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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마띠유호텔에 입혀준 ‘예술’과 ‘스토리’

“품격있는 지인의 집에 머물다 간 느낌 주려고...”

  • 입력 2017.08.06 16:28
  • 수정 2017.08.06 18:49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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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마띠유호텔. 1967년 문을 연 당시 호남 제 1호 '관광호텔'로 이름은 여수관광호텔이었다.

“여수에 와서 품격있게 꾸민 아는 분의 집에서 하룻밤을 혹은 몇 일간을 잘 묵고 다녀갔다는 그런 느낌을 오래 간직하게 하려고요”

여수의 한 호텔이 내건 고객에 대한 컨셉이다.

아는 사람의 집엔 정감이 있고 거리감이 없다. 또 스토리가 있으면 더 좋다. ‘나의 추억’들이 쌓이게 되고 나중엔 또 가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처음 찾아오는 고객에게 어떻게 말을 건내야 할까?

여수의 젊은 호텔리어 이정경(40, 여수 마띠유호텔 사장)씨는 고객과 소통수단으로 ‘Art(예술)’와 ‘스토리’를 꺼내들었다.

호텔 1층 카페. 갑빠오의 작품 '문짝'이 전시중이다,

표를 내지 않았지만 호텔 1층 로비 옆 카페를 전시공간을 겸하도록 했다. 지금은 카페의 벽을 장식한 8개의 ‘문짝’들이 손님을 반긴다.

장식미술을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온 ‘갑빠오’ 작가의 설치미술품들이다. (‘갑빠오’는 그의 성이다. 본명 '고명신'의 성인 고(KO)를 이탈리아어로 ‘갑빠(K),오(O)’풀어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카페 한 켠의 작가노트가 갑빠오의 작품 ‘문짝’을 안내해 준다.

한켠에는 작가노트와 갑빠오의 소품도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캔버스가 된 오래된 문짝을 찬찬히 관찰해 보면 각기 다른 낡음과 모양새를 하고 있다. 시간의 흔적에 따라 드로잉을 하고 색을 덧칠하다보니 또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문이 되었다. 공간을 구분하는 문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 문짝에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더한 ‘문짝’들은 이정경 대표가 작가에게 직접 의뢰한 작품이다. 왜 ‘문짝’일까? 이정경 호텔리어의 답이다.

“갑빠오 작가의 ‘문짝’씨리즈 전시를 보고는, 호텔을 찾는 고객들과의 ‘연결 통로’를 연상하면서 구상을 했죠.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 문짝을 별도 업체에 주문을 해서 구했구요, 구해진 문짝들을 작가에게 보내서 이 작품이 나오게 된거죠.
일정 기간 전시가 지나면 또 다른 작가가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문짝’ 씨리즈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호텔 다른 공간에 배치가 되고, 호텔은 곳곳이 예술품이 있는 공간이 되겠죠”

다양한 각도 어디에서도 소나무의 굵은 줄기들이 보이도록 배치했다.

호텔 1층 프론트를 중심으로 카페의 맞은편은 식당 ‘한려관’이다. 카페가 ‘문짝’이었다면 식당은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어디에서 들어가더라도, 또 어디에 앉더라도 소나무의 굵직한 줄기들이 보는 사람의 시야에 다가서도록 배치했다.

여수출신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영한 배병우 작가가 마침 이 곳을 들렀을 때 “여기도 소나무가 있네”하며 반기더란다.

이는 이정경이 원하는 바였다. 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한 그가 ‘여수 스토리’로 작가 배병우의 소나무를 택했는데, 배병우 작가의 반응이 있었으니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작품을 모티브 삼아서 벽지회사에 의뢰했다. 다양한 각도에서도 소나무 형상들이 눈에 들어오도록 소나무의 지점을 선택했고, 소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배어나오게 ‘흙’벽 장식 전문 업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작업을 진행시켰다.

식당 벽면은 여수출신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를 모티브로 선택했다.

마침 작업자들은 대기업 회장의 집안 장식 작업을 했던 팀이어서 자긍심 속에 주문을 척척 들어주었다고 귀뜸한다.

“이 흙장식에 대해서, 소나무에 대해서, 배병우에 대해서, 그리고 어느 대기업 회장님 집의 장식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 이곳 식당을 들른 고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겠죠?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스토리’인거죠. 그래서 이 옷을 입힌 겁니다”

문화란 기실 이런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이런 작업들을 ‘MC Pdoject'라고 칭했다. ‘마티유호텔 컬쳐’란 얘기다.

이정경(40) 호텔리어가 반구대 암각화가 이곳에 설치되기 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컬쳐 프로젝트에는 인문학 코드의 보물찾기격인 야외 설치물이 있다. 여기엔 이정경씨가 스토리로 선정한 ‘여수’와 같은 비중의 또 하나의 소재인 ‘바다’가 숨어있다. 호텔 공간과 도로를 구분지어 주는 시설이다. 여름에 가볍게 물줄기가 흘러내려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용도쯤으로 여겨 그냥 간과하는 소형 폭포인데 이 시설에 들어간 인문학 코드는 ‘고래’다.

고래 등에 타있는 어부들의 모습.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선조들의 디자인을 옮겨왔다.

“고대 우리 선조들의 디자인 감각의 우수성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요, 바로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실제 다녀왔는데 암각화가 자리한 그곳의 풍광에도 놀랐고, 어우러진 거대 바위의 그림과 디자인을 세밀히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걱정도 되었구요, 그래서 거기서 아이디어를 내서 조각하는 작가에게 의뢰해 2013년도 이곳에 도로와 호텔을 경계짓는 담장 역할을 하도록 설치하면서 암각화들의 이미지를 이곳에 표현했습니다. 또 바다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 고래인데다, 고래는 남성적인 로망도 갖고 있잖아요”

호텔과 도로를 경계짓는 담장을 가벼운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로 만들고 거기에 반구대 암각화 디자인을 조각가에 의뢰해서 표현했다.

울산과 포항지역의 동해안을 대표하는 ‘고래’는 동해에서 남해 여수로 건너왔다. 그냥 디자인 몇 개가 온 것은 아니다. 호텔에 입히고자 한 ‘예술’이 온 것이다. 또 ‘스토리’가 온 것이다. 그가 찾는 스토리의 소재는 딱 둘이다. 여수와 바다. 배병우의 소나무 이미지가 여수였다면 고래는 바다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고래를 이야기하고, 고래를 그리워하고, 고대 우리 선조들의 풍부한 디자인 감각이 깃든 고래잡이 암각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은 결국 바다 이야기다.

아래 청동 조각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틀로 사용한 부산물(사진 위)도 별도로 사용했다.

호텔을 장식하는 작업은 작가와의 소통을 거치면서 추진이 되었다. 고래 등에 탄 고래잡이 모습을 떠낸 형틀은 다시 장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단순히 작가에게 입찰하고 형식적인 계약 절차에 따라 설치된 예술품이라면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까지 이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건축물의 입구나 로비에 조각품이나 설치작품같은 건축미술품들이 어떤 의무감을 다한 듯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구의 무슨 작품이라며 이름표가 달렸다. 건축가나 건축주의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면서 작가가 유명할수록, 규모가 크고 작품 구입비가 비쌀수록 또 ‘스토리’가 따라온다. 그것도 분명한 ‘스토리’이고 ‘예술’이다.

마띠유호텔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 자리에 있어야할 당위성을 제대로 갖춰가면서 작가와의 소통속에 작품이 설치되어지는 과정도 ‘스토리’화 한다. 어쩌면 호텔이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44실 규모여서 자신의 '스토리'와 '예술'을 입혀가는 일들이 수월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호남 제 1호 관광호텔이었다는 역사성을 지닌 자부심도 한 몫을 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설치된 작은 폭포 담장과 마띠유 호텔 전경

“51주년 된 호남 제 1호 관광호텔이거든요. 자부심도 있죠. 또 마띠유호텔이 객실이 44실입니다. 변화를 주면서 꾸며가기에 적합한 사이즈거든요. 거대한 호텔이었다면 쉽게 변화를 해나가기에는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 호텔에 문화컨텐츠를 입혀가는 노력들이 알려지고 그래서인지, 고객들도 자신들의 ‘스토리’를 더 입혀나갑니다. 재방문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고객들이 아침이면 식사를 하러 가는 4층의 통로에도 여수가 있고 바다가 있다. 이번엔 섬이다. 여수는 1년 내내 하루 한 군데씩 들를 수 있는 365개의 섬이 있는 도시다. 그 섬들을 4층 벽에 표현했다. ‘섬’은 이 호텔이 앞으로 꾸준히 발굴하고 디자인해서 입혀줘야 할 또 다른 옷이다.

마띠유 호텔 4층 벽면에는 '섬' 을 상징화 해서 옷을 입혔다.  이 호텔은 머잖아  '등대'옷을 갈아입을 예정이다.

이런 호텔의 노력에 가장 큰 반응과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은 호텔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모두 자신들이 입은 옷을 느끼고 있다. 호텔에 입힌 ‘예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호텔이 써나가는 ‘스토리’에 취해서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얘기한다. 이는 전 직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 열할도 자연스럽게 해주고 있다.

오래된 호텔을 일시에 리모델링 건축공사로 밀어부치지 않고, 차근차근 51년 역사에 '스토리'를 계속 써 나가는 호텔리어 이정경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문화컨텐츠를 입히고 스토리를 중시하는 MC(마티유호텔 컬쳐) Project는 이제 시작입니다. 저희가 소재로 선택한 ‘바다’와 ‘여수’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니까요. 곧 ‘등대’가 등장할겁니다.
고객이나 시민들이 보시면 2 년 전 다르고, 1 년 전이 다르고, 또 몇 달 전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완성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열정속에 뭔가 꾸준히 창조되어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하나하나의 과정을 소중히 여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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