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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진작가 유스케 히시다, 여수를 담다

세계 최초 남북한 사람들 일상 담은 사진전 'border | koera' 열어.. 초대전 열린노마드 갤러리 찾아

  • 입력 2018.08.23 13:41
  • 기자명 곽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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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남북한 사람들 일상 담은 사진전 'border | korea' 열어

일본서 초대전 열린 '노마드' 갤러리에 직접 찾아와

 

유스케 히시다 여수 전시전 'border /korea'를 전시 및 기획한 노마드갤러리 김상현 관장

"Leaving beautiful Yeosu "

일본 사진작가 유스케 히시다가 여수를 떠나면서 그를 만난 이들에게 전한 말이다.
유스케 히시다는 세계 최초로 남·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동일한 조건과 구도로 카메라에 담아  ‘border | koera’ 라는 작품집을 내면서 주목 받았다.

특히 국내 소도시인 여수의 한 갤러리가 그를 초대하면서 타지역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샀다.
지역민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를 높이는 대안 미술관으로 익히 알려진 노마드 갤러리(관장 김상현)는 지역 예술 공간이 가지고 있는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이번 초대전에서 보여줬다는 평을 얻고 있다.
작가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자 노마드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은 연일 줄을 잇고 있다.

유스케 히시다는 당초 도쿄에서 김해 공항을 거쳐 여수로 오려고 했으나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본 요미우리 방송국 PD겸 디렉터로 활동하는 방송인인 그는 도쿄에서 생방송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오려 했지만 휴가철인 탓에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이때문에 유스케 히시다는 도쿄에서 후쿠오카를 거쳐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어렵게 성사된 초대전인 만큼, 김상현 관장은 오프닝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과 한국행에 선뜻 응해준 작가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그의 성품과 인간미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고민해결에 한 짐 덜어 주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 했다.

정수미 시인과 일본 사진작가 유스케 히시다

먼저 일문학을 전공하여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여수산단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강의하는 정수미 시인이 통역과 안내를 담당키로 했다.

이렇게 해서 본지를 비롯한 여수신문 박성태 기자 셋 일행은 지난 11일 유스케 히시다를 배웅코자 우리 일행은 김해 공항을 향했다.

다음은 유스케 히시다와의 인터뷰다.

한국은 자주 오는가? 

"서울은 방송 촬영 관계로 자주 왔다. 요미우리방송국에는 한국의 SBS 일본지사가 있고 요미우리 방송국 역시 한국에 일본 지사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border | koera를 촬영하고자 기획에서부터 준비를 여러 차례 왔었다.

부산은 15년 만이다. 이번에는 편하게 즐기러 온 만큼 자연스럽게 촬영하고 그렇게 보내고 싶다"

사람들이 유스케 작가의 이번 border | koera를 보고 다들 놀랍고 감동받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기쁘고 고맙다" (그는 정수미 시인의 통역을 통해 동행한 이들이 기자라는 소릴 듣고 다소 긴장 된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border | koera'는 일본에서 몇 번이나 전시를 했나.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큰 전시전은 한번 열었고 작은 전시회는 세 번 열었다.

일본인들은 북한을 여전히 테러와 납치가 빈번한 국가라는 인식이 높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기획이었던 만큼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은 감동을 받고 북한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릴 들었다."

 

-언제부터 북한을 다니며 사진을 찍게 됐나

" ‘border | koera’는 지난 2009년 처음 북한을 방문할 때부터 촬영했다. 그때는 정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일본과 북한, 장소가 바뀌었을 뿐인데 뭔가 멈춰있다는 느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라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때 남북한 사람들을 같이 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기획에 들어갔다. 반면에 공포감도 들었다. 정치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막연한 공포일지도 모르지만 북한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내가 처음 북한 사람을 만났을 때가 학생 시절이던 1995년이었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만났는데 나는 여행 차 그곳을 찾았고 군수 물자 사업을 하던 그는 일 관계로 이란을 찾았다. 그는 북한을 소개하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곳이다” 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내가 알던 북한이 아닌 북한의 다른 모습이 궁금해졌다."

 

- 북한에서의 촬영은 어땠는지

"모든 곳을 자유롭게 다니며 촬영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신청을 하면 원산, 함흥, 개성, 남포, 사리원, 평양 등에서 촬영이 가능했다."

 

-언제부터 사진을 공부했는가

"정식으로 사진을 공부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찍고 싶은 곳, 찍고자 하는 장면을 찾아 다녔을 뿐이다. 어떤 테크닉이나 기술적 감각이 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사진을 찍다 보니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2009년 북한에 처음 갔을 때도 누구의 조언 없이 그냥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이번 작품집을 보면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빠졌다

"일본 출판사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 극우 성향의 사람들은 한반도에 대한 편견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 굳이 그들을 자극시킬 필요가 없었다.

다만 한반도의 경계를 통해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에 충실하려고 했다.

이번 여수 전시전에서 한반도를 표기할 때 독도를 그려 넣었다고 해도 나는 괘념치 않다."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에서 촬영을 하는 유스케 히시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 여러 정상을 만나면서 밝은 모습으로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종종 방송에 비춰지고 있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 회담을 계속 바라고 있다.

지금 일본인들이 아베 수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은 모습으로 나란히 사진 찍는 모습을 본다면 아베 수상의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80년대 까지 총 12번이 일본인을 납북했다.

일본은 대북 관계에서 납북자가 최우선이다. 17명 중 송환되지 않은 12명을 해결하지 않으면 협상도 없다는 입장이다."

유스케 히시다가 역사의 아픔이 담긴 마래터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남한에 대한 일본의 감정은 어떤지

"한류바람을 볼 때도 알 수 있듯 일본은 남한에 대한 거부 감정이 없다. 많은 일본인들이 남한 사회를 좋아한다.

내 장모님도 방송인인 나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챙겨봐서 한국에 관한 정보가 빠르다. 게다가 동호회를 만들어 한국 드라마 촬영 장소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온다."

 

-한반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찾아가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장소, 아프가니스탄, 러시아의 체첸 침공현장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큰 사고 현장을 찾아 다녔다.

북한도 그런 이념 이데올로기를 다루고자 접근했다.

동시에 뉴스에 나오는 북한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이 봤을 때 이곳이 북한인가, 할 정도로 상식을 깨는 그런 장소들을 찾아다녔고 그곳 사람들을 촬영하게 됐다.

학교를 찾아가 북한 학생들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북한 학생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을 잘 췄고, 악기도 아주 잘 다뤄 인상적이었다.

그 학생들을 찍고 싶어 학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부탁을 하니 그들이 몇몇 학생들을 선별해서 찍게 했다."

 

한편, 유스케 히시다의 이번 작품전은 ‘세계 최초 남 ·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동일한 조건과 구도로 카메라에 담아 낸 작품’으로 언론에 소개된만큼 많은 시민들이 그를 만나고자 장시간 동안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시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미술인들이 함께 나서면서 기획에서부터 DP 까지 힘을 보탰다.

음악인들과 여수영재교육원 학생들 또한 멋진 연주와 함께 축하 공연을 열어 전시전의 열기를 한층 올려냈다.

이와 만찬을 함께 준비한 많은 이들이 있어 지역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대안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은 노마드 갤러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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