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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면 '육아'는 끝났다?

여수 삼일중학교에서 열린 박미자 교사의 특강

  • 입력 2017.11.10 21:49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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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자 교사 모습
▲  박미자 교사 모습
ⓒ 오문수

 


8일(수) 오후 3시, 여수 삼일중학교 도서관에서는 박미자 교사가 30년 동안 중학생을 가르치며 깨달은 지식을 전하는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주제 강의가 있었다. 강의 현장에는 학부모와 교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박미자 교사는 청소년 생활문화마당 '내일' 대표이사, 좋은 어린이집 협동조합 '희망세상' 교육이사를 역임했다. 전국을 돌며 강연회와 세미나 등을 펼친 그녀의 저서로는 <투정 많은 아이, 친구 많은 아이><우리 아이를 살리는 신토불이 육아법><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등이 있다.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30년 동안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쌓은 현장경험을 전하는 그녀의 강의를 듣는 강의실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 맞아!"라며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발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그녀가 청중들에게 나눠준 활동지에는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과 <벗 하나 있었으면>을 읽고 특히 끌리는 부분에 1~3행 정도 밑줄을 그은 후 왜 그 부분이 끌리는 지를 이야기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청중들이 시를 읽은 소감을 발표할 차례가 되자 다양한 소감문이 나왔다. 중학교 2학년만 20년 동안 가르쳤다는 남교사 한 분이 일어나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절이 마음에 든다며 "TV를 보다가 울컥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한 분이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라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며, "아이들에게 부모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듣지 않으려 하지만 마음속에 두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청중 속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듣던 박미자 교사가 거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어린 꽃만 아니고 어른 꽃도 흔들려요. 두 꽃이 충돌할 때 더 심하게 타격을 받는 쪽은 어린 꽃입니다. 충돌할 때는 어른 꽃이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한 여교사는 "'벗 하나 있었으면' 부분에 필이 콱 꽂혔다"며 "나이가 들어서인지 교사와 교사들 가운데서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여교사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다.

"저는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요즘 애들 때문에 하도 지쳐서 피고 싶지도 않아요"

국어교사의 얘기를 듣고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라서 아름다운 겁니다"라고 말을 한 그녀가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여수 삼일중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박미자 교사의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를 듣는 학부모와 교사들 모습
▲  여수 삼일중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박미자 교사의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를 듣는 학부모와 교사들 모습
ⓒ 오문수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이 강의를 하며 소감을 말해달라고 하자 한 학생이 일어나 '아직 어려서 뭘 모르고 뚜렷한 목표가 없다'며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그 학생은 친구가 없어 외로운거죠. 학생이 학교에 올 때 친구 없는 학생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박미자 교사가 제공한 활동지 첫째마당, '중학생의 발달과정 이해와 공감'편에는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란 글귀가 적혀있었다. 그녀는 획일적인 교육의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해 타고르가 전한 인도의 옛날 이야기인 '앵무새 길들이기'를 예로 들었다. 다음은 앵무새 길들이기를 요약한 내용이다.

"옛날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루 종일 노래 부르는 새가 살았다. 왕은 그 새에게 경전을 외우게 했지만 외우지 못하자 황금새장을 만들어 주고 매일 경전을 외우게 했다. 새는 매일 학자들이 읽어주는 경전을 외우느라 불평도 못하고 목이 쉬고 몸은 쇠약해졌다. 놀란 신하가 새장의 문을 여는 순간 행복해 잠시 날개를 퍼덕거리던 새는 죽어버렸다".

박 교사가 청중들에게 제시한 1번 문제는 '(   )안에 들어가기에 적합한 말들을 찾아봅시다'이다.  아래는 제시된 문제다.


"새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화려한 황금 새장도 위대한 학자의 교육도 아니었으며 오직 (    )였습니다" 

어른들은 단박에 '자유'라는 답이 나왔다. 그녀가 획일적인 답이 옳지않음을 설명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다른 답을 쓴 학생이 교사를 찾아오면 원본을 보여주면서까지 '자유'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자유, 사랑, 관심, 자기자신' 등의 다양한 답이 나와야 합니다. 어떤 학교에서 모둠별 교육을 했을 때 학생이 제시한 답 중에는 '새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청중 속에서 "아!"라는 탄성이 나왔다. "학교의 목적은 소통인데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광양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사람과 사람 아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특징에 대해 생각을 나눠봅시다"라고 했을 때 나왔던 학생들의 답을 이야기했다.

"폭력은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일어나며 힘센 사람과 힘이 약한 사람사이에,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사이에, 권력 있는 사람과 권력 없는 사람사이에,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답했습니다"
 

 박미자 교사의 저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모습
▲  박미자 교사의 저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모습
ⓒ 오문수

 


그녀의 강의가 계속될수록 교사들의 집중도도 높아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중학생들은 아프다. 그 중에서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더 아프다. 남학생들은 공간 지각력이 높고 여학생들은 언어능력이 높다.  때문에 언어로 평가받는 게 많은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학생들이 어른을 평가하는 판단기준은 얼마나 공평한가이다. 때문에 중학생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건 팩트와 설득력이다. 수업의 모형을 바꿔야 한다. 내 말 좀 들어봐!가 아닌 말을 하게 하라.

모든 생명가진 유기체는 협동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기력한 학생을 만들지 말고 협동하게 하라. '사춘기(思春期)는 생각의 봄이 피어나는 시기'라며 사춘기는 독립하려는 신호로 여기고 털갈이 하는 병아리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재미있는 얘기에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주는 용돈이라는 말은 시혜 차원의 말이기 때문에 낱말 자체를 '기초생활보장비'로 바꿔야 한다. 아빠와 의논해 주는 특별용돈도 '목적성경비'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그녀는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열렬히 지지해 주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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