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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만나 여성차별을 이야기하다

여남고 2학년, 독서토론 대회 열어

  • 입력 2017.11.29 04:09
  • 기자명 김예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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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렇게 의자를 모아 자리에 앉아 주어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말하고 있는 친구에 집중하며 경청하고 있는 모습

여남고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토론대회가 열렸다. 

우리 2학년에게 주어진 도서는 ‘82년 김지영’이다. 주인공인 1982년 생 김지영 씨가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학생들은 ‘여성 차별’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 책을 함께 읽은 후 토론 때 나눌 내용들을 10가지 질문으로 작성했다. 

그 10가지 질문은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 친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내용 상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주인공이나 저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내용 등으로 선정했다. 

본격적인 독서토론에 앞서 이렇게 질문지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독서가 이루어졌고, 질문이 질문을 만들면서 우리들의 생각들은 가지에 가지를 더해 쭉쭉 뻗어갔다. 

지금까지 단순하게 책만 읽었던 것에 비해 이렇게 질문할 거리를 찾으면서 독서를 하다 보니 정독을 하게 되고, 책의 내용에 더 몰입하게 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효과를 거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언 막대’를 사용함으로써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참여율도 훨씬 높아졌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근거에 대한 질문이나 보충할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우리들은 각자가 만든 질문을 토대로 자신들이 속한 모둠원들과 공유하면서 한 질문, 한 질문을 짚어가며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나 근거도 이야기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만들어 보는 것에 더해 모둠원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활동을 통해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지도 못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정말 기발한 생각에는 우리들 모두가 “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의 주장과 그 근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독특한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접근해 본 친구도 있었고, 나와 같은 관점으로 이 소설을 읽었지만,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다른 이유로 의견을 뒷받침 한 친구도 있었다. 이처럼 친구들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나의 관점을 뛰어넘는 다양한 의견과 새로운 생각들을 접하고 수긍하기도, 신기해하기도 하면서 내 수준이 좀 더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모둠끼리 이렇게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모둠친구들의 질문들 중에서 나름대로 정한 기준을 통과한 10개의 질문을 선정했다. 그리고 각각의 모둠에서 나온 또 다른 10개의 질문들을 모두 합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합쳐진 질문들을 다시 각 모둠에서 이야기 후 토론하기에 적합한 질문들을 고르는 활동을 했다. 이렇게 여러 친구들이 논의를 하면서 토의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에서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기회를 다시 한번 가졌다. 

독서토론 당일 날, 학생들은 둥그렇게 의자를 모아 자리에 앉았고 각자 4개의 막대 받았다. 그 막대를 둥글게 모여 있는 공간 안으로 던짐으로써 발언 기회를 얻고 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말하도록 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주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과 대책들을 모색해 보기도하고, 미래에는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해서도 예상해 보여 진지하게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

이제까지 경험한 토론은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누어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토론 형식에 맞춘 딱딱한 분위기에서 상대방과 싸우듯이 해야 하는 토론이었고, 토론에서 진 모둠은 매우 기분이 나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토론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하듯이 부드럽게 하는 토론이었다. 처음으로 이러한 형식의 토론을 해 보았는데 자리 배치를 둥글게 앉아서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함께 소통하며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는 희망하는 학생을 선정하였는데, 학생인 사회자와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며 좋은 토론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발언 막대’를 사용함으로써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참여율도 훨씬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이나 근거에 대한 질문이나 보충할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자칫 ‘여성차별’이란 무거운 주제 때문에 남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 토론이었지만, 토론에 이르는 과정이나 실제 토론에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토론 형식이나 방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여러 활동을 해 보고, 책에 대한 질문이나 궁금한 점 등으로 생각의 뿌리를 계속해서 뻗어나가게 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토론이었다. 

우리는 토론주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과 대책들을 모색해 보기도하고, 미래에는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해서도 예상해 보았다. 

엄숙한 분위기의 토론은 아니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론으로 긴장감과 재미가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82년생 김지영’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는 세상 만들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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