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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눈을 뜨게 한 '횡간도 한글교실' 수료식

오는 20일 횡간도 경로당에서 3년간 배운 어른신들

  • 입력 2018.12.17 14:53
  • 수정 2018.12.17 17:31
  • 기자명 임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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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간마을 어르신들이 한글학교를 수료하고 경로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보건소장 선상님, 제발 이 까막눈 좀 뜨게 해 주면 좋겠소. 평생소원이요”라는 말에 담긴 간절함에 3년 전 덜컥 문을 연 어르신 한글교실이 2018년 12월 20일 횡간도 경로당에서 수료식을 거행한다.

매주 4회 이상, 저녁이 되면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이 기역, 니은, 아, 야, 어, 여를 읽고 쓰면서 더듬더듬 걸어온 시간이 3년이 되었다.

바쁜 업무를 마무리하고 피곤함도 뒤로한 채 배움에 목마른 이십여 분의 할머니들을 모시고 시작한 한글교실이었다.

어르신들 공부에 필요한 공책과 연필은 보건지소 소장님이 매달 준비해 주셨다. 또한 하루하루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할머니들과 소장님의 열정에 감동받아 정년퇴임하신 소장님의 부군께서도 각종 신선한 아이디어로 교재교구를 제작하여 큰 힘을 보태 주셨다.

한글교실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트로트가락 노랫말로 시작한다. 교실 앞 글자판 맨 위에는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한글배우기 딱 좋은 나인데.... ’와 ‘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로 오거든 한글배우고 있다고 전해라’가 인쇄되어 걸려 있다.

육지로 나간 아들, 딸들에게 핸드폰 문자 하나도 보내지 못하던 할머니들이 이제 한글에 눈을 뜨게 되었다. 수료식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간단한 안부로 ‘첫째야 ! 니 에미다. 이제 한글을 배워 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구나. 첫 편지를 우리 아들에게 보낸다. 잘 있제 !!!’라고 쓴 손편지가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어르신들 덕분에 횡간도 보건지소장은 3년 동안 타지역으로 전근도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장기근무를 하였다.

어느 날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섬에 돌아 온 할머니가 보건지소 소장님의 손을 꼭 잡고는 “참 고맙소이, 소장님이 아니었다면 수술 동의서에 내 이름 석 자를 어찌 쓸 수 있게소, 내가 너무 장합디다”하고 말씀하셨다. 

소장님은 그때 기뻐하던 어르신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였다.

한글교실 수료식을 일주일 앞둔 이날 미리 기념사진을 찍은 이유는 한 분도 빠짐없이 사진 속에 담아 두고 싶은 소장님의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3년 사이 안타깝게도 수료식을 마치고 못하고 돌아가신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장님은 한 분 한 분에게 3년의 소중함을 기념사진에 담아 표구로 만들어 그 수료식에 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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