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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시대 비웃는 마이스터고 졸업식 "절대긍정이 원천"

[이색 졸업식] 꿈이 이루어지는 곳 여수마이스터고...졸업생 78%가 좋은 일자리에 찾아

  • 입력 2018.01.10 11:41
  • 수정 2018.01.10 13:49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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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석유화학고 졸업생들이 만든 작품 '나는 널 늘 응원해'라는 문구에 긍정의 힘이 배어 있다

하늘에서 흰눈이 펑펑 내렸다. 새해를 맞아 내린 첫눈이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이 흩날렸지만 이날 내린 눈은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다. 1월초 학교 앞 정문에는 꽃을 사고파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꽃 사세요. 단돈 만원이요 만원!”

가족과 예쁜 꽃을 고르는 사람도, 자판대를 그냥 지나치던 어느 중년 남성도 발걸음을 되돌려 꽃 한다발을 사가는 모습도 모두 정겹다. 꽃을 사는 사람도 꽃을 파는 사람도 기분 좋은 날. 바로 졸업식 풍경이다. 지난 9일 오전 여수석유화학고 송백관에서 마이스터3기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에 환히 웃는 '화창한' 졸업식

여수마이스터고 학교앞에 이곳 학생 3명을 사원으로 채용한 여천NCC가 유일하게 졸업축하 펼침막을 내걸었다. 아래는 꽃다발을 파는 자판대의 모습
무료 음료와 국수를 제공한 여수석유화학고 학부모들의 즐거운 자원봉사 모습

학교 앞 정문에 3명의 졸업생을 채용한 어느 대기업이 펼침막을 내걸고 한식구가 된 졸업생을 축하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학교에 들어서자 현관에 ‘꿈이 이루어지는 곳 여수마이스터고’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졸업생 3학년 공정설비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문구다. 또 ‘나는 널 늘 응원해 힘내자 석유화학고 2018’이라고 쓴 학생들의 작품에는 긍정의 힘이 배어 있다. 이학교가 추구하는 긍정적 관계, 긍정적 변화, 긍정적 덕행이라는 ‘절대긍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년 전 특별한 학교로 소개된 여수석유화학고 마이스터고(관련기사 '무감독 시험'이 가능한 고등학교, 이유는?)는 삼포시대를 비웃듯 양질의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졸업생 109명중 80명이 좋은 직장을 구했다. 78%의 취업률이다. 이중 14명이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여천NCC등 51명은 대기업에 입사했다. 또 15명은 반도체 업종인 ENF테크놀로지 등 유수의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위험물, 가스, 환경, 화학분석, 정보처리, 토익스피킹 등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률은 821%라는 믿기지 않는 실력을 갖췄다. 딱 떠오르는 문구 '인재양성의 요람'이 따로 없다.

여수석유화학고의 자랑 취타대가 풍악을 울리는 가운데 열린 졸업식 모습
17개의 자격증을 취득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공정운전과 서민호군과 아버지 서원국씨의 모습

졸업식장에서 한 학부형을 인터뷰했다. 공정운전과 서민호군은 17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아버지 서원국(48세)씨는 “아들의 졸업식 소감에 대해 처음 기숙사 생활을 걱정했는데 너무 잘 적응했다“면서 ”3년간 학교를 다녀서 삼성전자에 입사했는데 아들이 자격증 17개를 딴 것이 참 대견스럽다“라고 만족했다.

자부심 잊지 말길...PYM인재상 키울것 

여수석유화학고를 명문고로 만든 조영만 교장이 졸업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내 석유화학고가 자랑하는 취타대의 입장으로 졸업식이 시작됐다. 검은 의상에 사각모를 쓴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이 직접 학생들과 악수를 하며 졸업장과 인증서 그리고 상패를 전달했다. 강당 대형스크린에는 졸업생 한명 한명이 비춰졌다.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조영만 교감은 졸업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졸업식은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릅니다. 철부지 학생들이 3년 동안 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약 80%가 취업했습니다. 아직 취업 못한 아이들은 크게 걱정 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군대를 다녀온후 학교를 통해 4명이 취업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인재상은 ‘절대긍정’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긍정주의자입니다. 안 되는 것보다 되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이제 학교발전기금 장학생 선발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여수산단이나 전국에서도 묻지 않고 뽑아도 될 이미 검증된 ‘PYM 인재상’을 키워나가겠습니다.”

PYM(Petrochemical Young Meister) 인재상이란 매년 졸업식때 학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1.2학년 재학생 10명에게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출연한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1인당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명 영마이스터고의 자랑인 셈이다.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졸업장을 받은 가운데 전체 졸업생 개인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졌다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의 얼굴엔 발랄함과 생기가 묻어나는 반면 졸업식이란 후련함보다 친구들과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이 더 큰 탓에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다.

석유화학고 3학년 이진규 담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에 대해 “졸업식을 앞두고 학생들과 학교와 여수시내에서 군고구마 장사로 마련한 수익금 108만원과 백송제 축제를 통해 나온 수익금을 합쳐 158만원을 KBS이웃돕기성금모금에 기부하였던 점은 또 다른 추억이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사회에서 마이스터고인의 자부심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대기업 부럽지만 중소기업에서 기반 닦을 것"

삼성전자에 취직한 공정설비과 김태민군은 "중학교 때는 기숙사 생활과 단체 활동을 안 해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어려움이 있었는데 착한 친구들과 3년 동안 기숙사 생활과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회사면접에서도 당당하게 단체생활 부분에 대해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돈을 벌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꿈이다. 학교에서 배운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회초년병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장선생님께 졸업장 받는 공정운전과 강연경 학생이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동아제약 품질관리실에 취직한 강연경 학생은 “처음 힘들었는데 어린나이에 내가 원한 좋은 곳에 취업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짱이다“면서 ”1학년 때 싱가폴과 말레이시아로 수학여행을 가서 폴리텍 대학과 교환학생들과 얘기한 것은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졸업 소회를 밝혔다.

또 중소기업에 취직한 공정운전과 홍준군은 “우리 학교의 자랑은 높은 취업률이다”면서 “저는 중소기업인 ENF테크놀라지에 취업했지만 친구들이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조금 부럽다. 학교다닐때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사회생활을 먼저 하는 만큼 열심히 사회기반을 닦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지금껏 생활해온 학교생활은 더 큰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튼튼한 준비과정이다. 좋은 인성을 바탕으로 더 큰 사회에서 자신의 꿈과 포부를 맘껏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나 선생님이나 매한가지다. 마침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 쌓이기를 바라는지 하얀눈까지 내려 마지막 졸업의 의미가 더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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