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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밴드 윤슬의 세번째 정기공연 '물빛풍류'

26일, 소호동 문화공간 '집'..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 선보여

  • 입력 2018.05.27 02:58
  • 수정 2018.05.27 06:0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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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밴드(왼쪽부터 김유경, 김민주, 이지민)

26일 오후 7시, 소호동 대안문화공간 <집> 야외무대에서 ‘물빛풍류마당’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통기타밴드 ‘윤슬’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김민주(17), 이지민(19), 김유경 세 학생으로 구성된 밴드 ‘윤슬’은 처음에는 작은 동아리모임으로 시작했다. 이후 기타연주에 재미를 붙인 이들은 현재 밴드 명칭을 ‘윤슬’로 정하고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매년 한번씩 여는 공연이 어느덧 3회를 맞았다.

오늘 공연에는 김정호의 ‘하얀나비’ 산울림의 ‘회상’ 로이킴의 ‘봄봄봄’ ‘풍문으로 들었소’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곡을 연주하였다.

카혼을 연주한 여수중학교 2학년 김준혁 군은 하모니카 연주도 겸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소녀들 옆에서 카혼을 연주한 김준혁(15) 군은 김민주 양의 동생이다. 여수중학교에 다니는 김준혁 군은 하모니카 연주를 담당했는데 음악감독 선생님의 권유에 한달 전부터 카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연주한 악기 카혼은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 오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려니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김준혁 군은 혼자 유투브를 통해 연주 방법을 익혔다. 김준혁 군은 “공연을 앞두고 부랴부랴 연습에 들어간 탓에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게다가 악기를 들고다닐 수도 없어 이곳 대안공간에서만 연습했다. 김준혁 군은 “공연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연습하느라 손목이 아프다”며 웃어보였다.

대안공간 ‘집’에서는 기타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도 모집하여 통기타밴드를 구성했다. 기수마다 두세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달에 8번 연습한다. 이기용 씨와 이창우 씨 형제는 8기생이다.

여수통기타캠프회원인 이기용 씨와 이창우 씨 형제

기수별로 모여 연습하고 연습곡을 완벽하게 익히면 다른 기수의 연주자들과 악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새 곡을 익힌다.

이들은 '두개의 작은 별'과 '여행을 떠나요'를 연주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기용 씨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악보 보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기본 코드만 가르치고 동요와 같이 쉬운 노래를 골라 스스로 연주해보라고 할 뿐이다. 학생들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혼자 기타줄을 튕겨가며 자연스럽게 음을 깨친다. 그래서 여기서 기타를 배운 사람들은 악보 없이 그때그때 치고 싶은 곡을 즉석에서 연주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기타를 배운 사람은 모두 13명이다.

이 씨는 “나중에 실력이 늘면 명절에 가족들 앞에서 공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늘 공연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초대했다. “실력은 없지만 어머니에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어머님을) 모시고 이곳에 왔다” 며 “어머니와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지만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부를 예정이다”라고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이기용 씨와 이창우 씨는 이후로도 계속 여기서 연주할 생각이다.

이기용 씨는 3개월 전 통기타교실에서 기타를 배웠다. 알고보니 그는 왕년에 잘나가는 ‘교회오빠’였다. 그는 “이곳에서 잊고 살았던 과거의 세포를 다시 깨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엉겁결에 무대로 끌려나온 이 씨는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을 훌륭한 기타연주와 함께 노래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현재 이 씨는 건강이 악화되어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이 씨의 여동생은 “오빠가 이곳에서 기타를 배우며 많이 활력을 되찾았다. 평소에도 오빠가 공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줬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대안문화공간 '집'에서 기타를 배운 사람들과 봉사자들이 '여행을 떠나요'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대안문화공간 <집> 식구들이 모여 함께 무대를 꾸미고 손님을 위한 다과 등을 준비했다. 대안공간 <집>의 대표 김현주 씨는 “단체의 후원을 받으면 공연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어 사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화려한 공연도 좋지만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느끼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 이곳에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통기타밴드 ‘윤슬’과 이기용 씨를 비롯한 기타연주자들의 지인이 대부분이다.

통기타밴드 '윤슬'의 세번째 정기공연을 찾은 관객들
통기타밴드 '윤슬'
윤슬밴드와 관객들이 함께 무대에서 어울린다

<문화공간 집>은 재정적 문제로 유지가 힘들어 1층에 수익사업을 위한 카페 운영을 겸하고 있다. 김 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곳을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고 좋아해주신다”면서 그 이유로 “각자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준비도 “생각과 달리 복잡하지 않다. 간단한 다과만 준비하고 장소만 제공하는 식이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죽림에 사는 차경미 씨는 공연을 보러 소호동까지 왔다. 그는 "학생들이 연주곡을 스스로 정하고 공연을 기획했다고 해서 중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듯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안문화공간 '집' 김현주 대표

마지막으로 김현주 씨는 “앞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지향한다”며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남의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삼키는 일이 많은데, 이곳 문화공간에서만은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가을에 진행하는 물빛풍류마당 공연은 올해 김 씨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5월로 공연 날짜를 앞당겼다. 내년부터는 다시 가을밤에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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