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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

  • 입력 2017.07.31 19:53
  • 기자명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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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  ⓒ 권혁세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민족의 슬픔을 울밑에서 피어난 봉선화 꽃으로 표현한 김형준 작시, 홍난파 작곡의 가곡「봉선화」의 일부다. 누구나 한번쯤 불러 보았을 것이다.

그뿐이랴! 어린 시절 봉선화 꽃을 백반과 함께 짓이겨 손톱에 물을 들이면 귀신을 쫓고 액운도 없애주며 봉숭아물이 사라지기 전에 첫 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있다. 이때의 ‘봉선화’는 ‘봉숭아꽃’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꽃잎으로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는 인도가 원산지이다.

전혀 다른 물봉선(Impatiens textori)이 또 있다. 우리나라 산과 개울가 어디서나 피는 야생화다. 우리 꽃이다. 이름대로 물가나 습한 그늘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동네 구봉산 자락이나 화양면에는 흰 물봉선이 자라고 있다.

물봉선이 피는 시기는 우리주위에 봉선화가 피어있을 때(7월~8월) 산골짝의 외진 물가에 자리 잡고서 피기 시작 한다.

물봉선 군락   ⓒ 권혁세

다 자라면 무릎보다 키가 크는 물봉선은 줄기에는 불룩한 마디가 있고 잎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나 있다.

꽃의 앞쪽은 벌어진 여인의 잎 술처럼 나뉘어지고 그 사이로 흰색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꽃잎의 속살을 드러낸다.

벌어진 반대쪽 기다란 꽃은 깔대기의 끝처럼 한데로 모아져 카이젤 수염처럼 동그랗게 말리는데 그 모습이 아주 귀엽다. 이 꽃의 모양새는 입을 크게 벌리고 꼬리가 돌돌말린 용두사미형의 물고기와 비슷하다.

필자 권혁세 <우리동네 야생화> 저자

물봉선의 속명 ‘Impatiens’는 ‘인내하지 못한다’라는 뜻인데 열매가 익으면 바로 톡 하고 터져 버리는 특징을 따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도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다

물봉선의 가족은 우애가 강해서 함께 모여 산다. 사실 나는 오십이 훨씬 넘어서야 이 꽃을 처음 만났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어디선가 몇 번은 만났겠지만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어디 물봉선 뿐이겠는가? 다른 많은 꽃들도 모르고 살아 왔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수 많은 들꽃이 핀다는 것을 알지만 꽃 이름 몇종 알고 꽤나 잘난 척하며 살아왔다.

노란물봉선  ⓒ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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