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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완 조용규의 흙 작업 40년 전시회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경인미술관 제3전시실

  • 입력 2018.04.09 18:16
  • 수정 2018.04.11 10:42
  • 기자명 유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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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흔적

소슬한 봄바람이 여리디 여린 연두 빛 이파리들을 가볍게 흔들어 놓고 달아났다.

휘파람 소리 같은 새들의 노래 소리가 거친 숲을 다독이고 매화꽃은 난분분 난분분하고 길냥이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봄이 온다는 것은 어쩜 공평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란 모든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시난고난 긴 시간 속을 걸어 왔을 토완의 흙 작업도 봄을 기다렸던 여느 사람들처럼 길고도 힘든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스무 살 봄, 가슴 속으로 흙이라는 것이 비집고 들어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다.

고민하던 그는 더 확실한 믿음을 갖기 위해 그길로 송광사 불일암으로 법정 스님을 찾아 나서게 되고 짧은 순간이었으나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도자기도 인생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에 고무된 그는 일생을 흙과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세월-흔적

이후 토완의 도자기 작업들은 정감어린 소박한 세계를 구축하면서 주변의 소소한 공간들 속에서 조화롭게 조응하며 발원하게 된다.

토완의 전작들은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면서 나름의 형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현재의 작업들은 과거의 작업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와 질감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초기의 백자형태의 작품들에서 추구했던 은유적이며 서정적인 분위기들은 줄어든 반면에 형태들은 매우 다양해졌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도자기의 선들은 굵어지고 질감들은 한층 거칠어졌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도 적극적이다. 가령 도자기의 거칠고 날선 느낌의 질감을 인간의 상처 따위로 치환하여 바라보거나 그로테스크한 색채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들을 조명한다. 사과의 형태로 표현한 작품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월-흔적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실험적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도자기의 다양성을 그리고 흙의 원형질에 관한 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구연부에서 흘러내리는 선들은 부드럽고 굽까지 이어지는 면면은 통속적이다. 토완의 흙 작업은 이렇듯 자유 분망하고 전통적 방식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정신은 상상력과 함께 성형화 된 상태에서 표면의 질감, 색채를 계획하는 기획력에 있다.

순환

후반 작업들 역시 토완의 짙은 개성이 드러나는데 흙 작업에서 세속적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늘 마음의 창을 열면서 살아가는 절제된 생활 속에서 흙 작업을 통해 자신의 때 묻은 세속적 욕망 따위 등의 흔적을 지우려 노력하는 동시에 바람과 물과 공기와 불같은 원소의 자연적인 작용들을 극대화 시켜주면서 흙의 정신을 지키고 그러면서 원초적 흙의 원형질에 대한 고차원의 해석을 관자에게 맡기고자 하는 것이다.

걸리버 오르다
벌레 먹은 사과

물레에서 시작된, 응축된 힘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흙 작업 정서는 평범함 속에서 절제의 완급을 조절하는 예를 갖추면서 더욱 빛난다. 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보면 표범가죽의 얼룩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관규管窺’ 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토완의 흙 작업은 관자들이 보다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맑은 정신과 흙이 가지는 영원성과 진정성을 작품에 투영하여 승화시키는 토완의 작품세계는 지난한 작업들 속에서도 인간적 매력을 잃지 않고 흙을 통한 혼신의 작업으로 우리에게 보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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