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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고야산

[고베여행기 4] 고야산에서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다

  • 입력 2017.07.30 12:0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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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는 고베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국제범선축제에 초대 받았습니다. 여수에 선적을 둔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필자는 정채호 선장을 포함한 14명의 지인들과 12일간(7.10~7.21)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말

 고야산을 만든 고보대사사당 입구 모습
▲  고야산을 만든 고보대사사당 입구 모습
ⓒ 오문수

 

코리아나호를 타고 고베항에 도착한 이튿날, 일행은 고야산 방문에 나섰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야산은 미슐랭 그린가이드 재팬에서도 별 3개를 획득한 관광지로 최고의 평가를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곳이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숙소인 코리아나호를 떠난 일행이 오사까를 거쳐 고야산으로 가는 길은 힘든 여정이었다. 교통편을 10여번이나 갈아탔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일권(1day 티켓)을 샀으니 차비 걱정은 없었다.

 일본 절에 들어갈 때는 손을 씻고 입장해야 한다. 정화의식의 일종인 셈이다
▲  일본 절에 들어갈 때는 손을 씻고 입장해야 한다. 정화의식의 일종인 셈이다
ⓒ 오문수

 

 

 오래된 탑은 범어로 쓰여 읽을 수가 없었다
▲  오래된 탑은 범어로 쓰여 읽을 수가 없었다
ⓒ 오문수

 

오사까 난바역에서 난카이 고야선을 타고 고야산역에 가는 길에는 멋진 전동차를 만날 수 있다. 고쿠라바시역에서 고야산역까지 가는 길은 급경사로 보통 전동차는 다닐 수 없어 로프가 전동차를 끌고 올라간다.

급경사를 올라가는 스위스 융프라우행 산악열차와 다른 점은 융프라우행 열차가 톱니바퀴를 물고 올라가는 데 반해 고야산행 케이블카는 로프가 열차를 끌고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고야산 이치노하시 다리에서 고보대사 사당까지의 약 2킬로미터 참배길에는  500년에서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삼나무 사이에 20만기의 묘비가 서있다
▲  고야산 이치노하시 다리에서 고보대사 사당까지의 약 2킬로미터 참배길에는 500년에서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삼나무 사이에 20만기의 묘비가 서있다
ⓒ 오문수

 

 

 해발 867m의 높은 산에 있는 고야산역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로프를 이용해 끌어올리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한다
▲  해발 867m의 높은 산에 있는 고야산역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로프를 이용해 끌어올리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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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산역은 해발 867m의 높은 산에 있다. 오사까 난바에서 고야산을 바라볼 때는 안개가 자욱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역에 도착하니 비가 심하게 쏟아진다.  난감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고베를 떠날 때 짐이 무거울까봐 카메라 가방 속에 든 비옷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어 비옷을 사기로 했는데 걱정거리가 해소됐다. 역 입구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우산꽂이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이용한 사람은 돌아갈 때 되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일본인들의 철저한 서비스정신에 감탄했다.

자연을 통해 인간과 우주를 하나로 이어주는 곳, 고야산

 일본이나 전세계에 4000을 넘는 진언종의 총본산인 곤고부지. 지붕위에 불을 끄기 위해 커다란 물통이 올려져 있다
▲  일본이나 전세계에 4000을 넘는 진언종의 총본산인 곤고부지. 지붕위에 불을 끄기 위해 커다란 물통이 올려져 있다
ⓒ 오문수

 

 

 개창 1200주년을 기념하는 주요사업으로서 1843년에 소실된 단조가란의 중문이 172년만에 재건됐다
▲  개창 1200주년을 기념하는 주요사업으로서 1843년에 소실된 단조가란의 중문이 172년만에 재건됐다
ⓒ 오문수

고야산은 서기 816년, '고보 다이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쿠카이(774~835)라는 스님이 고야산에 진언밀교를 창시하고 오늘날 우리가 '고야산'으로 알려진 사찰 단지를 조성했다.

울창한 초목을 자랑하는 고야 류진 국정공원 내에 자리한 고야산은 8개의 산봉우리와 분지의 모양새가 마치 연꽃과도 같아 상서로운 기운을 담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야산에는 1,200년 이상을 이어온 일본 진언종의 본산이자 4000개가 넘는 진언종의 총본산인 곤고부지도 있다.

이치노하시 다리에서 고보대사 사당까지의 약 2㎞의 참배길에는 몇 백년이나 된 늙은 삼나무가 하늘 높이 치솟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나무 사이에는 장군에서 서민까지 20만기가 넘는 묘비가 있어 고야산 신앙의 독실함을 엿볼 수 있다.
 

 로켓을 개발하다 사고를 당한 과학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비도 있었다
▲  로켓을 개발하다 사고를 당한 과학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비도 있었다
ⓒ 오문수

 

 

 실험용 동물로 사용되다 죽은  동물의 영혼을 달래는 동물위령비 모습
▲  실험용 동물로 사용되다 죽은 동물의 영혼을 달래는 동물위령비 모습
ⓒ 오문수

 


묘비 중에는 로켓개발하다 사고난 과학자들의 위령비와 실험용으로 사용되어 죽어간 동물의 영혼을 달래는 동물위령비와 함께 고베대지진 희생자들의 영령을 달래는 묘비도 있었다.

고야산의 풍광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때문에 고야산에는 예로부터 일본의 천황과 지방 영주, 귀족 및 세도가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자들과 평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야산 참배길에는 커다란 고목아래 일본인들이 숭배하는 상을 세워놓고 기도하고 있었다
▲  고야산 참배길에는 커다란 고목아래 일본인들이 숭배하는 상을 세워놓고 기도하고 있었다
ⓒ 오문수

 

에도 시대(1603~1868) 전성기에는 2천 곳이 넘는 사찰이 지어졌으며, 이 일대에 세워진 117개의 사찰에서 당시의 정교한 건축 미학을 잘 엿볼 수 있다. 가을에는 낙엽, 겨울에는 설경,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만개하는 고야산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고 한다.

2004년 유네스코는 고야산, 쿠마노 산잔, 요시노 및 오미네(나라 현)의 세 곳, 그리고 교토와 나라를 잇는 순례길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이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선정한 바 있다.

수 세기에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기이 산지 영지와 순례길'은 속세를 떠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금욕의 길을 걸어온 수도사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높이 48.5m의 붉은 칠이 칠해진 '곤폰다이토'. 태장계 대일여래를 본존으로 금강계 사불이 안치되고 16개의 기둥과 벽에 극채색으로 그려진 제존과 더불어  만다라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  높이 48.5m의 붉은 칠이 칠해진 '곤폰다이토'. 태장계 대일여래를 본존으로 금강계 사불이 안치되고 16개의 기둥과 벽에 극채색으로 그려진 제존과 더불어 만다라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 오문수

 

 

 열심히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  열심히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 오문수

 

퇴직한 일본인들의 꿈 중 하나는 이 순례길 탐방이라고 한다. 고야산을 떠나오면서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죽은 이들을 위로하는 그들의 신앙심은 깊으면서도 일본인들 때문에 죽어간 한국인들의 영령은 왜 위로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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