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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참빗나무’의 수난이야기

인간의 이기심이 식물의 '멸종'을 가져오기도

  • 입력 2017.12.20 04:28
  • 수정 2017.12.20 04:29
  • 기자명 김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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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소개글]

구봉산은 여수의 핵심적인 산 중 하나다. 본지는 구봉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구봉산 이야기’를 연재할 김배선(66)씨는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저자이다. 다음카페 '조계산 연구소' 운영자이다. 해양경찰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향토사에 관심이 많고, 조계산 주변의 '여수사건'관련 이야기 수집을 오랫동안 해오기도 했다. 현재 여수문화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순신광장에서 진행해 온 여수문화원의 '수군출정식' 감독을 맡은 바 있다. 필자는 '구봉산 이야기' 연재 공로로 14일 열렸던 본지 창간기념식장에서 2017년도 시민기자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지난 14일 <여수넷통뉴스>창간 기념식장에서 필자 김배선씨(왼쪽 두 번째)가 여수의 명산 구봉산을 구석구석 발로 누비며 '구봉산이야기' 이 기사를 연재한 공로로 시민기자상을 수상했다.

12월의 이른 오전 영하의 추위에도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며 장군산의 북쪽 등산길을 오르고 있을 때 정상 직전의 가파른 길에서 옆구리에 나무 가지단 한 아름을 끼고 내려오는 노인과 마주쳤다.

참빗나무를 알아본 나는 좁은 길이라 비켜서는 노인을 향해 “그거 약에 쓰시려고요?” 하고 인사말을 건네자 낯선 사람을 대하는 특유의 무덤덤한 시선을 나뭇단에 보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지나쳐가는 뒷모습을 보며 1980년대에 일었던 참빗나무의 열풍을 떠올리면서 걸음을 재촉하여 이내 정상에 도착한 나는 이따금씩 나와 눈 맞춤을 했던 곳을 찾아 두리번거려 보았으나 짐작대로 웃자란 녀석들 대부분이 보이지 않아 잠시 허전한 마음에 잠겨야 했다.

이번 구봉산이야기는 30여 년 전 한때 전국적으로 참빗나무가 암에 특효약이라는 열풍이 불어 구봉산과 장군산에 자생하는 참빗나무가 멸종에 가까운 수난을 겪었던 이야기를 돌이켜 보고자 한다.

‘참빗나무’의 이름

참빗나무는 이름부터가 우리의 정서와 가까운 조금은 특별한 모양의 나무로서 표준어로는 ‘화살나무’고 귀신 쫓는 나무라고도 부른다. 서식지는 전국의 산비탈이나 꼭대기 등 암석지에서 자라는 키가 별로 크지 않고 밑동에서부터 가지를 치는 관목이다. 그 생김새는 줄기에 화살의 깃 형태의 콜크 색 날개가 사방으로 붙어 있어 우리 고유의 옛 참빗이 연상되기도 한다.

줄기의 빛깔은 새로 돋아 이삼년 째 마디까지는 밤색이나 녹색을 띄다가 그 다음부터는 회색 빛깔로 변하며 하얀 실선의 줄무늬가 있고 성목이 되면 가을에 빨간 열매가 열린다. 참빗나무가 자라면 줄기는 손목 크기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어른들 키의 두 배 가까운 것도 있으며 고목이 되면 깃이 거의 나지 않는다.

동아시아가 서식지로서 우리나라는 전국에 분포하고 여수는 돌산의 임포뒷산과 구봉산의 북쪽계곡 드리고 장군산의 정상 일대 등에 자생지가 있다.

장군산 참빗나무와의 인연

장군산 정상 길 주변에는 새순처럼 배꼽높이로 자라고 있는 참빗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에는 몇 그루 같지만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 십 그루가 자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장군산의 참빗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십여 년 전 정상을 지나다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참빗나무를 만나고부터였다.

“암에 좋다고 너도나도 베어가기 바빴는데 이곳에 이렇게 자라고 있다니!”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중계소 건물 뒤편 골짜기 후미진 가시덤불 주위를 살펴보니 요행이도 내 키보다 훨씬 큰 고목 하나가 눈에 띄어 이곳이 참빗나무들의 군락지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 수난을 당하여 사라지거나 미처 자랄 틈이 없어 하나같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앙상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무엇에 좋다고 하기만 하면 멸종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맹목적 이기심에 대한 안타까움에 장군산에 오를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 것이다.

참빗나무의 수난
1980년대 말로 기억된다. 참빗나무가 암에 특효라는 소문이 일면서 너도나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산과 들을 뒤덮어 씨를 말린다고 할 정도로 전국인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참빗나무는 수난을 당해야 했고 구봉산과 장군산의 참빗나무들도 빗겨갈 수는 없었다.

당시에 구봉산에서 참빗나무를 채취하여 팔았다는 대치마을 서상철(83) 노인의 회고이다.

“그때 나도 안터골(구봉산을 가리키며)에서 참빗나무를 많이 쪄다가 팔아먹었지 잘 사갔거든. 그런데 요새는 쏙 들어가 버렸어. 그것이 무슨 암이 낫는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웃어 넘겼다”

그러한 열풍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고 말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에는 재배와 판매를 하려는 사람들이 암에 약효는 물론 한발 더 나가 고혈압 당뇨뿐만 아니라 갖가지 병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풀이나 뿌리 약재는 유행처럼 지나가기도

사람들은 “무엇이 어디에 좋네!”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비슷한 예로 한 때 전국적으로 쇠뜨기 열풍이 몰아친 적이 있었다. 전국의 야산골짜기 주변과 논밭 등지에 줄기와 가지가 마디처럼 자라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잡초가 허무맹랑한 소문에 의해 하루아침에 암의 특효약으로 변해 씨를 말리는 광풍을 일으켰다. 시골의 조그만 가게 유리창에도 ‘쇠뜨기’라 는 안내가 붙었을 정도였다. 허나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켜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도 있었으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참빗나무도 분명 약재의 하나이기는 하다. 동의보감이나 동의학 사전에도 복통을 낫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적고 있다. 사실 자연의 이치로 본다면 이 세상에 약 아닌 것이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사람도 이 세상에 태어난 수많은 생물중의 하나이다.

부족한 성분은 모든 생물에서 고루 섭취

모든 생물들은 서로 공통적인 기본 성분과 자기만의 특수 성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어떤 사람이 신체에 하나의 성분 부족이나 고갈로 인해 병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해당 성분을 다른 생물로부터 섭취할 경우 곧 효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특별한 물질의 상호작용과 지극한 정성까지 더하여 나타날 수 있는 기적적인 현상까지를 포함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낙지를 먹이면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을 한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의 특효를 의미한 것으로 육지에서는 뱀을 호박잎에 싸서 먹였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약이 된다고 하는 것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는 신체가 필요로 하는 요소 중 무엇이 절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참빗나무나 쇠뜨기 풀 또는 무슨 효소 할 것 없이 당사자에게 부족한 성분이었을 경우는 약효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갈되었거나 부족한 일부 해당자에게는 약이 될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저 무효하거나 오히려 넘쳐 해로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간 자신의 몸만 생각하고 ‘멸종’도 마다않는 것은 이기심

필자는 요즈음에도 구봉산에서 약초를 캐러 다니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 맹감(청미래 넝쿨)뿌리, 느릅나무뿌리나 껍질, 엉겅퀴뿌리 등등

누구라도 자신을 위해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 얻어가는 것은 공존이라 할 것이다.요즈음의 신세대들은 그러한 맹목적인 현혹에 현명해지고 있어 다행스러워 보인다.

정상에 노출되어 잘려간 장군산의 참빗나무를 대하고서 구봉산 큰 터골을 탐색해 보았더니 그곳에는 20여년 넘도록 여기저기 고목으로 참빗나무들이 자유롭게 붉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실은 이 글도 겁이 난다. 사진과 글을 보고 그나마 남은 주변의 ‘참빗나무’들이 수난을 당할까봐 많이 망설였다. 자신의 몸만 생각하는 이기심보다는 자연과의 공존을 더 중요시 하리라는 믿음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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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범 2017-12-23 12:04:08
정유년 한해도 며칠남지않은 12월에,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며,향토문화에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구봉산 이야기로,시민기자상을 가슴에안은, 김배선 작가의수상을
뒤늦게나마 축하합니다.

앞으로도,남은 에너지와 정열을 작품을통하여 독자들에게 무언의 멧세지를 전달 할수
있는 많은 정감있는 작품을 기대하며, 닥아오는 무술년 새해에도,
가족과 더불어 항상 행복과 사랑이 넘쳐나길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