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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고베까지, 범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다

[고베여행기 1 ] 국제범선축제... 한·러·일 범선 한 자리에

  • 입력 2017.07.24 17:37
  • 수정 2017.07.24 17:3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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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베개항 150주년을 맞이해 오사카만에서 열린 범선 퍼레이드에 참가한 범선들 모습
▲  고베개항 150주년을 맞이해 오사카만에서 열린 범선 퍼레이드에 참가한 범선들 모습
ⓒ 오문수

 


지난 10일~21일 일본 고베항에서 열린 국제범선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고베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축제에는 27척의 배가 참가했다. 그 중에는 일본의 '해왕환', 러시아의 '팔라다', 한국의 '코리아나'호를 비롯한 8척의 범선이 행사의 중심에 섰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기원전 고대 이집트부터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대양을 항해한 배는 모두 범선으로 분류했다. 처음에는 1개의 마스트에 1개의 횡범을 단 간단한 것이었으나, 15세기에 와서는 상업자본주의에 따른 원양무역의 필요에 따라 규모가 커졌고, 속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범장양식이 나타났다.
 

 돛을 펼치기 직전 팔라다호 돛대에 오른 선원들 모습이 마치 까마귀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  돛을 펼치기 직전 팔라다호 돛대에 오른 선원들 모습이 마치 까마귀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 오문수

 

 

 러시아 범선 팔라다호 스탭들이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을 선실로 초대해 환영연을 열어주었다.
▲  러시아 범선 팔라다호 스탭들이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을 선실로 초대해 환영연을 열어주었다.
ⓒ 오문수

 


범선이라고 해서 반드시 돛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돛과 기관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이와 같은 선박을 기범선(機帆船)이라 부른다. 이러한 기범선도 돛으로 바람에 의해 항진할 경우에는 항법상 범선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오늘날 소형어선·요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범선은 돛과 보조용 동력기관을 갖춘 기범선이며, 순풍에만 돛을 이용하고, 그 외는 동력으로 운항한다.

현장에서 관광객들에게 선실내부를 공개한 일본의 '해왕환'과 러시아의 '팔라다'호는 20여개의 돛을 올려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해양대학교 학생들의 실습선인 해왕환은 길이 110m에 총톤수 2556톤으로 128명이 탈 수 있다. 러시아 범선인 팔라다호는 길이 108m에 총톤수 2284톤으로 144명의 실습생이 승선한다.

각종 국내·외 요트대회에 참가한 국내 유일 범선 코리아나호
 

 고베항에 정박한 코리아나호(앞 부분)와 러시아 범선 팔라다호 모습
▲  고베항에 정박한 코리아나호(앞 부분)와 러시아 범선 팔라다호 모습
ⓒ 오문수

 

 

 고베개항 150주년을 맞이해 고베시에서 만든 축등 모습
▲  고베개항 150주년을 맞이해 고베시에서 만든 축등 모습
ⓒ 오문수

 


정채호(70세) 선장이 운영하는 코리아나호는 국내에 유일한 범선이다. 1983년 네델란드에서 건조한 코리아나호의 제원은 길이 41m, 총톤수 135톤으로 정원은 71명이다.

코리아나호에는 폭이 100㎡에 달하는 돛이 11개나 된다. 맨 앞에 다는 제노아 돛을 포함해 모든 돛을 합치면 931㎡에 달해 3백 평짜리 논 한마지기의 넓이가 된다. 때문에 돛을 올리고 내리려면 배에 승선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보통 7노트로 달리던 코리아나호가 제노아 돛 하나만 올렸는데도 2노트가 빨라졌다.

 

 범선은 '키가 크다'는 의미로 'Tall ship'이라고 부른다. 코리아나호 마스트가 30m나 되기 때문에 만조기에 아카시대교를 통과할 때는 다리에 닿을까 조마조마했다.
▲  범선은 '키가 크다'는 의미로 'Tall ship'이라고 부른다. 코리아나호 마스트가 30m나 되기 때문에 만조기에 아카시대교를 통과할 때는 다리에 닿을까 조마조마했다.
ⓒ 오문수

 

 

 코리아나호에 돛을 올리려면 여러명의 힘이 필요하다.
▲  코리아나호에 돛을 올리려면 여러명의 힘이 필요하다.
ⓒ 오문수

 


범선을 영어로는 '키가 큰 배'라는 뜻에서 'Tall ship'이라고 부른다. 코리아나호의 마스트 높이는 30m이다. 배를 타고 오가는 동안 몇 번이나 돛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지만 정말 키가 크다는 걸 실감한 사례가 있었다. 시모노세키를 거쳐 고베로 향하는 길에는 일본의 본섬과 인접한 큰 섬을 연결해주는 대교들이 있다.

고베와 오사카가 위치한 오사카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카시와 아와지섬을 잇는 아카시대교가 있다. 여수에서 오사카만으로 들어갈 때는 몰랐지만 고베항을 떠나 여수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아카시대교는 만조 때여서인지 마스트가 다리 밑 부분에 부딪힐까 조마조마했다.

코리아나호를 타고 현해탄을 건널 때는 배가 심하게 흔들려 대부분이 멀미에 시달렸다. 심한 사람은 구토하기도 했다. 승선한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 정채호 선장이 범선의 복원력에 대해 설명해줬다.

"코리아나호 선저에는 280톤이나 되는 납이 들어있어 복원력이 뛰어 납니다.  총 톤수가 135톤인데 납이 280톤이면 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납 무게는 제외 합니다."  

행사가 끝나는 17일 밤에는 기조 히사모토 고베시장이 주최한 환송연이 열렸다. 고베항 인근 '디자인 크리에티브 센터(Design Creative Center)'에서 열린 연회에는 한국, 러시아, 일본의 선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히사모토 시장의 축사다.
 

 고베개항 150주년 기념 국제범선축제에 참가한 일행들을 위해 히사모토 고베 시장이 연 환송연에 참가한 일행들. 약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중앙에 정채호 선장이 보인다.
▲  고베개항 150주년 기념 국제범선축제에 참가한 일행들을 위해 히사모토 고베 시장이 연 환송연에 참가한 일행들. 약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중앙에 정채호 선장이 보인다.
ⓒ 오문수

 

 

 환송연에 참가한 코리아나호 일행들이 축배를 들고 있다
▲  환송연에 참가한 코리아나호 일행들이 축배를 들고 있다
ⓒ 오문수

 


"먼저 고베개항 150주년 범선축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세 나라가 우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자리가 되기를 빕니다."

여수에서 고베항까지의 항해거리는 800㎞. 현해탄을 건너 일본의 내해인 시모노세키항 인근에서 정박한 후 3일 만에 고베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파도에 시달린 승선원들이 쉬지 않고 가기를 원했다. 62시간이 걸릴 예정인 항해시간을 50여 시간으로 단축했다.

장시간의 항해가 지겹지 않도록 선상학술세미나도 열어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의 '풍계 현정의 <일본표해록> 항로 탐사', 해양탐험가 이효웅의 '동해해류' 등은 해양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다.
 

 대마도 인근의 오징어잡이 배 모습. 수십척의 배가 오징어를 잡고 있었다.
▲  대마도 인근의 오징어잡이 배 모습. 수십척의 배가 오징어를 잡고 있었다.
ⓒ 오문수

 


여수로 돌아오는 항해는 바람이 불지 않아 순조로웠다. 시모노세키를 떠난 배가 대마도 인근을 항해할 때는 수십 척의 오징어잡이 배가 바다를 환하게 밝혔다. 하늘에서는 별빛이 쏟아지고, 바다에서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불을 밝히고 일행은 또 다른 미래를 향해 희망의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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