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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부모가 '축제'로 즐긴 뮤지컬 공연

28일, 어린이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공연 성황

  • 입력 2017.07.30 09:33
  • 수정 2017.07.30 09:41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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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어린이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가 28일 저녁 7시 여수에서 무대에 올랐다.

극단 '예인'의 이번 뮤지컬은 문화관광부에서 80%를 지원하고 시에서 20%를 지원해 무료로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축제였다. 

극단 예인은 주로 인기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콧구멍을 후비면', '사과가 쿵'이 극단 예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금요일 저녁,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대부분 인터넷 여수맘카페에 올라온 정보를 접한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왔다. 

일곱 시부터 입장 가능한데 기자가 도착한 여섯시 사십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일찍 온 아이는 의자에 앉아서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부모는 연극을 기다리며 아이와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공연을 기다리며 아이가 친구의 장난감을 들여다보고 있다

입구에서는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관람석에서 깔고 앉을 높은 방석을 나눠주었다. 총 960석을 모두 채운 이번 공연은 선착순 입장이라 시민회관 밖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입장 전 줄 서 있는 사람들

-처음 와 본 어린이뮤지컬연극

무대 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조명 몇 개가 희미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관람석은 장난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말리는 부모님들 때문에 어수선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소란스러울 줄은 몰랐다. 

어린이 공연을 처음 와 본 기자로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옆에 앉은 한 어머니는 무릎에 앉힌 아이가 발버둥치지 않게 진정시키랴, 바닥에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느랴 정신이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 준비하며 고생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아이를 위해 '엄마'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할 때 쯤, 갑자기 천장에서 "안녕하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서로 장난치기 바쁘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순 이야기를 멈추고 모두 한목소리로 씩씩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화답했다. 

연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탁을 했다. "공연 도중 불이 꺼져도 걱정하지 말고, 박수를 열심히 쳐달라"고 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수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뮤지컬 무대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지금까지 했던 걱정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몰래 방귀를 뀌지 말라"는 재미있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섯 까지 숫자를 세자 공연장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

-단순한 스토리지만 몰입도는 최고

연극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주인공 '몰리'는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 위에 놓인 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두더지 '랄프'가 멀찍이 떨어져 몰리한테서 냄새가 난다며 놀려대자 상처받은 몰리는 똥의 주인을 찾아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몰리는 길 위에서 차례로 비둘기, 말, 염소, 돼지, 젖소, 토끼 그리고 파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똥을 싼 범인과 거리를 좁혀간다.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 연극은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추리형식을 띤 구성으로 극의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시작했다

- 특성 강조한 분장 돋보여
  교육적 내용과 참신한 아이디어의 조화

원작에서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만큼 무대 위에서 주연 동물과 그외 동물들이 뒤섞여 헷갈리는 일이 없어야 했다.

따라서 몰리와 랄프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배우가 연기하는 대신 얼굴이나 엉덩이 등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일부분만을 판넬로 만들어 목소리연기를 하는 등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연극은 염소 역을 맡은 배우가 자신의 똥은 약으로 쓰인다며 자랑하는 대사나, 땅 속에서 사는 두더지 랄프가 눈이 퇴화하여 시력이 나쁘고, 또 닭이 날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적인 내용을 집어넣어 어린 관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연극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두더지 세 마리가 나란히 서서 객석을 향해 우산을 펼쳤다. 둥글게 펼쳐진 우산 세 개가 나란히 붙어섰다. 불이 꺼지자 우산 위로 형광빛 한 줄이 나타난다. 우산들이 움직이며 꼬물대는 지렁이의 동작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또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젖소 등 동물마다 각각의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객석으로 통하는 문에서 불쑥 선글라스를 쓴 파리의 등장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두더지 몰리와 염소

 

-관객반응 이끌어 내는 능청스러운 연기 돋보여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은 즉석에서 청중들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대목에서 두더지가 방청석 바닥을 살피자 옆에 있던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내밀었다.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어린 관객들에게 의견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하는 배우들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순수한 어린이들은 곤경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안타까워하며 주인공에게 진실을 알려주려고 싶어서 열심히 손가락으로 동물이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등 열성적이었다. 이 모습을 본 어른들은 가만히 미소를 띠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한눈 팔 새가 없었다. 동화를 읽고 오지 않은 기자 역시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눈을 떼지 못했다.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팔을 흔드는 등 아이들은 금방 연극에 빠져들었다.

 

-연극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

아이들 모두 이번 공연에 만족했다. 모두 친구사이인 9살 여자아이들은 강아지가 똥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눈에 띄게 엘사 옷을 공연장을 찾은 아이도 있었다.  옆에서 게임기를 갖고 놀고 있는 주현이와 친구사이였다. 주현이는 동화책을 보고 왔다고 했다.

오늘 시민회관을 처음 방문한 7살 소년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전에 이곳에서 역할극을 한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노란 옷을 입은 소녀가 옆에서 말없이 내게 팸플릿을 내밀었다. 즐겁게 공연을 보고 나온 아이들은 대체로 모두 상기된 분위기였다.

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공연 내내 유쾌해서 아이들이 기분좋게 즐길 수 있었고, 공연이 시작할 때 어린이들에게 부탁하는 부분이나 중간중간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 등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하려는 모습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린이 공연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소란스러웠던 것은 어쩔 수 었었다. 뮤지컬  전체 음향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입장하고 자리에 앉고 나서도 막이 오를 때까지 아이들의 잡담과 그것을 말리는 부모들의 훈계로 극장 안은 계속 소란스러웠다. 그 틈에 소정의 선물을 준다는 안내는 묻혀버렸다.

연극에 빨려들어간 아이들이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여 주변 관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 도 아이들 연극다웠다.

장소탓이라고 본다. 오늘 공연한 시민회관은 연극 전용 무대가 아니다. 일반 강연이나 시민 집회 위주의 공간이다. 스피커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던 아이가 듣기 불편할 정도로 소리가 컸다는 의견 등 뮤지컬 공연에 맞는 공간확보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그럼에도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한 어린이뮤지컬이었다. 어린이뮤지컬이 일반 공연과 다르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을 완벽히 헤아리는 공연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을까’ 는 동화 선정부터 아이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했음은 물론 잘 짜여진 구성으로 원작을 읽고 왔거나, 못읽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건 모두 쉽게 이해하고 즐겼다. 장수 아동뮤지컬의 진면목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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