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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태백산 ‘천제’ 참가기

여수 569회 회원 17명과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 입력 2018.10.03 15:41
  • 수정 2018.10.04 16:35
  • 기자명 심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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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에 태백산에 오른 여수 569회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시월 삼일 새벽 네시, 함백산 1100고지의 공기는 더없이 깊고 상쾌하였다. 나는 리조트 현관문을 열고나와 동쪽으로 나있는 건물의 끝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무리지어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하였다. 이토록 많은 새벽별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태백산에서의 개천절 일출

어제(2일) 오전 8시경, 여수569회 회원 17명은 여수에서 태백행 대절버스에 올랐다. 여수569회는 여수에 거주하는 56년생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단체이다. 56년생들은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태어나 격변기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디딤돌을 놓은 세대 아니던가. 이제 은퇴기에 들어서서 제2의 삶을 도모하는 한편, 그 간의 경험과 지혜를 되짚어 이웃을 돌아보고 민족사적 과제 해결에 남은 힘을 다하자는 취지로 모인지 8년이 되었다.

올 집행부는 올해를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장정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이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은 민족정신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인식 하에 그 일환으로 개천절 태백산 천제단에서 민족의 시원인 환인ㆍ환웅ㆍ단군님에게 천제를 올리기로 결의하고, 그 대표로 17명을 선발하였던 것이다.

오전 7시 우리는 함백산 O2리조트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잘 뻗은 태백로를 20분간 달려 태백산 산행의 기점인 유일사매표소 주차장에 당도하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으나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삼삼오오 한 지점을 향하여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유일사매표소는 2년전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안내 역할만 하고 있으나, 그 팔각형 건물에는 아직도 매표소라는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매표소 건물 옆으로 난 산길에는 이미 참제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참제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앞 사람의 배낭에 꽂은 노란색, 여수569깃발을 이정표 삼아 일렬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흙산이고 경사는 완만하여 누구든지 쉽게 오를 수 있어 보였다.

숲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길가에는 야생화들이 간간이 피어 우리를 맞이해주는 듯하였다. 정겹고 포근한 어머니 같은 산이다. 

태백산을 민족의 영산이자 백두대간의 종주이고 모산이라 하지 않던가.

태백산을 민족의 영산이라 함은 무엇 때문일까. 일찍이 환웅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환인으로부터 천부인을 받고 풍백ㆍ운사ㆍ우사와 무리 3천을 이끌어 태백산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 배달국을 열었다 하였는데, 그때의 태백산은 이곳이 아니라 백두산을 이른다 한다.

그러나 그곳이 어디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태백산은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고, 이는 하늘의 빛을 받아 온 땅을 빛나게 하는 곳으로서 환웅이 강림하기에 적지임은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중국 영토에 있었던 역사는 모두 중국 것이다”라고 하는 이른바 동북공정이 발호하는 이때에 우리가 환인ㆍ환웅ㆍ단군으로 대표되는, 우리 배달겨레가 이룩한 위대하고 찬란한 동북아 고대사를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어느새 울창한 숲 대신에 키작은 관목이 줄지어 우리를 맞이하였다. 마침내 그 유명한 전설의 나무, 살아 천년ㆍ죽어 천년ㆍ쓰러져서 천년 이라는 주목 여러 그루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그 명을 다할 때까지 죽어도 죽지 않고 쓰러져도 썩지 않는 강인한 생명 앞에서 나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10시30분, 출발한지 2시간 반 만에 태백산 정상 장군봉에 올랐다. 봉우리는 어릴적 친구들과 뒹굴며 놀던 뒷동산 토끼봉 같이 넓고 평평하였다.

하늘은 푸르러 말이 없고, 아스라히 펼쳐진 백두대간 능선들은 세파의 시름을 멀리멀리 실어 보내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장군봉 천제단 한쪽에 둘러서서 천제단에 술 한 잔을 따라올리고, 다음과 같은 축문을 낭송하였다.

 

필자 심정현   [ 여수 569회 ]   회장

“개천 5915년 시월 삼일, 하늘이 열리는 날. 여수569 아들 딸은 태백산 천제단에 들어 삼가 환인, 환웅, 단군님께 고합니다. 

오늘은 환웅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바람과 구름과 비의 신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에 강림하여 신시 배달국을 연지 5915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들은 5853년 즈음에 한반도 남단 바닷가 여수에서 태어난, 단군님의 아들ㆍ딸로서 이름은 <여수569>라 하옵니다.

우리들은 동족상잔의 화마가 휩쓸고 간 폐허의 이 땅에서 태어나, 목숨 걸고 일만 하여 단군 가신 이래 최강의 경제기적을 일구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몰랐습니다. 그것으로 다 끝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예순번이 넘도록 개천절을 맞이하였어도 개천절이 진정 무슨 날인지, 단군님이 우리에게 진정 어떤 분인지 몰랐습니다. 한반도가 왜 분단이 되었는지, 동족의 가슴에 왜 아직도 총뿌리를 겨누고 있는지,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왜 아직도 헤메이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올해 벽두, 기적처럼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4.27 판문점에서, 6.12 싱가포르에서, 9.18 평양에서 남북한 아들ㆍ딸과 남북, 북미 정상들의 만남을 보고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만방에 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이고, 우리 민족의 일은 우리가 해결한다고 선언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홍익인간의 단군정신이자 위대한 민족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환인, 환웅, 단군님이시여! 지금 새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시 이 땅을 굽어살피시어 이 땅에 평화와 통일과 번영을 이룩하소서! 이 땅을 넘어 세계 곳곳에 사람 사는 세상 만드소서!

여수 569 아들 딸 하늘 높이 두 팔 벌려 환인, 환웅, 단군님을 맞이하옵니다. 개천 5915년 시월 삼일 <여수569회> 일동“

천왕단에서는 천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천제단은 상단, 중단, 하단으로 세개가 있는데 상단은 장군봉 천제단으로서 사람을 뜻하고, 중단은 중심 천제단으로서 천왕단이라 부르며 하늘을 뜻하고, 하단은 땅을 뜻한다고 한다.

천제는 태백문화원에서 주관하며 10:30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11:00에 개의하여 오후 1시에 끝나지만, 참제인들은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 금줄에 걸어두는 소원풀이를 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소원지에 각자 소원을 적어서 달고 있다.

우리는 태백문화원으로부터 그 소원지를 받아 참제인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는 일을 하였다. 우리는 참제인 1000여명에게 정성스레 한 장씩 나누어드렸고, 우리도 각자 한 장씩 받아 각자의 소원을 적어 금줄에 걸고 소원을 빌었다.

나의 소원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이고, 이 세상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나는 이를 적어 금줄에 걸었다.

금줄에 내걸린 수많은 소원지들이 바람에 반짝이면서 나부끼고 있었다. 그때, 높고 푸른 하늘에서 단군이 도포를 휘날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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