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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드라마 <여수역> 기대해볼까?

올해 여순 70주년... 이제는 MBC에서 가능하려나~

  • 입력 2018.01.04 15:27
  • 수정 2018.01.21 14:13
  • 기자명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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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간한 것이 도시고 있어.”

“아부지 왜 우요.”

“쩌어그 뫼똥에 가믄 더 많은디야.”

“밤인디 사람이 보일랍디여?”

“잊아부시오.”

“미군이 일본한테 이겨쓴게.”

“아따 긍께 말이요잉.”

“간네를 그대로 태우고 왔단께요.”

양영제 장편소설 <여수역>에서 추린 대화다.

양영제의 소설 <여수역>. 여순사건 겪은 이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한 르포소설.  2017년 발간.

같은 전라도 말이지만 광주 말과는 다른, 벌교 말과도 또 다른 여수 말이 소설에 흥건하다. 여수가 고향인 나는 이 책을 눈이 아니라 입으로 읽는다. 입술 들썩이며 읽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여수 서국민학교 5학년 1반 정철의 말투와 기억을 소환한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이 소설이 흥미롭다.

여순반란사건. 흔히 이렇게 말해왔던 1948년 10월 여수 순천지역 참변.

소설은 그 아픈 역사를 그대로 들고 와 정면으로 녹여낸다. 모두가 쉬쉬해온 역사.

여수 순천 사람이라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였던 역사.

역사는 역사인데 역사가 아닌 걸로 합의한 역사.

이제 역사는 여수를 고향으로 둔 작가를 시켜 더 늦기 전에 진실을 알리라고 명령한다.

그 참혹한 주검들 위에 꽃 한 송이 놓으라고 명령한다.

당시 여수 주둔 14연대가 왜 제주 4.3항쟁 진압 명령을 거부했는지, 왜 여수 순천 시민은 죽음과 함께 빨갱이로 둔갑했는지, 그때 희생된 시민이 6천을 넘어 정말 1만에 달했는지, 왜 여수엔 그 흔한 위령탑 하나 아직 없는지...

제주 4.3은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과 함께 희생자 명예회복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도 다큐도 만들어지고 정부에서 공식 행사를 준비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수 순천의 10월은 쉬쉬하는 데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꽁꽁 묶여 있다. 이제 그 반걸음을 작가 양영제가 떼었다. 5년을 공들인 그의 노력을 존경하고 치하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본다.

대하드라마 <여수역>.

그래, 나는 이 아픈 소설이 TV 대하드라마 같은 것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 아픈 역사를 보고 듣고 보듬었으면 좋겠다. 살점은 없고 뼈만 남은 그 앙상한 역사의 등을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왔음을 주장하는 MBC에게 기대해볼까.

필자 정철. 단국대 초빙교수.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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