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하다. 말로만 듣던 4.3의 현장에는 그 옛날의 살인자들의 그 잔인함이 실루엣으로 펼쳐진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젖은 유채꽃이여
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아~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 ‘잠들지 않는 남도’ 안치환 곡 -
이 살인 광란의 현장은 제주의 온 천지에 널부러져 있다. 무차별의 살해, 아이도, 여자도, 늙은이도 무조건이다. 이것은 미쳐서 날뛰는 정도가 아니다. 총을 든 놈은 아예 미쳐 있었다. 그 세월이 7년 7개월, 그 기간 동안 한라산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겠지. 피의 아우성이다. 총부리에 사람 목숨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저 체념한 표정 속에는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참담할 뿐이다. 통곡을 마음으로 삭히는 것도 버거운 삶이다. 사는 것이 무엇이었길래 이토록 처참한 것이었던가.
속속 드러난 발굴의 현장,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기록의 사진들만으로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것은 과연 어느나라의 모습이었던가.
이 비석을 보라, 실명으로 드러난 사람만도 1만 5천여명, 온 가족이 아예 멸절되어 기록으로도 나올 수 없는 사람들까지 3만여명이다. 말이 3만이지 상상이나 가는가. 7년 7개월 동안 일어난 이 추악한 만행을 어떻게 말로 설명이 될 것인가. 그것도 초기 2년간에 3만 중에서 80%가 희생되었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무슨 천인공노할 짓이었던가.
이제는 본질을 명확하게 알 때, 이념으로 치장한 허구의 껍데기를 벗어야 한다. 진실을 제대로 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