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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 황주일의 선(扇)∙면(綿) 展

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 <린 갤러리> 2017. 8. 3 ~ 16

  • 입력 2017.07.27 05:47
  • 수정 2017.07.27 07:14
  • 기자명 유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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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 황주일의 광무동 작업실을 찾아가는 길은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낮은 지붕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어 여름날의 풍경치고는 다분히 회화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마당 텃밭에 지었다는 그의 작업실은 광무동의 번잡한 차 소리를 격리시키면서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깃 들여 보이며 낭만적이다.

작업실에서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 황주일씨

작업실 안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고 새로운 작품들로 가득하였다. 이전의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황주일의 먹빛은 여전하며 그의 가슴에서 발아되는 생명의 먹 분자들은 요동치듯 화선지 위에서 새로운 형상들을 창조하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먹빛은 오랜 시간 정제되었던 작가의 정신들과 결합하면서 여백의 미와 함께 고양된 우리네 정서를 먹빛의 향연으로 안내 한다.

게으름을 피우는 냥이, 어둔 들녘에서 만난 부엉이, 단아한 국화향이 짙게 배어있는 소박한 풍경들과 우직해 보이는 소나무 등 세상의 모든 풍경들을 그는 영롱한 먹빛을 통해 잊혀져가는 것이 아닌 잊히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감을 담아 독특한 질감의 먹빛으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며 지금은 4차 혁명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야단법석들이다. 그러나 작가 황주일은 세속적 관심에 미동도 하지 않아 보인다.

인터뷰가 있는 오늘도 그는 현대 문인화의 확장을 위해 특수물감을 동원하여 모시, 삼베. 광목. 무명천 등을 이용하여 쿠션, 식탁매트, 이불보, 커튼 등을 만드는 천 아트를 실험하고 있었다. 결과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사실 우리는 작가 황주일의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작품 곳곳에 나타난 농염한 먹빛의 향기로 피어난 쉼이 있는 여유로움과 마주하게 되는데, 황주일은 유유자적, 안빈낙도와 같은 그런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적 문답들을 화면에 던져 주는것은 아닐까?

그는 뜨거운 이 여름에 작품전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올해 교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그도 화가이기 이전에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딸 바보였음을 고백하는 모습에 더위도 물러서는 듯 보인다.

국민안전처가 오늘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광무동 골목길은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여전히 회화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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