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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내가 경찰서 올줄 꿈에도 몰랐다"

여수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고소동 '112카페'

  • 입력 2017.11.18 17:24
  • 수정 2017.11.18 20:52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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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경찰서 전경

여수경찰서 내에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본관 입구에 있는 '112카페'가 그곳이다. 

여수시니어클럽이 운영을 맡은 이곳에는 다섯 분의 노인이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기자가 방문한 17일 금요일에는 이자승 씨와 윤다심 씨 두 분이 카페를 지키고 계셨다. 두 분은 어떻게 커피를 시작하게 됐을까. 두 분은 각각 다른 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이 씨는 여수시노인복지회관에서, 윤 씨는 한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할머니다.

담소를 나누는 이자승 씨와 윤다심 씨

“쌍봉도서관 앞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커피 파는 일부터 시작했어. 나중엔 종포에 있는 실버카페 ‘여수밤바다’에서 일하다가 거기서 함께 일하는 다섯 사람이 여기로 가라길래 이리로 왔지. 지금은 트럭도 없고. 사무실에서 2호점을 내면서 여기로 왔어.”

노인복지회관에서 바리스타교육을 받은 이 씨는 그곳에서 서예, 탁구, 인문학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에 쌍봉도서관 푸드트럭에서 일하다가, 이후 종포에 있는 실버카페 ‘여수밤바다’가 2호점을 내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이 씨는 노인복지관에서 서예, 탁구, 인문학 등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서예는 7년 가까이 공부하셨다고 한다.

“한문 서예는 정자로 선생님한테 배웠고, 한글(서예)은 우리가 책보고 스스로 했어요. 오래 쓰면 다 할 수 있어. 한문을 배우고 싶어서 서예를 시작했는데 한 획 한 획 그으며 글자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더라고. 요즘엔 다시 한글(서예) 쓰고 있어요. (한글과 한문)둘 다 나름의 재미가 있죠. 서예가 지겨우면 (복지관) 윗층에 가서 탁구도 치고, 포켓볼도 한번씩 치고. 재밌어요, 거기는.”

한문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서예는 이제 취미가 되어, 요즘도 가끔 복지관에 서예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 웅천에서 거주하는 이 씨는 7년동안 집에서 복지관까지 매일 50분씩 걸어다녔다.

이 씨는 아메리카노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은 달면 맛있지만 커피는 달면 맛없어” 커피에 대한 이 씨의 철학은 확고하다. 

기자가 마시는 아이스라떼를 보며 한마디 하신다.

 “라떼는 우유와 커피의 비율이 중요해요. 정량을 지켜야 맛있어. 그건 커피 내리는 사람의 기본이지.” 

옆에 있던 윤 씨도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원두가 좋아도 커피와 우유의 비율이 안 맞으면 싱겁고 맛이 없어요.”

그러면서 기자에게 메뉴판을 찍어가라며 메뉴판을 가리킨다. 30여 종류의 음료를 전부 다 만들 수 있다며 라떼, 핫초코, 요거트 종류 등 음료 모두 이곳만의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카페에서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커피를 마시고 싶어질텐데 이분들은 어떨까. 이 씨는 사실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진 않는단다. 

"커피를 배우기 전에는 하루에 한 잔 이상 안 먹으려고 노력하죠. 난 커피가 그렇게 마시고 싶지는 않어 ~ "  

윤 씨는 “많이 먹고 싶지만 뼈 건강에 안좋을까봐 아마셔,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하루 한 잔 이상은 안 먹으려고 하지.”

윤다심 씨

로스팅한 콩은 서울에서 가져온다. 좋은 콩을 선택하려고 광주와 경주 등 몇 군데에서 콩을 주문해서 비교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져오는 콩을 사용한다. 많이 팔릴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하기도 한단다.

“이번 여름엔 엄청 팔았어요. 손님들이 아이스커피 엄청 많이 사가시죠. 경찰분들이 커피 많이 드세요. 우리는 9월 20일 경 여기 왔는데 그때도 많이 나갔어. ”

집에서도 커피를 즐겨 드시냐고 묻자 아침 일찍 복지관을 나가서 집에서는 커피 마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경찰서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112 카페는 24시간 열려 있다. 이 씨는 다른 관공서와 다르게 하루 종일 열려있는 경찰서의 특징 상, 아침 일곱시 반에 모닝커피를 마시러 오는 경찰들이 많다고 한다. 윤 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구치소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두 번 봤단다.

늘 함께 일하시는 두 분은 112카페의 다른 분들보다 특히 사이가 좋다

카페를 쉬는 일요일에는 여기서 일하는 다섯 분이 함께 모여 하루종일 시장에서 사 온 생강을 썬다. 채썬 생강으로 생강차에 쓸 청을 만든다. 가게에서 파는 빵은 시니어클럽에서 만들어온다. 시니어클럽에는 다양한 일자리가 연관되있다. 화장동 떡집 ‘천생연분’ 과 학교 급식 등 다양한 곳에서 소속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하루종일 서있느라 힘들진 않을까. 이 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재미있어요. 힘들면 못하죠. 손님 없으면 앉아서 쉬고 얘기하고, 좋아요.” 

윤 씨 역시 “자기가 재밌어서 하는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카페 안에는 직접 담그신 유자청과 생강청, 그리고 키위가 놓여 있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카페를 사고 싶다”며 원대한 꿈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엄마들은 복지관 가는 걸 창피해하는데 나는 즐겁다”며 웃었다. 윤 씨는 “결혼하고 40년만에 경찰서를 와봤다. 내가 경찰서에 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윤다심 씨와 이자승 씨가 하루 일을 정리하고 있다
가계부를 꼼꼼히 정리하는 이자승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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