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여순항쟁 70주년이다. 기념사업회도 꾸려지고 다양한 행사가 추진 중이다. 와중에 여수시가 일부 70주년 문화행사에 특정 단어 사용을 자제해 말썽이 일고 있다.
여수시(권오봉 시장)는 70주년 여수10.19를 맞이해 추진 중인 일부 행사 홍보물 표기에 ‘여순항쟁’이란 용어를 쓰지말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여순70주년 행사 명칭 표기에 있어서 ‘항쟁’이란 단어 사용을 제한했다는 여수시의 요구는 부당하고, 시대 착오적인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간섭으로 비춰진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일 수 있다.
여수시는 이에 대해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에서 민간인 피해자 측은 '반란'이란 말을 꺼려하고 경찰측은 '항쟁'이란 말을 꺼려한다"는 입장 때문에 ‘권고’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허나 시의 ‘권고’는 행사 예산지원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서의 전달이니 해당 단체는 움츠려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단체가 그 ‘권고’를 무시하겠는가?
현재 ‘여순 10.19’에 대한 명칭은 매우 다양하다. 이승만 정부의 경찰과 소위 친일 반공 우익인사의 관점에서는 ‘반란’이고, 14연대 군인의 관점은 동포의 학살을 거부하는 ‘항명’이고, 가담한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여수 14연대의 ‘봉기’가 도화선이 되어 시민의 지지를 받은 ‘여순항쟁’이다.
연구성과에 의한 학계 움직임의 한 축에 ‘여순항쟁’이 있다. 그런데도 특정명칭에 대해서 시정부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또 하나의 ‘갑질’로 비춰질 수 있다.
이승만 정부는 여순 10.19를 군 문제로 축소시켜 파악하고 있었다. 즉 대중투쟁으로서의, 민중항쟁으로서의 의미를 전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따라서 여순사건을 ‘군반란’으로 규정한 이승만 정권과 당시 미국과 주한미군은 단순히 이를 진압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게다가 이승만 정부는 무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며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왜곡하였다. 여순10.19의 역사는 70년을 지나오는 동안 왜곡과 조작으로 점철되었다.
제주 4.3을 보자. 올해 70주년 행사에 ‘제주4.3’이란 명칭도 ‘제주4.3항쟁’이란 용어도 같이 등장했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제주4.3항쟁’으로 표기한 행사진행 단체에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여수,순천10.19사건’(일명 여순사건)이란 용어가 역사 교과서에 기록되어 있고, 특별법도 ‘여순사건 특별법’으로 제정한다고 하여, 이 명칭만이 행사의 공식적인 명칭이 되란 법은 없다.
얼마든지 역사의 관점에 따라 달리 사용할 수 있다.
광주 5.18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법률이라는 국가의 제도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라고 했지만, 광주시민들은 ‘민주화운동’을 대신하여 ‘민중항쟁’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탓에 행사주최 명칭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다. 모든 행사에 ‘광주민중항쟁○○주년’이라고 표기하면서 매년 치루고 있다.
70주년 맞는 ‘여순항쟁’. 여수시는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갖지 말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