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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출렁거라는데 34년간 '목장용지'라니?

[인터뷰] 돌산읍주민자치위원회 노평우 위원장

  • 입력 2017.09.16 09:00
  • 수정 2017.09.23 04:58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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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목 제방에서 '바다호수'를 가리키며며 시퍼런 바다가 '목장용지'라고 설명하는 노평우씨

“보십시오. 어떻게 이게 ‘목장용지’입니까? 바다를 막아서 둑 만 쌓아놓고 수 십년간 ‘목장용지’라니 말이 됩니까?”

무술목의 ‘바다 호수’둑에서 돌산읍주민자치위원회 노평우(61)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난달 17일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하고 활동 중이다.

대책위는 이곳 무술목 ‘바다호수’를 원래의 바다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바다 호수’라는 애매하게 불리는 이곳의 명칭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곳은 그냥 우리 동네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제방을 막아 호수가 됐습니다. 바다를 부르기가 애매해서 ‘바다호수’라고 합니다. 바다이기도 하고 호수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농지로 만들겠다고 나선 개인이 매립권을 받아서 이곳을 60년대에 매립한다고 해놓고 제방 둑만 쌓아놓고 80년대에 준공을 받았습니다. 준공하고 지번 부여받고는 사유화한 것이죠. 사유화가 된 뒤로는 어떤 목적의 용도로도 매립도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바닷물이 들어 있는 호수상태로 있어서 ‘바다호수’라고 합니다”

여수 돌산읍 '바다호수' 위치.  카카오맵 활용

 

바다를 막은 제방에서 육지 방향으로 촬영한 '바다호수' 멀리 해양수산과학관이 보인다.

멀쩡한 동네 앞바다가 ‘바다호수’가 된 배경이다. 
그런데 왜 멀쩡한 바다가 또 ‘목장용지’인가? 
노 위원장은 “과거 ‘어두운 시대’의 일방통행식 행정, 밀실행정, 권력의 비호를 받는 탈법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매립이 시작됐고, 전두환 때 준공이 났다”고 말하며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행위들이 다반사였던 시절이었다고 한탄한다.

무술목 ‘바다호수’지역은 1965년도에 한 개인이 논으로 조성한다는 ‘개답’ 목적의 매립면허신청을 전남도에 하게 된다. 1966년도에 매립면허가 나온다. 그 후 명의가 변경되면서 현재 소유주는 1968년도에 등장한다. 

그 후 매립 목적이 변경되고, 준공기한 연장을 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친다. 전라남도는 1983년도에 아직 바다상태임에도 이곳을 매립목적 ‘농지조성(초지)’이 된 것으로 보는 ‘공유수면매립공사 준공인가’를 해준다. 준공이 되면서 당시 86.68ha의 면적에 대해서 면허신청자들에게 소유권이 부여되었다.

매립목적의 ‘농지조성(초지)’라는 준공당시 서류의 용어가 바로 ‘목장용지’인 것이다.

돌산읍 무술목 잘록한 '목' 육지쪽에서 바다를 막은 제방방면으로 촬영한 '바다호수'

노 위원장이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어렸을 때 소문이 이 땅 주인이 서울 권력자라는 겁니다. 매립을 반대하고 진정하기를 수없이 했었죠. 근데 당시 반대했던 어르신 중에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맞았다는 소문도 있고 그랬죠. 면허 낸 주인이 박정희 정권 때 당시 중앙정보부장도 하고 검찰총장도 한 신 아무개 친척이란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천군이나 전남도에서 정상절차보다는 편의를 봐주면서 일사천리로 권력의 비호 속에 준공이 났을거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매립도 안됐는데 매립지로 보고는 지번이 부여돼버린 것 아니겠어요. 정상이면 가능했겠습니까? 그렇게해서 멀쩡한 바다가 개인명의로 사유화된거죠. 3공 유신때나 5공 전두환 시절의 분위기 아시죠? 당시 이런 부당함을 제기하며 함부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그런 분위기라는 것 누구나 잘 알겁니다”

그래서 바다를 원상회복 하려는 이들 단체 이름도 길다.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 다.

이 단체는 지금 바다호수상태로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한다.  농지나 목장용지로 만든다고 목적대로 이곳을 매립했다면 원상회복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나서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과 관련있는 이곳 ‘무술목’을 원래 바다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술년 이충무공 전투 당시 화살표 방향으로 왜선을 유인해 잘록한 목에서 60여척의 왜선과 왜군을 무찔렀다.  카카오맵 활용

향토사가인 땅이름 전문가 박종길씨는 여수 돌산의 ‘무술목’ 지명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흥미로운 역사이야기가 함께 전해져 오고 있다고 말한다.

“정유재란이 일어난 다음 해인 1598년 가막만 바다에서 왜군과 대치하던 충무공은 해상전투에서 왜군에 밀리는 척 전술을 펼치며 무술목으로 왜군을 유인하였습니다. 가막만 바다에서 무술목을 바라보면 동서 바다가 연결되게 보이기 때문에 왜군들은 도망을 가는 우리 수군을 추격하였고 매복했던 수군이 적을 격퇴하니 60여 척의 왜선과 300여 명의 왜군을 섬멸하였다고 합니다. 이 전투가 있던 1598년은 무술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무술목이라고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이곳 ‘바다호수’와 맞닿은 잘록한 육지의 맞은 편은 몽돌밭으로 유명한 ‘동백골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 주변에는 1958년 2월에 새겨진 전적비가 있다. 박종길씨는 “전설과 함께 실제 역사를 살펴보는 흥미로움이 있는 역사 현장”이라고 안내한다.

이충무공유적기념비와 이충무공 무술항 유적기념비

그런가하면 지역 주민들은 ‘무술목’의 역사현장을 기리기 위해 이충무공유적기념비 옆에 1963년도에 이은상이 지은 글로 ‘이충무공 무술항 유적기념비’를 추가로 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무술목 ‘바다호수’가 매립되면 잘록한 ‘목’이라는 지형 때문에 이충무공이 승리로 이끈 무술년의 역사현장이 사라질거라고 말한다. 

노평우 위원장도 “바로 눈앞에 보인 이런 현상이 비정상이다.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무술목의 ‘바다호수’는 호수 아닌 그냥 바다다. 국가소유의 호수같은 바다였다. 국가 소유라는 것은 주인이 없었다는 얘기다. 본래 우리 바다연안은 국가소유이고 그 인근에 사는 어민들이 관리한다. 그래서 ‘어촌계’가 있다. 대책위는 원래 동네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국가소유의 바다로 60년대 이전의 상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은 멀쩡한 바다는 지금 개인소유다.  시퍼렇게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데 34년간 ‘목장용지’다.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바다를 막은 둑을 제거하고 점선 안의 호수를 원래 바다로 원상복구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맵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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