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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지방분권보다 먼저 주민자치를 얘기하자
‘자치분권 여수네트워크’ 출범을 보며
  • 2018.01.18 08:22
제5회 지방자치박람회 때 지난해 10월 26일 여수에서 김부겸 행자부 장관의 지방분권 정부 로드맵을 꺼내고 있다.

강력한 수준의 지방분권은 문대통령 약속

촛불혁명 이후에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 스스로 헌법개정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토론을 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공론을 만들고, 지방분권을 요구하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은 민주주의를 이행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투표한 것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한 것처럼 여기고 투표 끝나면 당선자의 처분에 맡기는 위장된 민주주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여수에서도 지난 달에 110여개 단체가 모여 ‘자치분권 여수네트워크’를 출범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국민 서명을 받아 자치분권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연방수준에 가까운 지방자치제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이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강력한 수준의 지방분권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자치분권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민주주의의 절차이다.

지방분권 필요하지만 부패만 심해질 수도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걱정한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훨씬 많은 자치권한을 지방정부에 주는 것이 못내 걱정스럽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방 자치단체장과 시의원, 공무원 그리고 지방 토호들이 해온 모습을 보고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일 게다.

충분히 걱정할 만하다. 시장과 시의원들이 시예산을 사용하면서 뇌물을 받고, 공무원이 공금을 빼돌리고, 부호들과 결탁하여 장난질하고 그런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친척이 이권에 개입하고, 단체장의 동문들이 인사혜택을 보고 그런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시민은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분탕질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국민참여는 절실하고, 국민참여가 이루어지려면 중앙통제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자치를 할 필요가 있다. 즉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국민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으려면 국가단위가 아니라 소규모의 지역단위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무조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방분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방자치 내부의 민주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자치단체 내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많아지고 권력만 강화된다면 지방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심한 부패와 독선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여수 부영3단지 사거리에서 자치분권 여수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지방분권 개헌 천만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자치 방안부터 마련해야

그렇다면 여수 지방자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여수시가 지방자치 우수 사례로 내세우는 100인의 시민위원회가 시장의 친위대 노릇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장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만 보아도 아마 판가름이 될 것이다. 이번에 출범한 ‘지방분권 여수네트워크’에 참여한 110여개 단체 중 정말 여수의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몇이나 될까? 혹시 지방분권 이후에 강화될 예산과 권력의 냄새를 맡고 달려든 단체의 대표들이 더 많지는 않을까? 만일 후자라면 지방분권이 강화된들 별로 희망이 없다.

사실 관에서 그런 모임을 주도하는 것부터 우스운 일이다. 주민자치 없는 지방분권은 껍데기 자치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여수네트워크’가 들러리 단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지방정부를 주민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부터 마련하거나, 적어도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장과 시의회는 지방분권을 주장하기 전에 민주적 지방자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예산의 수립 과정에 주민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 예산 집행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지, 시정을 수립하면서 어떻게 시민의 공론을 반영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들러리 시민위원회가 아닌, 유착관계에 있는 시민위원회가 아닌 민주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 지방자치 구상부터 밝혀야 순서가 맞다.

이현종  여수시민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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