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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 두고 식당 종업원 된 사연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상인 황효선 씨

  • 입력 2018.09.20 08:35
  • 수정 2022.02.28 11:24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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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 두고도 장사 못하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운영 회사와 갈등으로 아내명의 상가 단전.단수 상태
상가 운영하다 중단돼 생계비 때문에 식당에서 '알바'
취업하기도 어려워 하던 일 그대로 지인 식당에서 일해
장인의 가게도 같은 운명이어서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
'상인회' 관리한 기간 인정안하는 '주식회사'와 골 깊어져
SNS상에서 "생존권 빌미로 탄압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워"

현재 황효선 씨는 가게운영을 못하고  지인의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시장 안에 애써 마련한 가게를 두고도 장사를 못해 애태우는 상인들이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생존권’이 박탈된 채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바로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의 상인회 사람들 얘기다.

지난 14일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상가를 운영하다 단전단수로 인해 현재 지인의 횟집에서 일하며 생계를 잇고 있는 황효선(46) 씨를 만났다.

엑스포가 열린 지난 2012년 서울에서 회사원이던 그는 여수로 내려와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아토피에 걸린 아들을 키우며  도시에서 고생하는 황 씨 부부를 보다 못한 그의 장인이 여수에 내려와 시장에서 가게를 열 것을 권유한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 명의로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현재 그에게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6살짜리 딸이 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시작한 일인데 6년 만에 이런 시련에 부딪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어릴 때부터 아들의 아토피 치료비도 많이 들어간 데다 이 법률싸움 하면서 변호사비도 많이 들어서 현재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상인회 사무실 일에 더 도움이 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바로 이렇게 생업에 뛰어들어서 죄송할 뿐입니다. 

어떻게든 집에 생활비는 갖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일을 안하면 밥줄이 끊기는데. 식당일을 하지만 어디든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하면 거기가 곧 직장입니다. 혼자서 일을 하다가 다시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자니 부담도 되고.. 저도 나이가 마흔여섯인데 그런 면에서는 많이 힘듭니다”

황효선 씨가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고지서

처음 여수로 내려왔을 때는 매우 기뻤다고 그는 말했다.  고향에 돌아와 익숙한 풍경에 마주했을 땐 어떤 일이든 다 해낼 각오가 돼 있었다. 한 집 건너 횟집인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서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거기다 처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든든한 지지 덕분에 주변에서 "젊은이가 장사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을 만큼 그는 장사 수완도 좋았다.

그렇게 장미빛 생활속에 느단없이 올해 4월, 시장에 전기가 끊겼다.

자신의 부인 명의로 있는 가게는 이른바 전통시장에서 약간 현대화된 곳이다. 상인 여럿이 조합형태를 만들어 같이 건물을 짓고 지분을 주식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건물 지을 때 대출도 받고 하면서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자신의 상가가 있는 곳이 그래서 주식회사 여수수산물특화시장(아래 주식회사)이다. 지분이 있는 상인들이 주주다. 황씨는 아내 명의로 갖고 있는 가게여서 아내가 주주로 있다.

주식회사측에서 건물과 상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한때 주식회사가 제대로 관리를 못한 탓에 '상인회'가 그 역할을 하면서 전기.수도료를 납부한 적이 있는데, 현재 주식회사 측에서는 상인회가 관리한 기간의 일들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상인회 사람들은 한전에 전기료를 납부했고, 여수시에 수도료도 납부했는데도 주식회사를 통해서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물과 전기를 끊어버렸다. 현재 단전단수로 장사를 못한 가게는 30곳이다.

이들은 생존권이 박탈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집안의 가장인 황씨도 어떻게든 집안을 이끌어야 했다. 

현재 그는 지인의 식당에서 회를 뜨거나 잡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회를 판매하지 않던 현재 일하는 식당은 그가 일하러 오면서 새로 회를 판매하는 목록에 추가했다. 그는 수산시장 가게에서 활어를 취급하면서 회를 떠주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4월에 단전이 되고 8월부터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약 4개월간 손을 놓은 터라 회 손질이 서툴러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본래 하던 일이니 익숙해지는건 시간문제였다. 

'지금은 어디 가서 취업도 못할 나이'라는 황 씨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횟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당분간 이 일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수도가 끊긴 황효선 씨의 상가
장사가 멈춘 그의 상가에 사용하지 않는 바구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황 씨의 장인어른이자 상인회장인 유웅구 씨 역시 단전단수로 장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매달 지급되는 연금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유웅구 씨는 낮이면 상인회 사무실에서 다른 상인들과 그곳을 지키기도 하면서 여섯 살짜리 외손주를 돌봐주고 있다. 

황 씨는 장인어른에 대해 "법 없이도 살 분이신데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참 안쓰럽다”고 말했다. 

황 씨가 본격적으로 상인회 일에 뛰어든 것은 전기가 끊긴 이후다. 가장 젊은 그가 상인회에 뛰어 든 것은 주식회사의 법적 지위라든가 의사결정 과정이라든가 각종 서류 정리다든가 하는 것을 잘 모르는 상인들을 돕고자 해서다. 

그는 "나이든 어르신들이  주식회사라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옳은 일을 하시려 절박하게 뛰어다니시는 모습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그는 식당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탓에 "상인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한 점이 아직도 죄송스럽다“ 고 말했다.

지분등기만을 바라보고 들어온 상인들에게 주식회사가 말하는 주식회사 개념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무지가 각종 법적 다툼에서는 불리하게 작용돼 "상인회는 늘 패배했다"고 말했다.

황효선 씨가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심지어 주식회사가 구 주식과 신 주식을 구분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이미 가게를 운영하는 주들은 주당 19만 5천원에 계산이 됐는데도, 신주는 1만원에 계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구 주식과 신 주식간의 불균형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상인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야밤에 몰래 단전단수를 실시한 주식회사는 이후 감사를 보내 가게 수족관 안에서 죽은 물고기를 퍼다 버리도록 지시했다. 전기가 끊겨 죽은 물고기는 일종의 '증거'인데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없애버린 것이다. 당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도 '시장 내부 문제이니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 연속해서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곳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이다" 

설령 당장에 전기가 복구된다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장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 교육비가 걱정이다. 거기다 몸이 아픈  아내가 수술했고 재활치료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집안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까지 수산시장에서 전기와 수도가 끊겨 문을 닫은 점포 수는 30개여서 장사를 못해서 생존권이 박탈당한 현실을 알아주고 이를 개탄해하며, 주식회사 단전단수 행태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있다.

성악가 이중현씨는 SNS를 통해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이 단전단수로 장사를 못한 현실을 언급했다. 

이중현 성악가는 여수중앙시장에서 40년간 한복과 이불장사를 한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현재 소송 중인 일에 이사진과 주주가 상인들의 생계를 짓밟을 권리는 없다”며 “단전단수는 비겁하게 상인들의 생계를 쥐어틀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싸움을 만들고자 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특화시장 이사회와 주주들에 반하는 몇명 상인들의 점포에 야반 단전 단수를 감행한 일은 내 어머니 한복가게에 불을 질러버린 일과 다름이 없다”며 “어항에서 죽은 물고기들을 보며 출근했던 상인들의 표정은 안봐도 훤하다”고 상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글을 올렸다.

여서동에 거주하는 주철희 씨도 “가장 악질인 탄압은 먹고 사는 생존을 빌미로 삼은 탄압이라며 수산물특화시장의 단전단수는 그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존권에 몸부림치는 상인의 투쟁에 여수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을 보탠다”며 “상인 몇 명의 집단적 투쟁이 대중적 투쟁으로 불타오르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황 씨 역시 그들과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누굴 해칠 생각도 없고 그저 전기가 올라가고 생계를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는 그의 말은 시장을 떠난 모든 상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상인회 조직은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인회 상인들은 주식회사를  싸우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 싸움이다. 못이기는 척 돈 주고 장사하는 게 속편할 수도 있지만 부당한 주식회사의 방침에는 따를 수가 없다. 정당하게 상인들이 주주인 만큼 주주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게 주식회사여야 하는데, 이렇게 주주들의 권리를 짓밟고 생존권을 빼앗아가는 게 주식회사가 할 일이 아니다고 본다.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려고 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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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멸치 2018-09-21 08:22:52
국민이 준 세금으로 상인들끼리 잘 살어라고
주차장 부지등 제공했으면 대표자가 모든 주주들을 잘 포용하고
설득해서 우리 관광여수에 보탬이 되어야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추잡한 현수막이나 상가에 도배를 하고
여수 얼굴에 먹칠이나하는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서야지
새로운 외부 집행부라도 선출
우리 시대는 바꿔서 새로운 정직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여수사랑 2018-09-20 13:22:14
이럼 찌라시 언론 아닌가요 한쪽 말만듣고 자기가 해야할 상도덕도 못지켜 사법부에서도 판결이난 사람을 두둔 한다는게 싫망 입니다 제발 찌라시 언론 말 듣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