"불안 없는 설렘과 설렘 없는 불안이 없는 삶은 감각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지금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는 삶은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고 말한 정 교수는 청중들도 인생 마지막까지 두근거림을 잃지 않기 바란다는 말로 한시간 반의 강의를 끝맺었다.

강의가 끝난 후 정재찬 교수는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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