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손석희가 JTBC를 떠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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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손석희가 JTBC를 떠나게 된다면?
  • 정병진
  • 승인 2017.08.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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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운 기자의 책 <손석희 저널리즘>
정철운의 <손석희 저널리즘> 미디어오늘 기자인 정철운의 책 <손석희 저널리즘>
▲ 정철운의 <손석희 저널리즘> 미디어오늘 기자인 정철운의 책 <손석희 저널리즘>
ⓒ 정병진

 


2011년 MB정권의 방통위는 조중동과 매경의 종편(종합편성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을 승인하였다. 집권 초반 터진 광우병 파동으로 큰 홍역을 치른 뒤 언론부터 보수일색으로 바꿔, 줄 세우지 않으면 더욱 험한 꼴 보리라는 위기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종편은 케이블 채널이긴 하나 여타의 케이블 방송과는 달리 유선사업자가 의무전송을 해야 하고, 방송사는 뉴스보도를 비롯한 드라마, 교양,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다.

종편 4사가 승인 받은 2011년 초는 지상파 3사가 워치독(watchdog)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정권 눈치 보기가 극심할 무렵이다. 한데 설상가상으로 종편이 네 개나 더 생겨나자 누가 더 정권 입맛에 잘 들어맞는지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시피 하였다. 그러는 사이 지상파는 영향력과 신뢰도, 시청률에서 끝없이 추락하며 망가졌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은 하나둘씩 쫓겨났고 뉴스나 다큐 등 주요 프로그램 제작에서 속속 배제 당했다.

언론인 손석희도 <100분토론>과 <시선집중>에서 하차하더니 급기야 '정든 고향' MBC를 떠났다. 그가 무려 30년간 몸담았던 방송사였다. 손석희가 어찌 해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MBC를 떠난 거야 애석하지만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한데 그는 곧 JTBC 보도부문 사장을 맡았다. 언론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였던 손석희의 이 같은 행보는 그를 아끼는 많은 이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의 JTBC행을 '변절'로 보고 "손석희도 어쩔 수 없구나!" 하며 탄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가 아무리 JTBC 내부에서 올곧은 소리를 낸다고 한들 삼성의 그늘을 벗어나긴 힘들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손석희는 자신의 JTBC 선택에 대해 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았다. '지켜봐 달라'고만 담백하게 말했다. 이후 그가 어떤 언론인으로 살았는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정철운 기자의 <손석희 저널리즘>은 손석희가 JTBC 보도책임자를 맡은 지 3년 만에 그곳의 메인뉴스를 어떻게 "시청률, 영향력, 신뢰도, 선호도 1위"로 일궈냈는지 면밀히 추적한다. 손석희 영입 전 JTBC는 종편 중에서도 가장 바닥을 기는 상황이었다. 저자는 '손석희 저널리즘'이 JTBC의 보도와 한국 언론의 지형을 탈바꿈시켜 놓았다고 본다.

물론 한 개인이 언론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가 실력을 발휘할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개혁은커녕 얼마 안 가 제풀에 꺾여 포기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환경을 만들어 자신이 추구하는 개혁과제를 기어코 실현하는 인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손석희가 그렇다.

그가 보도부문 사장이 된 뒤 JTBC 뉴스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였다. 특히 사장인 손석희가 직접 앵커를 맡아 진행하는 '뉴스룸'은 다른 방송사의 메인뉴스들과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큰 차이 보였다. 뉴스룸은 타사처럼 그날의 뉴스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않았다. 주요 뉴스를 '한 걸음 더' 들어가거나 여러 꼭지로 심층 보도하고, 화제가 된 인물을 자리에 불러 직접 인터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세월호 관련 보도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최순실 국정농단 등의 이슈는 타사 방송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때에도 끈질기게 다루었다.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할 진실을 알리고 새로운 이슈로 덮이지 않아야할 이슈를 지켜내며 잊지 않게 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냈다. 저자는 이 같은 JTBC 뉴스룸의 보도를 '손석희 저널리즘'이란 키워드로 설명한다.

이 책은 1장 손석희 저널리즘의 출발, 2장 손석희 저널리즘의 등장, 3장 손석희 저널리즘의 도전 등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손석희가 86년 금강산 댐 관계로 '북괴의 수공을 홍보해야 했던 아나운서'였고, 87년 6월 항쟁 시기까지만 해도 신군부에 부역한 부끄러운 언론인이었음을 손석희 자신의 기고문을 인용해 알려준다. 하지만 그는 1988년 언론민주화 운동과 노조활동을 거치면서 공정방송 운동에 과감히 뛰어들었고 파업 주동자로 구속되는 경험을 하며 언론인으로서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2부에서는 손석희가 진행한 <100분토론>과 <시선집중>을 중심으로 그의 저널리즘이 어떻게 다듬어지고 착실히 발전하였는지를 다룬다. 마지막 3장은 그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안팎의 시련을 견디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꿋꿋이 지키고자 얼마나 부단히 정진하였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손석희를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한 중앙미디어그룹 회장 홍석현은 지난 3월 돌연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민간싱크탱크 여시재, 중앙일보, JTBC 등을 기반으로 대선 출마를 준비한다거나 정계진출을 앞둔 행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데 이 책은 홍석현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고 알려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내몰리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자 삼성 쪽에서 JTBC와 중앙일보에 대한 불만이 거셌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홍라희씨가 그의 남동생 홍석현을 압박하고자 22년간 이끌던 삼성 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에서 사퇴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홍석현도 삼성과의 관계가 파탄 나는 걸 막고자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는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홍석현이 차마 손석희를 내쫓지는 못하고 자신이 물러나는 길을 택한 점은 자못 흥미롭다. 이는 손석희가 현재 그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저자는 만일 손석희가 JTBC를 떠나게 된다면 MBC로 복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한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고향 MBC의 회복을 위해 그가 마지막으로 헌신해야할 곳은 MBC라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언론인 손석희 저널리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였고 한국사회 언론지형을 지금과 같이 바꾸어 놓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말해준다. 손석희라는 한 인물의 저널리즘을 생애사를 곁들여 다루면서 지금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 드러냄으로써 방송개혁과 언론 민주화의 시급한 과제를 제시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독자가 책을 놓기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일화들과 관련자 취재 내용, 쉽고 명쾌한 필치로 매끄럽게 풀어낸다. 손석희를 응원하고 언론개혁을 갈망하는 시민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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