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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전쟁 없는 게 아니라 정의가 존재하는 것"

한반도 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 구례 화엄사 좌담회 열려

  • 입력 2018.05.29 11:29
  • 수정 2018.06.15 12:0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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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토) 저녁 8시, 화엄사에서 열린 은빛순례단 좌담회 모습   ⓒ오문수

26일(토) 저녁 8시, 구례 화엄사 화엄원에서는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 좌담회가 열렸다. 구례군 농민회가 주최한 좌담회에는 도법스님, 이부영 선생, 문정인 특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지구경영연구원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은빛순례단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조성하여 생명과 생존근거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시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나선 사람들이 조직한 단체다. 나이제한은 없다. 편의상 60세 이상을 은빛, 60세 이하는 금빛으로 구분해 누구라도 참여가능하다.

'핵무장과 전쟁이 없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생명평화 실현'이란 기치를 중심으로 평화와 화해, 공존과 상생의 메시지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간다. 올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출발한 순례대장정은 3.1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이부영 선생이 은빛순례단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말씀을 시작했다.
 

"여러분은 작년 8,9월을 기억하실 겁니다. 제6차 핵실험과 화성15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로 빚어진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보면서 나이든 사람들이 뭔가 해야겠다며 나선 게 은빛순례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섬멸해버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한국은 협조하지 않겠다고 발언했습니다. 그 순간에 김정은은 '그래도 믿을 곳은 남한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공언했고 비핵화선언에 이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해방이후 남북지도자 사이에 이렇게 신뢰를 하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4.27남북협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진 도법스님의 차례. 도법스님을 비롯한 은빛순례단은 하루전 날(25일), 곡성에서 한울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길을 걸은 후 대화시간을 가졌다. 도법스님이 학생들과 대화한 내용을 들려줬다.

"학생들에게 불을 불로 끌 수 있는가? 피를 피로 씻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전쟁은 전쟁방식으로 풀 수 없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천의 시대에는 전쟁은 전쟁방식으로 풀었지만 후천의 시대에는 인내와 관용, 평화 방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는 이런 역사를 끝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 힘으로 풀어야 합니다." 

"내년 3월 1일에는 우리민족의 독립선언이 완성되어야 한다"며  "범정부, 범종교, 범시민이 모여 한반도 평화와 국민선언을 하면 주변강대국도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도법스님의 말씀이 계속됐다.

화엄사에서 열린 은빛순례단 좌담회에는 50여명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지구경영연구원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이부영 선생, 도법스님, 문정인 특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오문수

"올 3월 1일 서울에서 출발선언을 할 때 한쪽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다른 한쪽에서는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극단적 분열과 적개심을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까?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만 우리들은 우리 안의 벽을 허물고 얼어붙은 것들을 녹여 남북정상회담 정신을 완성해가자고 해서 나선 게 은빛순례단입니다."

다음으로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인 김영희 대기자가 나섰다. 그는 1936년 거창에서 태어나 미국 조지메이슨대 철학과와 미주리대 언론학과를 마치고 컬럼비아대에서 최고위국제보도 과정을 수료한 베테랑이다.

1958년 22세의 나이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뎌 82세가 된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는 국내 최고령 기자로 외교, 안보, 국제, 뉴스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김영희 대기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렇게 숭고한 일을 하는 모임이 있는 줄도 몰랐고 어떤 신비한 힘에 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칼럼을 쓰면서 혹독한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은빛순례단은 낙관론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어진 발언순서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문정인 특보다. 사회자가 그를 소개하자 요즈음 핫이슈를 일으켜서인지 좌담회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가, 지식인이 아닌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남북한 동포들이 시작은 겸손하게 꿈은 원대하게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다음은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와 NGO대학원 원장을 지낸 김동춘 교수 차례다. 구례는 여순사건을 일으켰던 14연대 반란사건의 주모자들이 토벌군을 피해 도망쳐온 지리산 자락에 자리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그가 여순사건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발언에 나섰다.

"평화국가가 수립되지 않으면 복지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의 호전성, 남한의 극우반공주의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남갈등의 뿌리에는 한국전쟁이 있습니다. 지역문제를 커밍아웃해서 남남갈등을 풀어가야 합니다."

마지막 발언자는 이방인이다. 지구경영연구원 원장이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겸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인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교수 차례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니 많은 대학을 섭렵했다.

예일대 중문학과를 마치고, 동경대, 하버드대, 일리노이대, 조지 워싱턴대 등을 거쳤다. 한국에 애정이 많은 그의 저서로 <세계 석학들 한국 미래를 말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중일 고전소설의 세속성 비교관찰> 등이 있다.

구례 화엄사 '한반도 평화통일 구례좌담회'에 참석한 분들이 기념촬영했다 ⓒ오문수

"평화는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싸움은 적어도 전쟁만큼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만큼 혹은, 더 많이 준비를 해야합니다."

발언이 끝나고 여러 사람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화엄사의 밤은 깊어갔다. 남북정상의 2차 회담소식을 접하고 전국각지에서 평화를 기원하며 모여든 참가자들은 한반도평화를 꿈꾸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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