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이 서 있는 이곳이 2012년도에는 세계박람회장이었구요. 지금은 국제아트페스티벌 전시장입니다. 또 박람회 이전에는 여기가 ‘귀환촌’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 귀환 동포들이 만든 정착촌이었던거죠. 앞으로 또 변할겁니다.
그리구요 이번 전시 주제가 ‘지금 여기 또 다시’입니다. 그 주제를 생각하면서 도슨트 설명과 함께 관람을 해보겠습니다. 동영상 감상은 시간이 걸리니까 별도로 보시면 되겠구요. 제 설명 따라서 관람하시는 데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25일 오후에 여수엑스포장에서 '2018국제아트페스티벌' 도슨트 이기자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올해 8회째 여수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여수엑스포장의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이 추석연휴에도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개막한 이후 1만 2천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연휴인 25일 오후 2시에 실시하는 도슨트 안내 프로그램에 맞춰 관람을 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 50명이 참가했다. 영상미디어 30점, 회화·사진 110점, 설치미술 10점 등 현대미술작품 150점이다. 영상미디어는 한편당 3분 정도 계산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D4 영상관의 영상 감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도슨트의 간단한 소개설명만 들으면서 관람을 마쳤다.
연휴여서인지 간간히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만날수 있었다.
80년대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의 멤버이기도 한 제주의 작가 강요배가 제주4.3을 증언하는 작품들을 만났다. 여순항쟁 70주년을 맞는 시민들의 시선이 머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인조인간입니다. 일종의 AI로 대신하면서 발생하는 인간소외를 다룬 작품들이죠. 세 작품이 출품된 오원배의 연작은 발달된 현대문명 안에서 인간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기자 도슨트의 설명이다. 오원배 작가의 <무제>는 기계처럼 제작된 군상으로 표현된 인간은 관객들에게 문명과 인간의 관계속에서 '인간성 회복'이라는 고민을 던져준다.
미얀마 작가의 결혼풍습에 대한 강한 발언은 민주주의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전통혼례 관습이 갖는 남성중심의 사회문제를 고발한다. 미얀마 여성 입장에서 별다른 사전 준비없이 이뤄지는 결혼은 폭력일 것이다. 미얀마 여성만의 문제일까?
양극화가 심해가면서 '흙수저, 금수저' 구렁텅이 안에서 '삼포'니 '오포'니 하는 우리 주변의 단어들이 다나야 윈의 작품속 가면 쓴 남성의 총구 앞에 포로로 잡혀 있는 듯 하다. 젠더문제를 넘는 '계급'문제까지 나아간다.
이번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이 추구하는 메시지중에 하나가 장소에 해당하는 주제 '여기'다.
탈식민 이후 아시아의 이데올로기,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에 대한 물음이 바로 박람회장 장소가 갖는 공간성이다. 이기자 도슨트의 첫 설명과도 연결이 된다.
바로 '여기'는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박람회장이었고, 지금은 전시장이다. 허나 과거 '귀환촌'이기도 했다.
"한 사회의 역사와 시간들 안에서 지배이데올로기나 권력, 욕망들이 인간과 대중의 삶속에서 어떻게 안착하고 내재화되어 있는지 살펴보며, 불확실한 시대에 부유하는 개인들의 역사와 삶을 총제적으로 다룬다"
이번 전시페스티벌을 설명하는 안내글 중 일부이다. 주최측에서 밝힌 '지금 여기 또 다시'라는 주제 설명글처럼 전시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지금' ,'여기'를 꾸준히 묻고 있다.
이어지는 작품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서정원의 작품들은 이념 분쟁속에서 소외되고 유린된 사회적 약자들을 관객들 앞에 끌어내고 있다.
도슨트는 "어쩌면 작품속 인물들은 조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들이 아닐까?"하고 되묻는다.
약자들의 부정적 이미지 대신 현실과 상반되지만 서정원은 그 속에서 희망적 서사를 결합시켜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효율적인 작품감상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번 방문에 영상미디어 30점, 회화·사진 110점, 설치미술 10점 등 현대미술작품 150점을 망라한 감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슨트 이기자는 "일부 관객들은 자주 들르신다. 한번에 작품 전부를 감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고 말하며, 설명을 듣고 또 책자를 보고는 차근차근 작품들을 섭렵하려는 관객들이 있어서 "전문화되어 가는 '고급관객'들의 성향을 볼 수 있다"고 귀뜸했다. 여러차례 들러야 한다는 얘기다.
2018국제아트페스티벌은 10월 14일까지다. 별도의 시간을 내서 영상관의 국제적인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가들의 작품까지도 차분하게 감상한다면 2018국제아트페스티벌은 제대로 즐기는 한 방법이겠다.
현장에서 만난 2018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 박치호 위원장은 "국제적인 미술전을 통해서 미술가뿐 아니라 학생들도 세계적인 미술을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될 것이다"고 말하고, "평면회화 위주 단순 전시에서 머물지 않고 영상미디어와 설치 미술의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지금'을 집약 전시로 기획돼 있어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주제구현해 충실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작고한 여수 예술인들의 ‘여수미술의 역사展’을 별도 엑스포갤러리(옛 한국관)에 마련했다며, 특별히 관람해주라고 당부했다.
별도 전시실은 여수미술의 100년(1915~2015) 역사 특별전이다. 여수출신의 정우종, 김홍식, 배동신, 손상기, 신승우, 류경채 등 작고 작가 작품 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엑스포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수미술의 역사展’ 일부 작품을 소개한다.
배동신의 수채화 2점
손상기 작품 <공작도시> 시리즈 중 2점
일정 정우종의 글씨
" <지금 여기 또 다시>라는 주제 전시는 여러세대들의 경험이 교차되어 반복되는 오늘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각자에게 부여된 시간적.역사적 배경의 과거는 과거의 미래인 오늘의 '지금 여기'가 된다는 가정과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지내는 시간들과 시각적 언어들은 작가의 태도와 관점에 의해 강도와 밀도를 가진 현실로 표현되는 한 사회의 풍경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전시안내책자 서문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