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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을 만드는 '한 삼태기의 흙'

  • 입력 2017.08.17 16:46
  • 기자명 곽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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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지지율은 여전히 84%로, 열 명 중 여덟 명은 대통령의 행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지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국민을 우롱하던 언론은 이제는 비판이 언론 본연의 의무라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지는데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8월2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연일 서울의 아파트 값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8·2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조금 진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 이제는 사람을 잡아먹는 집이 되었습니다. 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채의 아파트며 건물을 사들여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로 군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겨우 제 몸 누일 공간조차 편안히 얻지 못합니다.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잡아먹는 수단이 되고, 사람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결국 잡아먹는 수단을 쟁취하려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호합니다.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합니다. 살지도 않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게 세금을 물리겠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정부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후 정부들은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아 결국 집값을 올렸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집이 서민의 등골을 빠지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한 휴식처가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끝까지 추진하기를 바라며, 공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進也.”「자한(子罕)」

  선생님 가라사대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 삼태기의 흙만 더 쌓으면 완성할 수 있는데 멈추는 것도 내가 멈추는 것이고, 흙을 덮어 구덩이를 메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비록 한 삼태기의 흙을 붓더라고 나아간 것은 내가 나아간 것이다.”

  이 장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의 공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멋지게 대구를 이뤘습니다.

산은 높이 솟아 사람들이 치켜 보는 곳입니다. 즉 ‘爲山’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할 수 있는 학문이나 업적을 쌓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구덩이는 낮아서 사람들이 내려 보는 곳입니다. 즉 ‘平地’는 학문이나 업적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簣’는 삼태기로 요즘으로 보면 흙을 퍼 담는 포크레인의 바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을 쌓는데 흙 한 바가지가 부족해도 산은 미완성일 것이고, 구덩이를 메우는데 흙 한 바가지를 부어도 그만큼 메워진 것입니다.

  공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것과 시작이 미미하다고 주저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내가 멈추는 것이고, 내가 나아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강조한 자기책임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시행한 부동산 정책으로 곧장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한 삼태기의 흙은 될 것입니다. 그 정책이 멈추지 않아 평지가 되고 산이 되고, 사람이 귀해지고 아낌을 받을 때까지 멈춤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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