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닮은 섬 안도, 금오열도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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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닮은 섬 안도, 금오열도의 남쪽
  • 이재언
  • 승인 2017.07.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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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포 해변에는 수천년 동안 파도에 서로 부딪치면서 닳은 작은 몽돌밭이 있다. 안도 이야포 몽돌밭해수욕장. 이재언 제공
이야포 해변에는 수천년 동안 파도에 서로 부딪치면서 닳은 작은 몽돌밭이 있다. 안도 이야포 몽돌밭해수욕장.  ⓒ 이재언

 

기러기를 쏙 빼닮은 모양을 한 섬. 푹 들어간 섬의 가운데 부분에 자연적으로 호수가 만들어져 배들이 풍랑을 피해 들어오는 데 유리한 지형을 갖춘 천혜의 섬. 모양이 기러기를 닮았다 하여 이 섬은 예부터 안도(雁島)라 불렸다고 한다. 안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3.96㎢에 해안선 길이는 29㎞에 이른다. 최고봉은 상산(207m)이고, 인구는 180가구 295명(2016년)이다. 여수 남쪽 34㎞ 해상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사람이 본격적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500년경이다. 정씨 내외가 제일 먼저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섬엔 그 증거로 위패를 모신 제당이 있다. 안도는 1860년 경신년에 대화재가 발생했는데 전체 300여 가구 가운데 한 집만 놔두고 모두 불에 타서 주민들은 이웃에 있는 금오도와 연도 등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

이후 안도는 다시 번창의 길로 들어섰다. 일제 강점기인 1918년에 경찰 주재소와 어업조합이, 이듬해엔 안도심상소학교가 세워질 정도였다. 한때는 수산업이 아주 활발하게 이뤄진 탓에, 안도에선 개가 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고 한다. 활기찼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야기 한토막이다.

 

안도 앞바다의 전복 양식장. 이재언 제공
안도 앞바다의 전복 양식장.  ⓒ  이재언

 

“이야 이야” 가락에서 유래한 이야포
 안도에선 아주 오랜 옛날, 대략 신석기시대로 추정되는 시기에 사람이 산 흔적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이 일부 출토되기도 했다. 기록상으로도 안도의 유래는 꽤 깊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통일신라 시기 일본 스님 엔닌(圓仁)은 9년 넘게 당나라를 여행하면서 847년(문성왕 9년)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라고 알려진 책을 썼다.

이 책에 안도라는 지명이 나온다. 엔닌은 중국 당나라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떠났다가 845년 제 나라로 돌아왔다. 당시 엔닌은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에 머물며 당나라 불교를 공부했다. 그가 9년3개월 만에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가던 길에 거친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남해안인 고이도와 거차도, 안도다. <삼국사기>보다도 300여 년 전에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안도’라는 지역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안도가 당시 우리나라의 중요한 항로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안도의 풍경은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2010년 3월 금오도와 안도를 잇는 안도대교 공사가 드디어 완료돼 360m 길이의 교량과 접속도로 900m가 새로 놓이면서부터다. 두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여수에서 뱃길로 1시간40분 걸리던 이동시간도 짧아졌다.

여수 돌산 신기항을 통해 차도선을 타면 수시로 안도에 이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안도대교 개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역시 안도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육지로 나들이하는 데 한결 수월해졌을 뿐만 아니라 농수산물의 신속한 운송과 물류비용 절감 등 주민생활이 여러 면에서 크게 개선됐다.

 

외부에서 차가 직접 섬까지 들어올 수 있고 접근성이 매우 좋아진 안도는 서남해안에서 더욱 각광받는 섬으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특히 이웃한 금오도 비렁길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덩달아 안도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섬을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선 금오도 한 곳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미 정돈된 안도 상산 둘레길을 차분하게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안도 여안중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이재언 제공
안도 여안중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 이재언

 

탁 트인 바다와 때묻지 않은 해수욕장도 안도가 지닌 매력이다. 동고지 마을로 들어서기 전 물이 맑고 깨끗한 안도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백금포 마을 해안에 가 닿으면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름철만 되면 모래가 어김없이 몰려와 넓은 백사장을 이루며 바닥이 평평해 해수욕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해수욕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고요한 침묵의 땅’처럼 느껴질 정도다. 길이 300m에 폭이 약 20m 정도인데 하얀 모래 때문에 일명 백금포해수욕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해수욕장 옆에 있는 동고지 마을은 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멸치·갈치·문어가 유독 잘 잡혀서 한때 주민 58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11가구만 남아 있다. 해돋이 명소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백금포해수욕장뿐 아니라 이야포 몽돌밭해수욕장도 있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야포 해변에는 수천년 동안 파도에 서로 부딪치면서 닳은 작은 몽돌밭이 있다. 자갈 사이로 밀려 들어온 바닷물이 다시 쓸려 내려가면서 내는 소리는 그야말로 자연의 소리 그대로이다.

‘이야포’라는 이름은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그물로 고기를 잡을 때 노동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서로 호흡을 맞춰 일의 능률을 높이고자 “이야 이야” 하면서 가락을 맞추는 소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야포는 다른 말로 ‘이앳게’라고도 불린다. 안도 이장 손민오(66)씨는 “안도는 청정해역으로 볼거리가 많고 특히 갯벌 체험과 낚시 천국”이라며 “참돔, 우럭 등이 많이 잡히고 인심도 넉넉하다”고 안도 자랑을 끝없이 쏟아냈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대피항지의 완전한 모습을 갖춘 안도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해방기,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련을 겪어왔다. 지관의 말을 빌리자면, 기러기 섬인 안도가 호랑이 섬인 금오도 앞에 있어 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1860년 큰불이 났을 땐 군집한 집들이 모두 불에 타는 아픔도 경험했다. 해방기엔 안도 역시 좌우익 대립의 아픈 상처를 피해가지 못했고, 1995년 7월엔 인근 해상에서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안도 인근 바다에서 주민들이 정치망으로 고기를 잡고 있다. 이재언 제공
안도 인근 바다에서 주민들이 정치망으로 고기를 잡고 있다.   ⓒ 이재언

 

 일제, ‘이주 어촌’으로 지정해 진출

 

특히 일본인들은 안도를 호시탐탐 노렸다. 안도의 이야포와 백금포는 멸치·갈치·도미 등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예부터 여수 바다의 황금어장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왜구가 자주 드나들었던 길목인지라,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인들이 이곳을 가만둘 리 없었다.

일본은 안도를 ‘이주 어촌’으로 선정했다. 당시 이주 어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어장 근처에 적당한 항만 시설이 있고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훌륭한 조건을 갖춘 안도는 이주 어촌에서 빠질 수 없는 대상이었다. 결국 1919년 일본인이 다니는 심상소학교가 섬에 지어졌고, 서고지에는 어판장이 새로 들어섰다. 이보다 앞서 안도에는 어업조합(마을회관 옆자리)도 결성됐다. 우리 어업사에서 어업조합의 등장은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어민들에게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안도는 가장 가까운 육지인 여수와 접근성이 좋고 섬의 크기와 해수욕장, 역사와 민속자료, 어업 전진기지 등 여러 면에서 아주 중요한 섬이다. 여수시도 이곳을 주목하고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해수부는 안도 민속박물관과 서고지항 개발, 어촌 낚시터를 개발했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금오도와 안도를 다리로 연결한 건 관광객 유치와 경제성을 고려한 조처다. 금오도는 비렁길이 이명박 정부 시절 유명해진 이후 한 해에 4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금오도 비렁길은 4코스까지 있는데 바닷길을 따라서 깎아지른 절벽을 걷는 기분이 일품이다.

유독 아픔이 많았던 섬, 안도. 하지만 이제는 이웃한 금오도와 함께 새롭게 주목받는 섬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정해역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과 낚시 천국, 맑고 깨끗한 해수욕장…. 기러기 섬 안도의 앞날에 웃음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통발을 손질하고 있는 안도 주민 모습. 이재언 제공
통발을 손질하고 있는 안도 주민 모습.   ⓒ이재언
드론으로 촬영한 안도 전경. 이재언 제공
드론으로 촬영한 안도 전경.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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