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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질에 눈치보는 乙가마니 교사의 호소

유치원 방과후 교사, 문재인 정부에 무기계약직 전환 촉구

  • 입력 2017.09.04 19:31
  • 수정 2017.09.23 05:01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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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광화문광장에서 학비노조와 함께 기자회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모습ⓒ 학비노조 제공
 
"우린 6년간 유아교육법을 알지도 못하면서 도장을 찍어버린 날치기법에 억울하게 피해를 당해왔습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적폐청산과 노예계약을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방과후 과정 유치원 교사로 10년째 일해 온 어느 기간제 교사의 간절한 호소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름 때문에 임금착취와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직업이 있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좀처럼 보기드문 적폐가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바로 학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라는 20자의 긴 타이틀을 가진 이들의 직업은 바로 '공립유치원 방과후 과정 시간제 근무 기간제 교사'다.

매년 고용불안, 인권유린 이어지는 학교현장
 
지난 2일 어느 찻집에서 한 기간제 교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기간제 교사의 가장 큰 고충은 고용불안이다"면서 "상시 인권유린이 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매년 2월이면 학교장과 교감 그리고 평교사들의 면접을 통해 재계약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는 "찍히면 재고용은 어렵다. 눈치를 안볼 수 없어 시키는 일은 마다하지 않아야한다"면서 "일명 '노예계약'이라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금과 복지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기간제 교사들은 시간당 16,500원을 받고 있다. 4시간 짜리 교사와 8시간 짜리 교사로 나뉜다. 쥐꼬리만한 임금은 6년간 오르지 않았다. 또 계약서상 누려야할 복지를 누리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방학조차 없다. 

학교 방과후 교사는 전국적으로 동일 직무에서 일하지만 지역별로 이름은 천차만별이다. 서울에선 에듀케어강사로 불린다. 경기도는 방과후 과정 강사다. 지방에서도 A지역은 방과후 과정 전담사다. B지역은 방과후 과정반 강사다. C지역은 시간제 근무 기간제 방과후 과정 교사로 불린다. 학비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477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이뤄진 반면 기간제 강사는 735명과 기간제교사는 3,359명이 노예계약 처지에 놓여있다.

이들은 처음 유치원 업무보조원에서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2년 교원으로 분류됐다. 교육공무원법 32조 기간제 교사법 임용 규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채용은 1. 교원의 휴직 2. 교원 파면, 연수, 정직이나 직위해제시 3. 특정교과에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시 4. 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채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특히 2012년 4항이 추가되면서 교원으로 전환되었으나 오히려 역차별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멍에'가 되고 말았다.

이 법은 교원공무원의 직무와 책임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격, 임용, 보수, 연수 및 신분보장에 적용하려는 처음 목적과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학교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이슈화 되면서 일부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추세지만 지방마다 교원이라는 족쇄가 채워졌다. 교원이라는 문구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기회를 놓친 것.

처우 역시 제각각이다. 그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 보니 지역마다 다르다. 전국적으로 절반가량은 무기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시. 도에서 시간제 근무교사라는 명칭 때문에 1년짜리 노예계약 교사들이 수두룩하다.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점 같은 직무인데 명칭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당한다는 점이다. 일선 교사들은 "유치원 방과후 과정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허울뿐인 기간제 교사신분을 바꾸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 "교육부에서 쓰고 버리는 소모품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갑질당하는 을위치에 있는 기간제 교사의 처지를 가마니에 비유해 그린 모습ⓒ 기간제 교사 제공
 
지난 8월초 정규직 심의원회에 유치원 방과후 과정 경남대표가 참가해 기간제 교사들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 8월말 광화문광장에서 학비노조와 함께 기자회견후 일자리 추진위원회에 이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관련법 개정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과 함께 공공부문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심의위원회가 구성된바 5일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주목되는 이유다. 

공립유치원에서 10년간 근무한 A씨(40대)는 처음 업무보조원으로 채용됐다. 무기직 전환을 앞두고 2012년 명칭이 또 바뀌어 아직도 계약직이라는 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일선 현장에선 일어나고 있는 교사들을 빗대어 乙의 처지에 놓인 그들을 '가마니'에 비유했다. 면접관에게 잘리기 싫으면 乙인 유치원 교사들은 가마니 있어야 한다. 甲교사에 잘리기 싫으면 乙교사는 가마니 있어야 한다. 甲부모에게 잘리기 싫으면 乙교사는 가마니 있어야 한다. 甲교육청에 잘리기 싫으면 乙교사는 가마니 있어야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장과 교감 그리고 교사들의 눈치를 봐 왔다는 유치원 교사 B씨(30대)는 "그동안 우리가 단시간 근로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 근로자가 아닌 교원이고 공무원이더라"면서 "그동안 연차나 병가가 전혀 없이 일했는데 계약서상에 못쓰도록 유도했고,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문재인 정부에 기간제 교사의 무기계약전환을 촉구한 기간제 교사의 호소문ⓒ 심명남
 
또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A씨는 "저희는 근로기준법, 비정규직보호법에도 위반되는 4년의 비정규직으로 단순히 국가기관인 교육부에서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면서 "기간제교사라는 꼬리표 하나에 지금껏 받아온 온갖 부당함들을 이번에도 또 한번 겪게 된다면 무엇으로 저희들을 이해시키렵니까?"라며 물었다.

A씨는 "촛불민심, 적폐청산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 각 지역의 교육청에 자율권이라는 명목아래 기간제 교사들을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 또 다른 적폐를 만드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적폐청산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이어 "더이상 기간제교사라는 명칭에 따른 불이익을 주지 말라"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기직전환으로 교육부의 인권유린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아래는 그가 쓴 호소문이다.
 
소호문



우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행정조직인 교육부의 2011년부터 자행되어온 공립유치원 방과후 과정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하여 알리고자 합니다. 

2009년 방과후과정이 신설되면서 교육청에서는 몇몇 유치원 업무보조원들 모두를 방과후 과정 시간제 강사로 거의 반 강제 전환시켰고, 2011년에는 국가에서 기간제교사는 근로자가 아닌 교원에 해당하므로 무기 계약직에서 제외시킨바 2012년 유아교육법까지 개정해가며 우리의 명칭을 방과후 과정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라는 이상한 타이틀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그 기간제교사일까요? 아닙니다!!
저희는 오후에 4시간, 기간만 00를 월급으로 받는 단시간 근로자입니다. 기간제 교사들의 경력인정, 호봉제, 각종수당, 성과상여금은 모두 제외시키고 오로지 1년짜리 계약직으로만 그것도 각 학교 교장재량으로 고용을 위임시키고 그로인하여 각 학급 정교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불합리한 요구조건들을 감수시켰습니다. 왜일까요? 왜 우린 참아야만 했을까요?

매일 함께 한 교실에서 열심히 근무하며 1년을, 2년을 아니 그 이상을 함께 하였어도 매년 2월이면 정교사들과 교장, 교감 앞에서 면접을 치러서 재교용에 대한 판단을 하게하니 우리가 현장에서 실재의 목소리를 가졌을 때 과연 재고용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있는 말도, 해야 되는 말도 할 수 없이 참아야만 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민원을 제기하거나 상담을 원하여도 교육청에서는 먼저 신원을 밝혀야하며 밝히지 않아도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다는 협박을 통하여 우리 선생님들의 노동을 단1원의 인상도 없이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착취해왔습니다. 반강제 시간외근무를 시키고도 각 학교들은 보결수당 또는 행사지원 봉사라는 명목아래 무보수, 5천원, 만원이라는 각 학교 기간제교사와 똑같은 대우를 해줍니다. 꼭 이럴 때만 적용되는 기간제교사는 뭘까요?

저희의 업무는 공립유치원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오후 방과후과정입니다. 전국적으로 방과후 과정 수업자료와 프로그램 연구 자료들이 똑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의 명칭만은 제각각입니다. 게다가 명칭에 따라 무기직이 되고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간제교사라는 꼬리표하나에 지금껏 받아온 온갖 부당함 들을 이번에도 또 한 번 겪게 된다면 무엇으로 저희들을 이해시키렵니까? 무엇으로 설득시키고 또 한 번 참게 하시렵니까? 저희는 근로기준법, 비정규직보호법에도 위반되는 4년의 비정규직으로 단순히 국가기관 즉 교육부에서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촛불민심, 적폐청산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 각 지역의 교육청에 자율권이라는 명목아래 객관적인 잣대 없이 명칭을 문제 삼아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조차 제외시킨다면 또 다른 적폐를 만드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의 요구는 하나입니다. 
더 이상은 교육청들이 강제로 전환시켜 붙여놓은 기간제교사라는 명칭에 따른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겁니다. 기간제교사 꼬리표를 떼고 전국이 하나의 방과후 과정 전담사라는 명칭아래 더 이상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기직전환을 원합니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각 시도 교육청들의 인권유린을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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