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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꿈 이루는 농부들, 여기 있습니다

밤을 잊은 농부들... SNS 마케팅을 통한 성과발표회 열려

  • 입력 2017.12.07 06:0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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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토), 전주시 농업과학도서관에서는 밤을 잊고 SNS를 통해 마케팅하는 농업인들의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  2일(토), 전주시 농업과학도서관에서는 밤을 잊고 SNS를 통해 마케팅하는 농업인들의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 오문수

 


2일(토) 오후 1시 반, 전주시 소재 농업과학도서관에서는 '밤을 잊은 농부들의 SNS 마케팅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MKA 넷 협동조합 1004 재능기부단이 주관하고 농총진흥청과 한국 농어촌공사가 후원한 행사장에는 18개 지역에서 온 농부 200여 명이 참석했다.

후끈한 열기로 가득한 행사장 전면에서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OO밤농!"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려 "밤을 재배하는 농부인가?"했더니 아니다. '밤농'은 낮에는 논밭에서 일하고 밤을 잊은 채 SNS에 글을 올리기 위해 밤을 잊은 농부의 약자다.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용근 교수가 입을 열었다.
 

 농민들이 생산한 제품을 예쁘게 상품화한 전시장 모습
▲  농민들이 생산한 제품을 예쁘게 상품화한 전시장 모습
ⓒ 오문수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정보접근기술입니다. 생산과 소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옛날에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됐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블로그를 잘 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 하던데요."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농부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상품을 마케팅하는 사람들이었다. 행사를 주도하는 김용근 교수의 이력이 다양했다. 농고를 졸업해 체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는 21년간(소령예편)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전남 화순으로 귀농해 토종꿀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MKA넷 협동조합 이사장이자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SNS마케팅 외래교수직을 맡고 있다. 

그가 귀농한 마을에서 SNS를 통해 꿀 파는 걸 본 주위 어르신들이 "내것도 팔아 달라"고 부탁해 본격적으로 SNS공부를 시작했다. 잘 한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 2017년 전국으로 다니며 재능기부한 회수가  600번이 넘는다. 그에게 보람을 물었다.
 

 21년간의 군생활을 접고 화순에 귀농해 토종꿀을 키우며 SNS로 판매하다 교수까지 된 김용근 교수가 그의 저서를 들고 있다
▲  21년간의 군생활을 접고 화순에 귀농해 토종꿀을 키우며 SNS로 판매하다 교수까지 된 김용근 교수가 그의 저서를 들고 있다
ⓒ 오문수

 


"수업 받으신 분들이 수익을 올리고 교육받은 분들이 지역의 리더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소외받았던 분들이 소득증대와 함께 자존감이 올라가 삶이 바뀌는 걸 보았어요."

우연히 농부들을 위한 마케팅 전문가가 된 그가 양주환교수와 함께 발행한 책 <my 브랜드파워 SNS마케팅>에는 농업인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블로그 마케팅 지침이 들어있다.

양주환 교수의 마케팅 전략, 스마트 에디터 3.0을 이용한 블로그 포스팅 기법, 중급이상의 블로그 운영기법, 네어버 오픈마켓 스토어팜, 모바일 홈페이지 모두를 비롯해 페이스북, 카마오마케팅, 프스트, 폴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마케팅과 내 SNS계정을 등록할 수 있는 다양한 검색등록 방법, 농산물이나 상품을 판매할 실전마케팅

이날 최우수상을 받은 이는 전북 고창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김귀덕씨에게 돌아갔다. 그녀가 재배하는 멜론은 '머스크, 레드, 켄탈로프, 스윗볼' 등이다.

그녀가 소속된 고창 황토 멜론 연구회는 2016년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7년 소비자가 선정한 품질만족대상을 수상했다. 1998년 결성된 '고창 황토 멜론 연구회'에는 31농가가 가입해 40ha에서 연간 총 매출액 20억원을 올리고 있다. 18년간의 미용실 생활을 접은 그녀가 만석꾼 농부가 된 비결을 소개했다.
 

 "SNS와 함께 꿈을 이루어 간다 "는 고창 만석꾼 농장 행복 멜론 김귀덕씨가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SNS와 함께 꿈을 이루어 간다 "는 고창 만석꾼 농장 행복 멜론 김귀덕씨가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오문수

 


"고창에서 농기계수리 기사인 남편이 농한기가 되면 놀아요. 사철 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다가 미용실을 접고 멜론을 시작했어요. 농업인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가서 글귀가 적힌 멜론을 보고 남편이 3년 동안 멜론에 스크래치를 하더라고요. 아까운 멜론 버린다며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성공했죠. 멜론은 한 두 개만 버리고 적과 후 버려졌던 멜론을 10㎏에 25000원에 판매하자 짭짤한 수입이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멜론에는 "수능합격"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어 당연히 비싸게 팔렸다. 남편이 멜론에 글귀를 새기기 위해 3년 동안 실험한 건  "어느 시기에 얼마만큼 컸을 때 글귀를 새겨야 성공하는가?"였다. '적과'란 과수 재배에서 너무 많이 달린 열매를 솎아 내는 일을 말한다.

한 여름 너무 더워 비닐하우스에 들어갈 수 없을 때는 회원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멜론에 대해 연구한 그들의 성공비결은 여러 공중파 방송에도 보도됐었다고 한다.


3년 후에 1억을 목표로 열심히 상추 재배하는 초보농군

남원에 귀농해 상추를 재배하는 최승태씨는 예비역 대령 출신이다. 김용근 교수를 만나 커다란 도움을 받고 상추를 팔고 있다는 그가 살아온 얘기를 했다.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최승태씨 모습
▲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최승태씨 모습
ⓒ 오문수

 


"귀농해 1년간 놀다 상추를 재배하겠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하루에 10시간 일하며 상추 8600주를 심었는데 겨우 두 박스 수확하고 다 죽었어요. 지금은 주 4일 근무에 4시간만 일합니다. 2020년 목표는 1억입니다."

행사장을 나와 복도로 가니 참석자들이 가꾸고 키운 농작물들을 상품화한 물건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고 졸린 눈을 부비며 서툰 실력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밤새웠을 그들의 꿈이 영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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