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2018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장 박치호

  • 입력 2018.09.05 21:30
  • 수정 2022.02.24 11:16
  • 기자명 전시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국제아트페스티벌 14일 개막, 한달간 열려

사유, 공유, 향유 세 부분으로 나눠 전시, '여수미술의 역사 展'도 마련

여수엑스포장 내 3개 전시관과 엑스포아트갤러리

엑스포장 A동 에 마련된 국제아트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지난 5일 만난 박치호 위원장

제7회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이 <지금, 여기 또다시>란 주제로 오는 14일부터 한 달 간 엑스포아트갤러리 등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작가 한명 한명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과거 혹은 역사라는 시간 안에서 공동의 경험과 상처, 기억의 현장을 발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개막식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전시준비로 바쁜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장 박치호 씨를 엑스포장에서 만났다.

 

Q. 전시주제 ‘지금, 여기, 또다시’는 어떻게 정했나?

 '지금 여기 또다시' 라는 주제는 장소성의 의미가 크다. 같은 장소도 시간을 달리하면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온다. 이 자리(박람회장)가 정확히 70여년 전, 해방과 동시에 징용갔던 사람들이 다시 모인 ’귀환촌‘이 있던 자리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해외에서 징용 나간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정부가 만들어준 슬레이트집이 60여년간 이곳(엑스포장)에 있었다. 공동화장실과 방만 있는 아주 협소한 집이지만 크기에 상관없이 그들에겐 아주 소중한 자리였다.

그리고 슬레이트집이 허물어진 그 자리에 지금의 엑스포장이 들어섰고 2012년 여수엑스포 이후에도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즉 '지금 여기 또다시‘는 역사의 순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귀향촌과 엑스포를 거쳐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한 장소에 시간을 달리하면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온다. 이번 작품은 현재를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과거가 혼재되어 있다. 회화도 과거의 장식성이 강한 회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아픔이나 이야기 등 역사를 바탕에 둔 작품을 골랐다. 미디어나 설치도 그런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개인의 존재의 의미 이런 것들을 같이 고민하는 전시가 되길 바랬다. 이번 전시가 사람들에게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그것은 지금 세계 미술의 담론이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처음에는 평론가와 ‘귀환’이라는 주제로 움직였다. 하지만 단어가 좀 딱딱하고 한정적인 느낌이라 ‘지금 여기 또다시’로 정했다. 많은 작가들을 수용할 수 있고 또 많은 시간을 포용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귀환촌이 있었던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당연히 올해 여순사건 70주년을 맞는 여순사건도 포함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작가들의 개인사와 내재된 아픔들을 통해 은유하도록 했다.

특별전에는 여수미술의 100년(1915~2015)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사에서 중요한 지점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지역예술의 자긍심을 높이고 유명한 작고 작가들의 열정을 다시 느끼며 새로운 창작에 몰두하는 동기부여를 드리고자 했다. 전시 준비 초기부터 ‘우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하려면 여수의 정체성부터 확실히 세워야 한다. 그래서 여수미술의 역사 전시에 공을 들였다.

미술인으로서 여수미술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다른 예술분야도 여수문학의 역사, 음악의 역사 이렇게 지역 문화 전반에 관한 기록과 자료를 전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정체를 알아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싶다.

2018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주제 '지금, 여기 또 다시' 전시 포스터

Q. 설치, 영상미디어분야가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작년 페스티벌이 회화중심이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작년에는 작가 공모를 통한 페스티벌 홍보를 꾀하고 또 최대한 많은 작가들을 초청하기 위해 현대미술치고는 작은 사이즈의 작품으로 최대한 많은 수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러다보니 ‘현대미술’전시라는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시민들의 의견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추진위원회 위원들은 대체로 ‘전위적인 작업의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일이 시대의 과제’라는 의견에 공감하다보니 두 가지를 다 감안한 결과 회화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났다고 보여진다. 모든 전시는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운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작년 전시에 대한 비판도 그런 일들 중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수 없다.

 

Q. 작년에는 공모로 선정한 294명 작가를 포함해서 총 400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국내외 합해서 50명이다. 그 이유는?

박; 앞에서 말했다시피 작년에는 공모형태로 진행하여 많은 작가들을 수용하려 했지만, 올해는 공모가 아니라 여러 명의 아트디렉터, 큐레이터, 저명한 비평가들의 토론을 통해 정말 명망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과거 작가들이 1인당 1점씩 전시했다면 올해는 3점 이상 낸 작가들이 많다.

조각이나 설치미디어 작품이 공간을 많이 차지한 이유도 있다. 때문에 작가 수는 줄었어도 작년과 공간 크기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본다. 1개관이 줄긴 했는데 작품 비중으로 보면 공간이 허전하거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50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작품이 총 150점이니까. 한 작가가 한 점을 전시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10m의 대형작품이다. 그 크기라면 작품 5점은 더 들어갔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대작 위주라 3m짜리 회화도 여러 점이다.

 

Q. 위원장 혼자서 도맡던 과거의 시스템과 달리 이번에는 디렉터, 큐레이터, 비평가들과 협업했는데 협업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각각 어떤 부분을 맡았나?

박; ‘지금 여기 또다시’라는 주제는 과거를 재소환하여 현대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제구현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입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는 협업을 택했다.

더 깊게 얘기하자면, 이는 여수시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상설기구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준비기간이 매번 짧을 수밖에 없다. 감독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적어도 6개월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항상 3개월, 많게는 4개월만에 전시를 치른다. 왜냐하면 연초에 배정된 예산이 중간에 삭감되고 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예산이 불확실하고, 조직기구도 불안정해 그 부분을 확신을 가지고 일을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이 짧다보니까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좋은 작가들을 섭외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재는 추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지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숙제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미리 주제와 장소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전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전시 작품 일부

Q. 작년엔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전담부서가 없었는데 새로 구성됐나?

박; 그렇다. 아직 상임기구가 없으니까. 올해는 그 부분(상임기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매번 행사가 끝나면 입장이 느슨해지니까. 실질적으로 급여 문제도 있다. 상임기구를 만들면 최소 사무국에게는 고정급여를 지급해야 하니까. 급여는 예산 내에서 써야한다.

지금 시에서 지급하는 예산은 사실 말도 안되는 예산이다. 광주비엔날레는 90억이고 여타 비엔날레를 표방하는 모든 지역 미술제들은 기본예산이 20억 이상이자만, 여수는 고작 2억을 지급한다.

지역신문에서 이 문제를 한번은 다루고 넘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전국의 비엔날레 등 여타 미술제의 예산 및 작품 수준과 우리(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를 비교하고 이를 통한 조직의 재정비와 예산증대 등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시회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 개수가 아니라 작품 수준이다. 올해 전시 50명 작가들 중 20명 작가들이 베니스 등 세계3대미술제에 참여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핫한 작가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초청한 것은 전시구성의 능력으로 봐야 한다. 이 점은 돈으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비용은 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좀 부족하다.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Q. 작년 전시기간에는 여수미협과 여수민미협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가?

박;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겠지만 올해는 양 협회에서 만장일치로 나를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지역미술인들의 공존의 가치를 확인하는 일, 즉 각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미술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Q. 손상기 화백처럼 잘 알려진 지역작가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지만 중요한 작가를 한 분 소개해 준다면?

박; 유경채 선생님은 대한민국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회화 작가이며 서울대 미대 교수도 역임한 분이다. 그동안 이 분에 대한 연보가 불분명했었는데 사료를 찾아보니 여수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분들이 여수 출신이다’라고 소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와 별도로 본전시에 구성연, 박종영, 양경열 등 네 분의 여수출신 현대미술가와 같이 작업한 작품을 전시했다. 여수에 있는 전시관은 회화 위주라 미디어나 설치미술을 전시할 기회가 없어 이들은 주로 서울에서 전시한다. 지역에서 그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이들 작가들을 지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기회가 필요하다.

사무국에서는 전시 관련 회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Q. 국제아트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도 설치미술전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그럴 수도 있다. 그 방법은 차차 논의해야 할 것이다. 세계미술의 담론을 표방하는 올해 국제아트페스티벌은 전체 작가 50명 중 22명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외국작가다.

전시회에 참여한 외국작가들의 수는 작년보다 줄었지만 이들은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주로 동아시아권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일본 제국주의에서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은 나라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과 정치적 입장이 같은 경우가 많다.

 

Q. 자문까지 합하면 참여자 수가 많이 늘었다.

박; 백남준미술관 서진석 관장, 경기대 김복기 대학교수, 평론가 이선영 등이 참여했다. 사람은 늘었지만 매끄럽게 잘 소통되어 준비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지 출품에서 선정되지 못한 지역작가들이 소외감을 느낄까봐 염려되지만, 향후 이 페스티벌이 규모가 작으면서 글로벌한 전시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달라.

 

Q. ‘규모’ 문제에는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나?

박; 이번 전체 예산은 여타 비엔날레에서 사용하는 홍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래서 올해는 페이스북이나 비엔날레를 협찬한 이디야 매장 안에서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미술 관련자들에게 국제적으로 알리기에는 페이스북이 좋다. ‘좋아요’ 버튼을 누른 사람들을 보면 외국인들이 꽤 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