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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 인생지침서에 관하여
맹자의‘何必曰利’를 재해석하라
  • 2018.04.17 22:45

맹자의‘何必曰利(하필왈리)'

 봄비가 내린다. 비는 기약 없이 내리기 때문에 야속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예측할 수 없는 비 때문에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고전(古典)은 비와 같은 생명수이다. 

인간의 영혼에 삶의 지혜를 아로새겨주는 보물지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보물지도를 판독할 수 없으니 무가치한 것 같고 곁에 있어도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고전은 비와 같이 오만할 때도 있지만 고고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매화  ⓒ김자윤

우리나라는 두 해에 걸쳐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혹 그분들이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진정으로 맹자를 한번이라도 접했다면 그러한 불행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벚꽃 휘날리던 4월 그 어느 날 문득 나는 제자들에게 다시 고전의 고갱이, 맹자를 꺼내 들었다.

맹자를 꺼내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현 교육제도가 또 다른 불행한 지도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꿈(출세)을 펼칠 제자들에게 2,400년 전의 맹자가 당시 탐욕이란 전차를 타고 출세의 왕관을 차지하려던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하나 둘 들려주기로 했다.

입주위주의 교육에 길들어진 16명의 제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나는“너희가 낯선 맹자를 친구로 사귀려면 많은 인내와 특별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디어 제자들과 맹자의 보물창고를 조심스럽게 펼쳐 보았다.

‘何必曰利’(하필왈이)라는 사자성어가 보인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귀와 공명을 탐닉하고 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출세라는 훈장을 자랑할 수도 있고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맹자는 이익만을 좇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삶의 지침서를 던진다.

 맹자가 양나라 대통령을 찾아뵙고 인사를 올린다. 그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대통령이 매우 기뻐하며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孟子見梁惠王. 王曰)

“선생께서 천리 길을 멀다 하지 않으시고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이익이 있겠는지요?”("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대장부인 맹자는 당당하게 말한다.“대통령께서는 하필 이익(利益)만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孟子對曰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그러면서 맹자는 다음과 같이 자세히 부연한다.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시면, 밑에 있는 장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에 이익이 될까 하며, 공무원이나 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에 이익이 될까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만을 취하려 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王曰‘何以利吾國?’大夫曰‘何以利吾家’, 士庶人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而國危矣.)

 만대의 수레를 갖은 나라에서 그 대통령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대의 수레를 가진 장관의 집안이요, 천대의 수레를 갖은 나라에서 그 장관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대의 수레를 갖은 군수의 집안이 될 것입니다. 만대의 수레를 갖은 나라에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천대의 수레를 월급으로 받았고, 군수는 백대의 수레를 월급으로 받았으니, 이들 장관과 군수가 가진 것 역시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萬乘之國, 殺其君者, 必千乘之家, 千乘之國, 殺其君者, 必百乘之家.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矣.)

그런데 만약 정의(正義)를 뒤로 하고 사사로운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이들은 윗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진 마음을 갖고서도 그 부모님을 버리는 자는 없었으며, 정의를 지키는 마음을 갖고서도 그 대통령을 배반한 자는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오직 인의(仁義)만을 말씀하셔야지 하필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 王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꽃마리   ⓒ김자윤

 맹자는 제일 앞에다 왜‘이익’이란 화두를 제시하였을까?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모든 악행의 뿌리이며 모든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불을 좇다 자기 몸을 불사르는 부나방처럼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좋아하는“부자 되세요”라는 금언(金言)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어른들은 온몸에 돈으로 꾸민 횃불을 들고서 밤낮으로 서성이고 있으며 아이들은 가슴에 출세라는 촛불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켜놓고 있다. 우리의 어제와 오늘의 일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우린 이쯤해서 맹자의 말을 곱씹으면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 이익과 나눔의 중요성을 알려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나와 우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나 없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듯이 우리 없이 나 또한 생을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최우선으로 안내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맹자에게서 찾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가 맹자에게 애정을 표했을 때, 맹자는 당신이 고이 간직해 온 삶의 지혜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 줄 것이다. 우리가 어렵다고 불평하지 않고 큰마음으로 고전을 사랑했을 때, 그 낯선 손님은 우리에게 감추어 두었던 인생 지침서를 확연하게 보여줄 것이다.

 그때 불현 듯 우린 인간의 정체를 한껏 성찰할 수 있을 것이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표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거기에 우린 숨겨진 나와 너 그리고 삶을 새롭게 재창조하며 무언(無言)의 답을 할 수 있다.

남산제비꽃  ⓒ김자윤

 이제 우리도 윤동주처럼 녹슨 청동 거울을 욕망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닦으면서 참자아를 찾아보자. 고전의 정수(精髓), 맹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혹 우리의 삶이 외롭고 힘든 이유가 좋지 않은 성적이나 많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평생을 같이할 고전 한 권이 곁에 없기 때문은 아닐까.

사족 :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맹자가 제시한 첫 화두를 보고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아! 이익이란 게 참으로 난(亂)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되는 것이구나! 나는 제자들에게‘何必曰利’의 원문을 가슴으로 읽어보길 다시 한 번 간절히 원하며 첫수업을 마쳤다. 

孟子見梁惠王. 王曰 “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孟子對曰“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曰‘何以利吾國?’大夫曰‘何以利吾家’, 士庶人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而國危矣. 萬乘之國, 殺其君者, 必千乘之家, 千乘之國, 殺其君者, 必百乘之家.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矣. 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 王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김광호  여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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