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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고려인 학생들, 마음이 짠했다

카자흐·키르기즈스탄 직업교육학생 발표회 열려

  • 입력 2017.12.03 16:47
  • 수정 2017.12.10 22:4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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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카자흐 키르기즈스탄 직업교육학생 발표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  2017 카자흐 키르기즈스탄 직업교육학생 발표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11월 28일(화) 오후 두시 반,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는 2017 카자흐·키르기스스탄 직업교육학생 발표회가 열렸다. 전라남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여수정보고등학교, 벌교상업고등학교, 순천공업고등학교, 전남미용고등학교가 주관한 발표회에는 두 나라에서 온 고려인 4세 학생 29명과 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29명의 학생들이 직업교육학생발표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전라남도교육청의 특별한 사업 때문이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지난해부터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고려인 사회 차세대 인재육성과 전남 특성화고 위상 제고를 위해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3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창의적 체험활동과 문화체험, 기술교육을 받은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을 예정이다. 이 교육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은 카자흐공화국 알마티한국교육원과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등이 주관한 선발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추천된 인재들이다. 다음은 장만채 교육감의 축사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 모습
▲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 모습
ⓒ 오문수

 

 

 남학생들의 열띤 공연 모습
▲  남학생들의 열띤 공연 모습
ⓒ 오문수

 


"80년 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해야 했던 조선인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이어나갔으며 이제는 중앙아시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 우리 전라남도 교육청에서는 두 나라에서 온 29명의 고려인 4세 학생들에게 선진화된 우수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모 곁을 떠나 자신들의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어 발표회와 예능마당'에 출연한 학생들의 이름 앞에는 한국인 성이 붙어있고 중간이름은 두 나라 언어로 지어져 가슴이 짠했다.  박에두아르드, 허세르게이, 김이리나, 남니키타, 김율리아나, 이올렉, 엄안나. 양지아나.

학생 대부분의 얼굴 모습은 한국인을 닮았다. 비록 몇 명은 서양인의 얼굴이지만 그들 피 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어려운 선발시험을 통과해 한국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이들은 3년 동안 한국교육을 받고 졸업해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음은 이들을 지도하는 한 교사의 얘기다.
 

 기타에 맞춰 노래부르는 남학생들
▲  기타에 맞춰 노래부르는 남학생들
ⓒ 오문수

 

 

 여학생들의 열띤 공연 모습
▲  여학생들의 열띤 공연 모습
ⓒ 오문수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 취업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포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이 졸업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국적을 가진 후손 3세까지는 취업이 가능하다고 해요. 이 학생들이 취업하려면 학위를 받거나 25세 이상이 되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댄스스포츠, 기타연주, 장고춤 꽁트, 라틴댄스와 두 나라 출신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수화송 등의 행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이들 모두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1분 발언'이다.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공통적으로 말하는 고민은 "한국말과 한국전통예절을 몰라 힘들었다"는 것. 하지만 "한국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도와줘 극복하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열심히 배워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네 학교에서 고려인4세 학생들이 1년 동안 활동한 사진을 모은 자료들
▲  네 학교에서 고려인4세 학생들이 1년 동안 활동한 사진을 모은 자료들
ⓒ 오문수

 

 

 장고춤도 멋지게 췄다
▲  장고춤도 멋지게 췄다
ⓒ 오문수

 


순천공고에서 공부하는 남학생들의 꿈은 "한국의 선진자동차 기술을 배워 고향에 돌아가 자동차공장을 만들거나 정비공장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발표도 있었다.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이리나양의 꿈은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 카자흐스탄에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쌓인 눈 밖에 안 보이는 시기가 있는데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워요."

맨 처음 시작한 공연은 여수정보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이다. 사물놀이 팀의 리더를 맡은 양지아나양은 학과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금융정보학과를 선택해 앞으로 금융계통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양지아나 학생의 '1분 발언 ' 모습. 한국에 온 지 몇개월도 되지 않아 성적이 70점을 넘긴 우수한 학생이다. 금융계통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양지아나 학생의 '1분 발언 ' 모습. 한국에 온 지 몇개월도 되지 않아 성적이 70점을 넘긴 우수한 학생이다. 금융계통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 오문수

 


"여러분은 어렵고 힘들 때 무슨 생각을 합니까? 저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어머니가 저희 가족에게 주신 마술인 '코치'를 외우며 이겨냅니다. 어머니가 지어낸 '코치'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자"는 뜻입니다."

객석에서 이들의 공연을 바라볼 때 가슴이 뭉클했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본 영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중앙아시아까지 강제이주 당하면서 수많은 동포들이 죽어갔고 핍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유창한 한국말을 하며 친구들과 떠들 학생들이 서툰 한국어를 하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다음은 전라남도교육청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학다리고등학교 양한모 이사장의 말이다.   

 학다리고등학교 양한모 이사장의 인사말 모습
▲  학다리고등학교 양한모 이사장의 인사말 모습
ⓒ 오문수

 


"제가 중앙아시아에 있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의료봉사를 갔을 때 고려인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들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고생한 분들의 후손이잖아요. 우리는 이분들한테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분들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서 지도자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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