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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운 산호초가 죽어가고 있다!

  • 입력 2018.04.23 15:4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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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유영하는 나폴레옹 피쉬 옆에서 기념촬영한 관광객 모습
▲  천천히 유영하는 나폴레옹 피쉬 옆에서 기념촬영한 관광객 모습
ⓒ 오문수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The Great Barrier Reef)'를 방문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호주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로 35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해 우주선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케언즈에서 산호초가 있는 지역으로 가는 쾌속선에 오르니 날씨가 흐리다. "파도가 심할 것 같으니 멀미약을 복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가자 대부분 승객들이 멀미약을 먹고 의자에 앉아있다.

배에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들어와 아르바이트하는 두 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10여명의 한국 관광객을 위해 스노클링 장비 착용법, 다이버 용품 착용법, 구명복 착용법 등을 설명하고 나자 배가 서서히 항구를 떠난다. 꿈꿨던 산호초 관광에 나선 승객들 대부분은 배멀미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지 들떠있다.
 

 산호초 탐사를 위해 슈트를 갈아입는 관광객들
▲  산호초 탐사를 위해 슈트를 갈아입는 관광객들
ⓒ 오문수

 

 

 케언즈에서 한시간 반동안 크루즈선을 타고 대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수중탐사 활동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사진은 스노클링으로 수중탐사하는  관광객들
▲  케언즈에서 한시간 반동안 크루즈선을 타고 대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수중탐사 활동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사진은 스노클링으로 수중탐사하는 관광객들
ⓒ 오문수

 


항구 가까이에 있는 섬들을 지나 큰 바다로 나가자 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고는 별로 높지 않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와 쾌속선이 높은 파도와 부딪힐 때는 2층 선실유리까지 파도가 몰려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파도가 몰려와 배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자 배를 잠깐 세우고 다시 속도를 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비닐을 들고 화장실과 후미 갑판으로 달려가 토하는 사람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뱃멀미로 극심한 통증을 겪은 아내가 호텔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350달러를 주면 호텔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너무 비싸 선사의 요구를 거절한 아내는 안락의자를 구해 잠을 자고나서야 약간 회복됐다.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일본인 부부는 멀미를 더 심하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괜찮아진 부인은 스노클링을 즐겼지만 남편은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약도 먹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는 나를 본 한국 젊은이와 대화를 나눴다. 

"아니! 다들 멀미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나는 마린보인데! 국내 유일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여수에서 험한 파도로 악명 높은 현해탄을 건너 나가사키와 고베, 울릉도 독도 등 많은 곳을 항해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아요."


목적지인 '우포루 리프(Upolu Reef)'는 케언즈항에서 50㎞떨어진 산호초 군락지로 1시간 반쯤 걸렸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었다. 사람들이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각자가 선택한 종류의 해양탐사활동을 시작했다. 스노클링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를 향해 천천히 나가 물속을 들여다보니 환상세계가 펼쳐졌다.
 

 수중카메라로 관광객 옆에서 유영하는 고기를 찍는 모습
▲  수중카메라로 관광객 옆에서 유영하는 고기를 찍는 모습
ⓒ 오문수

 

 

 예쁜 산호초 모습
▲  예쁜 산호초 모습
ⓒ 오문수

 


다양한 모습의 산호초가 자라고 산호초 사이로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친다. 수중카메라로 옆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고기를 촬영하려는데 쉽지가 않다.

다른 지역을 가보지 못해 비교가 안 됐지만 일행이 수중탐사를 벌이는 지역의 산호초가 어제 탐사 갔던 그린아일랜드 지역보다는 훨씬 못했다. 그린아일랜드에서는 한아름 되는 고기가 셀 수 없이 많았을 뿐 아니라 1미터 이상 되는 대왕조개도 몇 개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착용해보는 스노클링장비 사이로 물이 들어와 뱉으려다가 바닷물을 마셨다. 당황스러워 배로 되돌아가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처음으로 착용한 오리발이 나를 더 괴롭힌다. 체면 구길까봐 "도와주세요!"라며 "Help!"를 외칠 수도 없고.

바닷물 세 모금을 마시고는 해양학자가 안내하는 탐사활동을 포기하고 몸을 회복한 아내와 함께 보트와 반잠수선을 타고 바닷속 세계를 감상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산호초탐사활동 종류는 다양했다.  

 반잠수선을 타고 물속 세상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모습.
▲  반잠수선을 타고 물속 세상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모습.
ⓒ 오문수

 


스노클링 투어, 스노클링 사파리, 헬멧 다이빙, 수중다이빙, 공인다이빙, 헬리콥터 관광, 글래스 보텀 보트관광(배 밑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된 보트), 고기밥주기, 반잠수선 탑승 등등.

점심시간이다. 다양한 종류의 빵은 물론 동양인들을 위한 김밥부터 청포도, 자몽, 오렌지 등의 과일과 반찬이 25가지나 됐다. 승무원 사이에서 열심히 음식을 분배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눈에 띄어 약간 한가한 시간에 만나 이곳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들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해 산업공학과 4학년인 이성주씨는 5개월 전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와 배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안내방송까지 했다. 그가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호주 케언즈에서 산호초로 유명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로 가는 크루즈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국 젊은이들. 워킹할러데이로 호주에 온  두 젊은이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왼쪽부터 부은광, 이성주
▲  호주 케언즈에서 산호초로 유명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로 가는 크루즈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국 젊은이들. 워킹할러데이로 호주에 온 두 젊은이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왼쪽부터 부은광, 이성주
ⓒ 오문수

 


"이곳에서는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어요. 제 목적을 80%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영어 못하는 한국이나 중국 손님들에게 설명해줄 때 희열을 느낍니다. 힘든 것은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크죠."

또 다른 한국 젊은이 부은광씨는 해병대 중위로 제대한 후 다이빙을 하고 싶어서 워킹홀리데이로 이곳에 왔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다이빙 강사가 되고 싶어 케언즈에 왔다. "한국에 돌아가 파일럿이 되는 게 꿈이라"는 그와 대화를 나눴다.

"도전 같은 걸 해보고 싶어서 이곳에 왔어요. 다이빙의 매력은 물속이 아름답고 같이 다이빙하는 동료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야간 다이빙할 때 상어를 만났을 때입니다. 케언즈는 먹이사슬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람을 안 건드립니다. 12월초부터 2월초까지 진에어 직항이 열리면 한국 손님이 많이 옵니다."

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 때문에 백화현상으로 죽어가는 '산호초의 눈물'

산호초를 보고 돌아온 후 '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 자원연구본부'에 근무하는 김응서 연구원이 쓴 글의 일부를 발췌했다.
 

 산호초는 해양생물들이 포식자로부터 숨을 곳을 제공해 주는 물고기 아파트다. 크고 작은 예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  산호초는 해양생물들이 포식자로부터 숨을 곳을 제공해 주는 물고기 아파트다. 크고 작은 예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 오문수

 

 

산호가 식물일까? 동물일까? 산호를 처음 본 사람들은 흔히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만 보면 나뭇가지나 꽃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산호는 엄연한 동물이다. 산호는 말미잘, 히드라, 해파리와 친척사이로 모두 자포동물이다"

 

산호초를 만드는 산호는 세계적으로 500여종이 있다. 산호초는 해양생물들이 포식자를 피해 숨을 곳이 많아 물고기 아파트인 셈이다. 해저지진이나 태풍으로 생긴 강한 해류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준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일조한다. 최근에는 산호에서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 항암제, 항생제, 소염제 등 의약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케언즈에서 27㎞떨어진 그린아일랜드 지역의 산호초는 건강했는데 케언즈 북쪽 50㎞떨어진 우포루 지역산호초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필자가 귀국해 연합뉴스(2018.4.19.)를 검색하다 이유를 알았다. <시드니 AFP 연합뉴스> 내용이다.

미국과학저널 네이처지에는 기후변화로 해양열파(marine heat wave)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인 호주 북동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있는 산호초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수온상승으로 산호초가 죽어 백화현상이 나타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 모습
▲  수온상승으로 산호초가 죽어 백화현상이 나타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 모습
ⓒ <출처: 테리 휴스 교수 트위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지난 2016년 광범위한 해양열파를 겪었으며 이는 대규모 산호초들을 백화시키거나 사망시켰다. 그레이트 북쪽 약 804㎞ 일대에 가장 치명적 영향을 받았다. 이번 논문 저자인 제임스 쿡 대학교 호주산호초연구협회의(ARCCECRS) 테리 휴스는 '우리는 2016년 3월에서 11월 사이 9개월 동안 산호초 중 30%를 잃었다고 밝혔다
 탐사활동이 끝나고 케언즈로 돌아온 관광객들을 환송하는 크루즈선 직원들 속에 한국의 두 젊은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열심히 활동하는 그들이  믿음직스러웠다.
▲  탐사활동이 끝나고 케언즈로 돌아온 관광객들을 환송하는 크루즈선 직원들 속에 한국의 두 젊은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열심히 활동하는 그들이 믿음직스러웠다.
ⓒ 오문수

 


수중생태계 보고인 산호초의 소멸현상을 보며 환경보호는 전지구적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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