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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타고 안도 찾아가 음악회 연 초등학생들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의 범선문화체험

  • 입력 2017.11.29 04:03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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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범선 문화체험 행사 중 하나로,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이 서고지교회에서 주민위안 연주회를 하고 있는 모습
▲  2017 범선 문화체험 행사 중 하나로,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이 서고지교회에서 주민위안 연주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오문수

 

여수 소호초등학교 학생 60여 명과 함께 2017 범선문화체험행사(25일~26일)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심청골짝나라학교'가 주관하고 전라남도교육청에서 후원한 행사다. 토(25일)요일 오전 10시, 소호요트장에 여행 가방을 둘러멘 소호초등학교 학생들이 모여 재잘대고 있었다. 바람 불고 추우면 어쩌나하는 겨울 바다가 장판처럼 잔잔하고 춥지 않다.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국내 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에 올라탔다. 부두에 배웅 나온 학부모들과 교사들. 인원점검이 끝나고 정채호 선장으로부터 선내 주의사항을 들은 후 배가 소호항을 떠나자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코리아나호를 타고 10여 차례 국내외를 다녀본 터라 피식 웃음이 났지만 참았다. 목적지가 여수 내항이랄 수 있는 금오열도의 끝자락 안도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전 국민이 세월호 사건에 얼마나 놀랐는가? 혹시 모를 사고가 걱정되는 건 당연하다.

학생들이 "이렇게 작은 배에 잘 데가 있어요?"하고 질문해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배에 대해 설명해줬다. 국내 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는 전장 41m에 총 톤수 135t, 돛을 다는 마스트 높이가 30m로 폭이 100㎡에 달하는 돛이 11개나 된다. 침대가 48개이지만 아카데미 룸과 살롱을 포함하면 정원(71명)도 잘 수 있다.

평화통일음악을 기원하는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

 독일에서 열린 5개국 초청 연주회(2016.11.4)에서 공연하는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 모습
▲  독일에서 열린 5개국 초청 연주회(2016.11.4)에서 공연하는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 모습. ⓒ 최재식
 6월 11일, 임진각에서 열린 '한독 한반도 평화통일 공감 메아리' 협연에는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과 독일 음악인, 소호초 어머니 합창단, 경기도 신일초등학교 어머니 합창단을 비롯한 200여명이 참가했다.
▲  6월 11일, 임진각에서 열린 '한독 한반도 평화통일 공감 메아리' 협연에는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과 독일 음악인, 소호초 어머니 합창단, 경기도 신일초등학교 어머니 합창단을 비롯한 200여명이 참가했다.  ⓒ 최재식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91명)를 지휘하는 분들은 지휘자인 최대식 교사와 김준 교장이다. 창단 4년째인 소호오케스트라단.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해 작년(2016. 11. 4)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5개국 초청 연주회에 참석했었다.
 

땀 흘린 결과일까? 기쁜 소식도 있었다. 음악 하면 유럽인데 소호초등학생들의 리코더 연주에 감동받은 독일음악인 13명이 학교를 방문해 '예울마루'에서 협연했다. 그뿐만 아니다. 임진각에서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협연(2017. 6. 11)을 하기도 했다.

'한·독 한반도 평화통일 공감 메아리'라는 주제로 열린 연주회에는 소호초 학생 100명, 소호초 어머니 합창단, 경기도 신일초등학교 어머니 합창단을 포함해 200명이 합동 공연했다. 김준 교장의 얘기다. 

"21세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소통능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이잖아요. 오케스트라를 하면 이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요. 국제화 시대에 유럽에서 가장 발달된 문화를 접하기 위해 독일공연을 갔는데 독일인들이 리코더 연주하는 걸 보고 놀라더라고요." 
 

 2017 범선체험행사의 주역들. 왼쪽부터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최재식 교사, 김준 교장,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 항상  맨 앞에서 학생들을 인솔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김준 교장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  2017 범선체험행사의 주역들. 왼쪽부터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최재식 교사, 김준 교장,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 항상 맨 앞에서 학생들을 인솔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김준 교장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오문수
 

 


"통일을 경험한 독일 사람들이 한국도 자기들처럼 평화통일을 간절히 기원했어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다툼이 없어졌습니다. 애로사항이라면 우리 학교가 교육부지정 예술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죠. 또한. 각 파트별로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학생들 일거수일투족을 지원하는 어른이 있어 "교사냐?"고 물었더니 "오케스트라단 학부모회장(김정미)으로 이민서(6년)양의 어머니"란다. 딸에게 음악공부를 시키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음악을 시키려고 2학년 때 전학 왔어요. 3학년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는데 좋아하고 잘 따라와요. 단체생활을 하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알아요. 오케스트라는 화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리를 낼 수 없잖아요. 애들이 평소에는 장난치고 말을 안 듣는 것 같은데 무대 올라가면 눈빛이 달라지고 진지해져요"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 중 몇 명이 코리아나호 뱃머리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오케스트라 학부모회장 김정미, 악장 조현서(6년), 이민서(6년), 지휘자 최재식 교사. 이민서 양은 "처음에는 엄마가 바이올린을 시켜서 했는데 지금은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원들 중 몇 명이 코리아나호 뱃머리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오케스트라 학부모회장 김정미, 악장 조현서(6년), 이민서(6년), 지휘자 최재식 교사. 이민서 양은 "처음에는 엄마가 바이올린을 시켜서 했는데 지금은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 오문수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갑판에서 배식하는 모습.
▲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갑판에서 배식하는 모습. ⓒ 오문수
 

 


장래 음악 교사가 꿈이라는 조현서(6년) 양은 악장이다. 2학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그녀는 바이올린과 리코더, 타악 앙상블도 한다. 놀라운 솜씨로 연주하는 조현서 양에게 "음악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전에는 게으름을 피웠는데 음악을 하면서 빨리 일어나요. 연습해야 하니까요. 매일 40분 정도 연습합니다"

공룡섬 사도 방문한 학생들... "와!"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한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 공룡섬 사도에는 공룡발자국이 755점이나 있다.
▲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한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 공룡섬 사도에는 공룡발자국이 755점이나 있다.ⓒ 오문수
 

 

 

 공룡섬인 사도를 답사하는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
▲  공룡섬인 사도를 답사하는 여수소호초등학교 학생들.  ⓒ 오문수
 

 


금오열도 끝자락에 있는 안도는 여수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시간이 충분한 코리아나호가 중간기착지로 선택한 곳은 공룡섬 사도. 여수 낭도면에 소재한 사도는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2003. 2. 4)된 공룡섬이다.

사도는 백악기 퇴적층으로 이뤄진 자그마한 섬이다. 하지만 앞발을 들고 뒷발만으로 걷는 조각류, 육식동물인 수각류, 목이 긴 초식동물인 용각류 등의 공룡 발자국이 755점이나 있는 섬이다.

배에서 내리자 섬 입구에 선 티라노사우루스 모형을 만지던 학생들은 공룡 공원에서 다양한 공룡들에 대한 자료를 읽었다. 섬 주위를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은 바위 속에 묻혀 화석이 된 규화목과 거북바위, 얼굴 바위 등을 구경하고 안도를 향해 떠났다.

잘 나갈 때는 다방이 3개나 됐다는 서고지 주민들... 학생공연에 감탄해

안도 서고지마을은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의 끝에 우뚝 솟은 망산을 바라보는 양지쪽에 자리한 작은 섬마을이다. 3백여 미터쯤 떨어진 '부도'는 태평양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섬이다.

서고지항은 서고지, 부도, 망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항구로 230억 원을 들여 낚시항으로 개장(2020년)할 예정이다. 이 마을 출신인 여수수산인협회 진광화 회장이 마을 이력을 설명해 줬다.

"파시 때는 다방이 3개나 있었어요. 30년 전에 항구 인근 땅이 4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주민 100여 명만 삽니다. 당시 노가 4개 달린 '쳇배'가 있었는데 멸치를 잡기 위해 하루 저녁에 금오도를 두 바퀴나 돌았다고 해요" 

'쳇배'는 그물을 우측에 붙여 불빛으로 멸치를 유인해 그 불을 보고 몰려오면 떠서 잡는 원시적 형태의 멸치잡이 배다. 저녁 7시 서고지 교회에 주민과 학생 포함해 100여 명이 모여 소호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됐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최재식 교사가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베이스리코더와 리코더, 플루트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한 후 공연이 시작됐다.
 

 서고지교회에서 열린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서고지주민과 학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  서고지교회에서 열린 여수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서고지주민과 학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 오문수
 

 


독주- 소나타 테르자(Sonata terza), 중주 - 엘 렐리카리오(El Relicario), 영국민요인 그린슬리브 (Green Sleeves), 중주로 경쾌한 '나팔수의 휴일'이 연주되자 교회는 환희의 얼굴로 가득했다. 놀랍다! 초등학교 5~6학년이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학생들이 연주하는 황홀한 음악 소리에 입을 다물지 못한 주민들의 탄성이 겨울 바다에 퍼져 나가고 바다를 비추던 가로등 불빛도 흥에 겨워 춤추고 있었다. 이어지는 차례는 음유시인이랄 수 있는 전두성씨의 차례다.

한국산악회에서 등산학교를 창설해 교장을 역임(1998년-2012년)했던 전두성씨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때와 장소에 맞춰 노래를 리드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뉴질랜드 민속 음악 '영가'를 시작으로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를 부르자 주민들 속에서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앙코르!"가 나왔다.
 

 등산학교 교장을 역임했던 전두성씨가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다
▲  등산학교 교장을 역임했던 전두성씨가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다.  ⓒ 오문수
 

 


다음 날 아침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이야포 해변을 지나 안도 해변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울릉도 내수전길 비슷한 아름다운 길이지만 15도 경사진 산길로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1㎞도 못 갔는데 내 옆에 있던 여학생이 "볼 게 하나도 없는데 그만 가요. 힘들어 죽겠어요. 씨~"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처럼 다녔던 학생들은 등산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여기저기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들을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가다 태평양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에 학생들을 앉혀놓고 전직 교사였던 필자가 나섰다.

"여러분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죠?"

"새 소리가 들려요. 바람 소리가 들려요. 파도 소리가 들려요."

"여러분 아무것도 볼 게 없어요?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어요. 4살 5살짜리가 다니는 베타니아 유치원 학생들과 숲 학교를 동행 취재할 때 어린 동생들이 숲 속에서 바람 소리, 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어요"
 

 푸른 꿈을 품고 저 하늘 높이 날기 위해 뛰어오른 학생들. 전망대 뒤쪽으로는 태평양이 보이는 망망대해다.
▲  푸른 꿈을 품고 저 하늘 높이 날기 위해 뛰어오른 학생들. 전망대 뒤쪽으로는 태평양이 보이는 망망대해다. ⓒ 오문수
 

 

 

 필자의 해설을 듣고 이야포 해변을 걸어가는 학생들. 학생들 뒤쪽에 보이는 이야포는 6.25전쟁 초기 300명의 피난민을 싣고 제주도로 향하던  배가 잠시 이야포 해변가에 머문 사이 미군기가 폭격해 150명이 사망한 바다다.
▲  필자의 해설을 듣고 이야포 해변을 걸어가는 학생들. 학생들 뒤쪽에 보이는 이야포는 6.25전쟁 초기 300명의 피난민을 싣고 제주도로 향하던 배가 잠시 이야포 해변가에 머문 사이 미군기가 폭격해 150명이 사망한 바다다.  ⓒ 오문수
 

 


마이크를 들고 신석기시대의 패총 이야기, 엄홍길 대장과 킬리만자로를 여행했던 이야기, 섬사람들에게 당산이 주는 의미를 설명하는 동안 6㎞를 걸었지만 더 이상 불평이 나오지 않았다. 내 옆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김도연(6년)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도연이의 감수성에 감탄했다.

"나는 안도에 와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을 다 보았다. 푸른 바다와 예쁜 꽃, 항구 주변에 울긋불긋하게 칠한 도로표지판, 예쁘게 색칠한 배. 장시간 걸었던 게 힘들었지만, 밥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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