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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호랑이는 활짝 웃고 있을까

전북 임실군 '호암'상... '덕쌓고 살라'는 의미 담겨

  • 입력 2018.03.29 18:25
  • 수정 2018.03.30 12:0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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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임실군 신평면 호암리에 있는 '호암'상. 여느 호랑이 상과는 달리 활짝 웃고 있다. ⓒ 오문수

지난 주말 임실문화원 최성미 원장과 임실군 문화해설사 강명자씨와 함께 임실군 문화유적지 탐방에 나섰다. 최성미 원장 부친 생가를 둘러보고 신평생활사박물관으로 가던 중 최원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자료가 있다"며 차를 세웠다. 

길가에 차를 세워 5분여 들어가니 호랑이가 활짝 웃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호암'이다. 전라북도 임실군 신평면 호암리에 있는 바위는 여느 호랑이 상과 다르다. 호랑이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랑이 얼룩무늬가 음각된 바위 얼굴은 가로·세로 약 50cm 크기에 신장은 약 90cm,  몸길이는 130cm정도이다. 약 300년 전에 제작됐다고 전해지는 호랑이 바위에는 교훈이 담긴 전설이 내려온다. 최성미 원장이 마을에 전해내려 오는 전설을 얘기해줬다.   

"덕쌓고 살아라!"는 교훈 준 바위

군부대가 주둔하기 전 골짜기 상류에는 위치에 따라 상두류, 중두류, 하두류 마을이 있었다. 두류리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 아래에 난 길을 따라 임실소재지로 다녔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부잣집에 시주를 갔는데 주인은 바랑에 음식대신 소똥을 퍼 담아줬다. 바랑은 물건을 담아서 등에 질 수 있도록 만든 주머니다.

부자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 사실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바랑에 소똥을 담아간 스님이 큰 스님한테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화가 난 큰 스님은 인색한 부자에게 교훈을 주기로 했다. 며칠 후 큰 스님이 다시 시주를 받으러 가서 부잣집 주인한테 예언을 했다.

"저 큰 바위가 무서운 호랑이 형상입니다. 저 바위를 없애야 만 동네가 편안해집니다."

스님 얘기를 들은 부잣집 주인은 동네 사람들을 동원해 호랑이 형상의 커다란 바위를 부숴버렸다. 그후부터 마을에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20여 명의 청년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놀란 동네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그곳에 미소띤 호랑이 바위를 세우기로 했다. 무서운 형상의 큰 바위 대신에 미소띤 호랑이 바위를 세우고 난 뒤부터 마을에는 평화가 왔다. 

설화는 어느 한 개인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 비록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신비로운 이야기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후손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조상들의 훌륭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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