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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포지구 특혜' 의혹, 개발업자의 말 "시장과 얘기 했고"

송하진 여수시의원 입수 녹취록 공개... 주철현 시장 측,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부인

  • 입력 2018.04.11 12:24
  • 수정 2018.04.11 21:28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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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상포지구 특혜 의혹'이 전남 여수를 뒤흔들고 있다. 주철현 여수시장의 친인척이 차린 부동산 회사가 대규모 간척지를 사서 이익을 내도록 여수시 공무원들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그런 와중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명수배 중이었던 돌산 상포지구 개발업자 K씨가 지난 7일 경기도 일산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K씨는 주 시장의 5촌 조카사위로 다른 시장 친인척과 함께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을 만들고, 삼부토건(상포지구 매립회사)으로부터 100억 원에 땅을 매수, 이후 296억 원에 팔아 시세차익을 남겼다. 

주 시장은 "만난 적 없는 사이"라던데... 개발업자 K씨 "시장과 얘기 좀 했고"

'여수 상포지구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주 시장의 반응은 일관됐다. 의혹의 중심인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 K씨와 "시장 취임 이후에 한 번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사이"라는 것. 하지만 지난 3월 29일 녹취록 한 건이 여수시의회에서 일부 공개되면서, 주 시장과 K씨 사이의 관계가 이전부터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혜 의혹을 풀 핵심 단서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 녹취록은 송하진 여수시의원(무소속, 돌산상포지구실태파악특별위원회 간사)이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는 구속된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 K씨와 이 회사 감사였던 A씨, 통화 시점은 2015년 9월 10일이다. 

문제의 대목은 K씨가 주철현 시장과의 교감을 강조한 부분이다. 녹취록에서 K씨는 상포지구 인허가와 관련해 주 시장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주 시장이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녹취록은 K씨와 A씨의 관계가 틀어져 고소·고발이 있기 전에 통화한 내역"이라면서 "A씨로부터 녹취록을 입수했고, 순천의 한 녹음·녹취 업체가 의뢰를 받아 속기했다"라고 밝혔다. 기자는 지난 6일 녹취록을 송 의원으로부터 입수해 살펴봤다. 언론을 통해 녹취록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취록에서 K씨는 상포지구의 인허가 조건이던 도로 등의 기반시설에 대해 자신이 '개보수'라는 '아이디어'를 짰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수 돌산 상포지구 개발업체 대표 K씨와 이 회사 감사 출신인 A씨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  여수 돌산 상포지구 개발업체 대표 K씨와 이 회사 감사 출신인 A씨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 정병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끔, 우리는 공사가 다 끝났잖아. 도시계획, 도로를... 도시... 다 냈으니까 우리가 개보수라, 개보수. 이게 뭐 인가 조건에 맞는 게 아니라 제가 그렇게 아이디어를 짰죠." 

K씨는 "도로 기반시설 인가조건이 '개보수'라면 삼부토건이 왜 (20년 넘게 토지) 등록을 안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그것을 해명할 명분도 만들었다"는 취지로 보이는 발언을 하면서, 이와 관련해 "시장님과 이야기하여 '좋은 아이디어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K : "'그때 다 봐라. 다 났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 불고 삼부가 내부경영 악화,' '왜 그때 등록 안 했냐?'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그때 삼부가 경영내부 악화, 그 다음에 어떤 사회적 시스템 그것 때문에 못하고 이리 왔다.' 이렇게 명분을, 명분은 좋잖아요."
A : "그렇지."

K : "네. 그렇게 이제 제가 명분을 만들었고 이것은 개보수로 가요."
A : "음~."

K : "그래서 일단은 그렇게 시장님하고도 얘기를 좀 했고." 
A : "어."

K :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다.' 글면서 글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형님이 큰 일을 하신 거고."

녹취록 중에는 상포지구 기반공사에 대해 K씨가 시장과 이야기했다는 언급 이외에도 K씨가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대목도 있다.
 

 여수 돌산 상포지구 개발업체 대표 K씨와 이 회사 감사 출신인 A씨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  여수 돌산 상포지구 개발업체 대표 K씨와 이 회사 감사 출신인 A씨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 정병진

 


"저것이 등기만 내면 되는 게 아니고, 일단은 거기 등기 내기 전하고 그 다음에 저희들이 비자금을 챙겨야 될 거 아닙니까, 통장으로 다 받을 순 없잖아요." 

"통장 받으면 다 오픈이 돼 있으니까 어느 정도껏 하고 나머지 뒤로 받든 어쩌든 그런 방법으로 지금 진행을 할라 그러거든요." 

이 녹취록을 공개한 송 의원은 "그동안 주철현 시장은 일관되게 '선거 끝난 뒤로는 K씨를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라고 했다"라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이 녹취록은 속기를 해서 나온 내용이라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 시장 측 "사인 간 통화 내용 신뢰? 이해되지 않아"

기자는 지난 10일 주철현 여수시장의 K씨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주 시장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여수시청 공보실과 연락이 닿았다. 여수시청 관계자는 주 시장에게 녹취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들었다고 전했다. 

"전에 (여수MBC) 라디오전망대(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시장 취임 이후에 (K씨와는) 한 번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사이다. 경찰수사·검찰수사에서 일정 부분 문제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사인 간의 통화에서 나온 걸 신뢰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사단법인 여수시민협은 지난 10일 오후 순천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포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여수시장과 관계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내용은 지난 3월 여수시의회가 추진하다가 과반 미달로 부결된 여수시장 고발안 내용과 같다. 여수 상포지구 특혜 의혹 수사의 향방에 따라 6.13 지방선거 결과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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